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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현대차, 쌍두마차의 독주로 인해 왜곡된 주식시장이 이제 또다시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그리스를 포함한 남유럽 재정위기, 미국의 양적완화에 대한 의구심 등을 둘러싸고 돈은 갈 곳이 없었나 보다. 거품이라는 인류의 본질적 위기는 또다시 유동성이라는 거품을 만들어내며 한껏 부풀어 올랐다. 콸콸 들이부은 첫 맥주잔의 거품같은 장세는 거짓말처럼 다시 주가를 2000대로 끌어올렸고, 그 이후로부터 지금까지 주식시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만이 인정받는 진정한 차별화 장세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내가 관심있게 바라보는 현대중공업, 포스코, KT 등의 공룡 기업들의 주가는 하릴없이 무너져 내리기만 했다.
아아, 현기증이 나려고 한다. 이 대형주의 상승 각도는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수많은 투자자들을 낙담하게 만들었다. 본인도 삼성전자를 50만원대에 2주 들고 있었던 추억이 있다. '차라리 이것만이라도 꾸준히 들고 있을걸, 역시 주식은 삼성전자인데' 하신 분들 여럿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이 뭐길래, 레드오션에서 살아남는 그들만의 생존전략이 대체 뭐길래. 가치는 결국 실적에 수렴한다고 했던가. 유장하고도 아찔한 저 흐름이, 나를 자꾸만 차트로 이끈다.
나는 이상적으로는 가치투자와 모멘텀 투자의 혼합형을 지향하나 실제로는 이리저리 흔들리며 뇌동매매하는 주식시장의 흔한 개미다. 돈 될만한 종목들은 잘 찾아내는 편이지만, 남들보다 일찍 진입했다가 작은 이익에 익절하는 일이 잦고, 큰 손해에는 오랜 기간 물타기하는 멍청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가 금방 털고 나갔던, 심지어 손절했던 몇몇 종목들을 나열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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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게 누차 언급하는 말이 있다. 내가 사는 종목을 따라 사되, 절대 따로 팔지는 말라고. 지금까지 투자했던 종목들은 정량적인 분석보다는 정성적이거나, 직관에 의존하거나, 컨닝한 종목들이 많았다. 이들 중 절대적으로 큰 수익으로 연결된 것들은 대체로 컨닝한 종목들이었다. 아무래도 가치투자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종목들은 지표상으로나 차트상으로나 기업경쟁력 등 모든 부문에서 강력한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차이나킹=중국왕(?)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슬프게도 내가 비교적 높은 비중으로 투자하고 있는 차이나킹은 지표상으로 큰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차이나디스카운트 하나만으로 이리저리 두들겨 맞아 주가가 이 따위로 내려앉았다. 요즘의 중국주는 그야말로 울상이다. 앞으로도 좋은 흐름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과감하게 물타기를 감행했다. 그 물타기로 인해 오히려 손실이 컸던 하츠 생각이 나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정말 팔고 싶다고 생각할 때를 참는다면, 나는 반드시 이익을 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기에, 나는 이 종목의 5월 IR과 6월 결산배당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차이나킹의 놀라운 지표들은 차이나리스크를 감내할 만큼 매력적이고 지나치게 저평가되어 있음에 틀림없다.
현대중공업과 경남스틸, 두 대선주의 아이러니
이 친구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미래를 보자면 우량주 중에 이보다 더 좋은 주식은 없는 것 같은데, 조선업 만으로도 세계 1위에다가 현대오일뱅크, 해양플랜트, 그린에너지 및 기타 등으로 다각화된 강력한 종합중공업 회사의 주가가 이모양이라니, 참으로 뻔하고도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닌가. 그런데 이 뻔한 매력이 때론 함정이 된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정몽준이다. 무려 7선 의원이 되었고 이제는 국회의장을 하거나 대선까지 넘볼 것 같은데, 세간에서는 그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리스크라고 평하는 자도 있지만, 기실 회사의 문제는 지금껏 잘해온 알짜 사업들이 정체될 수 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채용설명회에서야 당연히 회사의 장밋빛 미래만 선전하지만,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조선업에서의 중국의 약진, 가능성이 그닥 높아 보이지 않는 대선 성공 가능성, 현대중공업의 주력 포트폴리오가 될 미래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투자하고 있는 현 종목 중에 가장 장기투자를 할 만한 종목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현대중공업을 꼽을 것이다.
다음은 경남스틸이다. 이 종목은 내가 무려 두 번의 상한가를 전부 참아내고 큰 수익을 안겨줬던 효자 종목이다. 이 종목이 뜬 이유는 경남도지사 김두관 때문이다. 경남스틸은 무슨 관련이 있냐고? 이 회사의 오너인 최충경 회장이 그와 친분이 있기 때문이란다. 하츠도 이상하게 정치적으로 엮이면서 뜨더니, 이 주식마저.. 아이러니는 여기서 발생한다. 회사의 본질적 내재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 완만한 상승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정치와 유착되어 급등하는 이상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워낙 규모가 크고 무겁다보니 이런 차트가 발생할 수 없는것이 너무도 당연하지만, 그래도 경남스틸은 좀 어거지가 아닌가. 아가방이니 보령메디앙스니 우리들시리즈 등등 실제 가치와 크게 관계없이 수익을 주는 이런 놀라운 종목들에 수많은 개미들의 희로애락이 공존했던 것을 우리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고 그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
이번에도 나는 내재가치를 믿고 투자하던 종목에 테마 형성이나 돌발 호재가 발생할 시 손쉽게 매도하고 마는 본능을 끝내 저버릴 수 없었다. 오랜 기간 경남스틸의 지표와 실적, 최충경 회장의 인격과 사업수완에 대해서 찬양하고도 저 상한가 두 방에 이제 나는 더이상 경남스틸의 주주가 아닌게 되어버린 것이다.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돈이 갈 곳이 없음에 대한 반증이기에, 팔고나서 올랐던 배아픔보다 먼저 불안감을 잠재우는게 우선이라며 애써 합리화해 본다.
다시 정리해보자.
1. 현대중공업은 여권의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떠오르고 있는 정몽준이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이며,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와 조선업과 해양플랜드에 이점을 가지고 있다. 가까이는 현대오일뱅크의 IPO를 앞두고 있으며, 조선업황이 현재 불황이라는 것은, 곧 호황이 다가온다는 뻔한 사실을 잉태하고 있다. 그러나 악화된 조선 업황이 반영되어 주가는 반토막이 난 상태이다.
2. 경남스틸은 야권의 잠룡인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출마설로 인해 한차례 출렁인 기업으로, 포스코의 철강 대리점이면서도 영업이익이 뛰어나다. 경남 지역의 기업인 중 신망이 높은 최충경 회장은 창원상공회의소 회장이자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김두관과 개인적, 사회적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둘의 결정적인 차이는 기업의 규모에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정몽준은 7선위원이자 국회의장을 넘볼 수도 있는 입장에서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음에도 현대중공업은 기업의 규모 상 정치 테마주의 반열에 오르기 어려운 편이다. 그러나 경남스틸은 회장 본인이 출마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량거래가 발생하며 상한가를 찍은 바 있다. 두 기업은 지역적 기반, 낮은 per나 정치적 호재 등의 공통점 외에는 사실 서로 무관한 종목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 둘이 저평가 구간에 있었던 상황에서 하나는 반짝이나마 상승의 힘을 보여주었고, 다른 하나는 꿋꿋하게 내리막으로 향하는 것만으로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 가치투자에 대한 근본적 성찰 또는 재고의 필요성
- 기업이 제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테마적 흐름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삼성전자나 오리온, LG생활건강, 삼성엔지니어링 등 우리의 기본적 분석을 뛰어넘는 수급에 대한 올바른 판단
- 세계 1위 조선업 VS 산업의 쌀 철강 대리점
- 미래 지향적인 사업 다각화 VS 안정적이면서도 성장성 있는 철강 유통
- 최대주주 정몽준과 최충경 개인의 성향
- 대형주 VS 가치주
즐겁고 기꺼운 투자
역사학에 기반을 두고 경영학 복수전공을 하고 있는 만큼, 나는 정량적인 분석에는 능하지 않다. 심지어 제대로 된 정성적 분석에도 미치지 못하는 단순한 투자 아이디어 만으로 끊임없이 투자를 반복하며 여기까지 왔다. 수치적이고 정확한 기업 가치 산출은 수많은 분석가들의 보고서와 자료들을 참조하며 다소 안일하게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두 번의 금융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으며 여기까지 왔다. 본인의 투자스타일이 다소 직관과 통찰에 의존하기는 하지만, 지금까지의 수많은 투자 아이디어들을 토대로 종목들을 현재 기준으로 나란히 줄을 세워보면, 하락한 종목보다 상승한 종목이 다소 많으면서도, 후자의 경우 그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종목들이 많다. 결국 저평가되어 있는 기업들은 언젠가 제 가치를 찾아가게 마련이라는, 그 간단하고도 자명한 원리를 다시 한 번 경험적으로 증명하게 된 셈이다.
요즘 부쩍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이와 관련해서 미래 지향적인 운송 수단이라든지, 웰빙의 트렌드에 걸맞는 종목은 또 어떤 것이 있을지 관심이 간다. 얼마 전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던 증권사들의 시원찮은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어서 또한 주목하고 있다. 소셜커머스 이후의 새로운 마켓플레이스는 어떻게 진화할지 기대되며, 통신산업의 진보로 인해 앞으로 통신사들은 어떤 변화를 시도할 것인지, 끊임없이 소비되는 컨텐츠 산업에는 누가 진정한 강자가 될 것인지, 노트북과 태블릿,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컨버전스는 기기 자체가 가진 인치와 성능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미래의 진정한 전자동화된 결제 수단을 두고 어떤 기업들이 그 파이를 나누게 될 것인지, 투자 수단을 넘어 모든 상품이 HTS화되는 시장이 출범할 것인지, 파생의 파생의 파생의 파생을 거래하며 진화하는 금융공학은 앞으로 또 어떻게 허상으로써 허상을 제어하게 될 것인지, 글로벌 부의 이동과 쏠림 속에서 돈은 인구통계학적 구조 안에서 어떤 방식과 방향으로 이익을 탐하게 될 것인지....등등, 아, 나는 궁금한게 너무도 많다.
주식은 기업의 지분에 투자하는 것이며, 또한 미래의 희망과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승하면 기쁘고 하락하면 슬픈, 단순한 메커니즘 이상으로, 미래라는 것은 그 자체로 늘 나를 설레게 한다. 나는 투자가 즐겁다. 마약 같은 중독이 아니라, 밥 같은 일상이다. 앞으로는 또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그 변화의 물결 속에서 꼭 수익을 내지 못해도 좋고, 전문가적인 지식이나 투자스킬을 향유하지 못해도 좋으니, 앞으로도 늘 즐겁고 기꺼운 마음으로 투자를 지속할 수만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족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