4학년 1학기가 끝나가고 있다. 회계원리를 제외하면 나머지 과목들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잘 적응했다. 특히 이번 학기로 인해 팀프로젝트와 발표에 대해서 어느정도의 자신감을 얻었고, 비록 공부할 내용이 재미는 없어도 꿋꿋이 도서관에 달라붙어 있었기에 무사히 기말고사까지 올 수 있었다. 중간고사 기간만 한달이 넘도록 길게 늘어지고 그 이후에는 곧바로 마케팅 발표와 조직행동론의 타이트한 팀프로젝트가 이어졌던 관계로 숨돌릴 틈도 없었다. 내 의지와 관계없이, 나는 정말 매일 할 말도 쓸 말도 많았는데 블로그를 타의적으로 소홀하게 대할 수밖에 없었다.[각주:1]

 

조직행동론

3학점이라고 하기에는 이번 학기 외재적-내재적으로 들볶이고 들볶았던, 체감 9학점 급인 조직행동론. 미칠듯한 빈도의 과제와 학습 요구량은 그렇다 치고 내게는 한가지 더 중대한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나의 아킬레스건인 '영어'였다. 경영학도에게는 상대적으로 익숙한 영어가 내게는 왜 그리 어려운지, 나의 2차시험 대비 노트는 번역기를 돌린 마냥 어색하고 말도 안되는 문장들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말 시험은 2차보다 시험 범위가 2배로 늘어났다. 원서 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시험 범위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쥐가 나려고 한다. 비교적 술술 읽어 내려가는 경영학도들 사이에서 나는 열심히 '강독'을 하고있다. 이론을 이해하는 시간보다 영어를 해석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되는 것은 비극이다. 기말고사 또한 구글 번역기와 네이버 지식백과와 함께 고군분투하는 수밖에 없는 것인가!..

 

팀 프로젝트

조직행동론에서 가장 강조했던 '팀프로젝트'의 첫 발표는 '팀 프로젝트의 폐해'였다. 팀프로젝트를 추구하는 수업의 첫 발표가 팀 프로젝트의 폐해라니! 우리가 발표했지만서도 참으로 기막힌 역설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정말 오랜 기간 공들여 준비했던 발표였던 만큼 완성도도 높고 호응도 좋았다. 내가 주장한 발표 주제가 그대로 채택되고, 여러 구성원들의 도움 아래 산발적인 아이디어들이 체계적으로 직조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흐뭇함과 뿌듯함 속에서 모처럼 즐거운 팀 활동을 했다. 모두가 열심히 활동해 주었던 고로 진정한 조직행동론적 조직 행동을 할 수 있었던 이번 팀 프로젝트는, 원체 준비량이 많았던 만큼 보고서와 발표 모두 성공적이었다. 경영학 특유의 팀발표 수업들을 겪으면서 나의 학문 경향 또한 본격적인 경영학도 마인드로 진화하기 시작했다.[각주:2]

 

학업 동반자들

마케팅과 조직행동론 발표를 수빈이와 함께 하면서 과 동기에 불과했던 그가 그리도 크게 느껴졌던 적이 없었다. 우리는 생각보다 크게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각자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며 진정한 팀이 되었다. 전략적 파트너십에서 시작한 우리 관계가 어느덧 좌철 급의 학업 동반자(?) 수준으로 이행해 가고 있는 것은, 아마도 무지랭이 사학도가 한순간에 경영학 수업을 몰아 들으며 겪는 스트레스를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따로 또 같이, 타지에서의 생존을 위해 늘 자신의 몫 이상으로 열심히 노력해 준 그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물론 한 학기 내내 늘 2열람실 같은 자리에 앉으며 나와 동고동락한 학업 동반자 좌철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크다. 공부하다가 졸고 있으면 때때로 커피를 사들고와 건네주던 그의 배려심을 기억한다. 매일같이 꾸준히 곁에서 공부할 수 있는 동반자가 있는 것 만으로도 늘 큰 힘이 된다. 그러나 이런 훈훈함은 또다른 훈훈함(?)도 불러 일으켰다. 그에게 갑자기 불어닥친 끈질긴 염문설(?)로 인해 좌철은 한학기 내내 나를 비롯한 여러 동기들의 갈굼과 추궁 속에 살았다. 그럼에도 끝끝내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던 지지부진 또는 지리멸렬한 좌의 사랑![각주:3]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 보다, 그의 리액션이 재밌어서 한동안 짓궂게 굴었는데, 그만큼 적적하고 피로한 도서관 생활 속에서 그의 타율적 감정 왜곡 현상(?)은 박카스나 핫식스보다 더한 활력소가 되었다.

 

고장

마더텅에서 퇴사한 이래 거진 1년간을 매일같이 한 끼에서 두 끼만 먹고 생활했더니 살이 쪽쪽 빠지고 지병인 만성 안검염도 더욱 심해지더니 종래에는 잇몸에서도 자꾸만 피가 나기 시작했다. 몸이 하나씩 고장나기 시작한 것인지, 불현듯 스친 건강 걱정에 뒤늦게 안과와 치과에 들러 진료를 받았다. 나의 영양 상태를 걱정하는 여자친구가 먹거리들을 챙겨주는 것이 고마워서 며칠 전에는 귤 한 바구니를 샀다. 부족한 잠과 부실한 식단 만으로도 몸에 탈이 나는건지, 감기와 몸살도 잦아지고 며칠 전에는 오한이 들어 식은 땀을 흘리다 못해 아예 몸져 누워 보니, 눈과 잇몸이 아픈 것이 건강 악화의 전조인 것 같아 덜컥 겁이 났다. 늦음 밤 야식이자 세번째 끼니를 풀어 놓으며, 문득 내 건강은 내 스스로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켜야 할 것이 많아진 까닭이다.

 

결론은 늘 나의 다짐

조금만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도 삶에 크게 미련도 없고 왜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절 마저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이 곳 성복닷컴이 이따금 들러 쓰는 자아성찰 모음집이 되지 않길 바라지만, 어쩔 수 없이 또다시 자기 반성, 다짐으로 채워진다. 그제 동계 직장체험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나의 힘들었던 작년이 그 자체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의 스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시간이든 값지고 소중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앞으로는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것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지금껏 이어온 나의 이야기가 곧 성공 스토리가 되도록 말이다. 이제서야 비로소 나 자신을 제대로 경영해 보자는 생각이 든다. 건강도 챙기고, 학업도 챙기고, 사람도 챙기고, 작은 것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 주석 -

  1. 그 와중에도 구글과 올블릿에서 각각 수익금이 들어왔다.. 블로그는 아무리 봐도 남는 장사다 [본문으로]
  2. 한편 회계원리는 이미 나의 영역을 벗어난 고차원의 학문이 되어버렸다. 요즘은 잠이 안올때 수면제 대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본문으로]
  3. 혹자는 'The LEFT LOVE' 로 용어화했다. 좌철과 의악의 좌우합작은 이제 종언을 고하고, 의악을 대체하는 새로운 여성분과 좌철과의 조합으로 거듭났는데, 이름하여 '제1차 좌우합방(-_-..)' 부끄러워하는 좌철의 극렬한 리액션을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2열람실 58번 좌석을 찾아오면 된다. [본문으로]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TRACKBACK ADDRESS
http://sungbok.com/trackback/1438 관련글 쓰기
의악 
wrote at 2011/12/10 20:18
의악
BlogIcon BOK2 
wrote at 2011/12/11 01:44
졸업까지 준비해야 할게 많구나의악
이름 :
비밀번호 :
홈사이트 :
비밀글 :
*1  ... *8  *9  *10  *11  *12  *13  *14  *15  *16  ... *567 
count total 400,149, today 25, yesterday 141
rss

전체 글 보기
추억 만들기
보낸 편지함
SB 행복투자 펀드
복2의 재테크 테크닉
복병장 취사일기
리포트 공작소
씨알 텍스트
성복닷컴 작업 노트
글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