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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새벽조를 나갈 때마다 사건이 하나씩 터졌다. 다들 쉬고싶은 주말에도 밥은 먹어야 한다. 그 때문에 일해야만 하는 우리로서는 토, 일요일에는 취사장 관리에 아무래도 소홀해지기 쉽다.
마침 일요일 당직이었던 군담이 새벽같이 취사장 순찰을 돌아버리면서 당시 새벽조였던 나와 털보는 난장판이었던 취사장에 대한 책임을 송두리째 뒤집어 써야 했다. 분이 덜풀린 군담은 직무유기 증거물로 남겨둔 반찬통과 이모가 남겨둔 소면, 통조림 박스를 전부 행정반으로 싸들고 갔다.
아침밥을 준비하면서 나는 취사장 청소를 거의 뛰어다니면서 해야만 했다. 역시나, 청소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돌아온 군담이 우리의 고군분투를 확인하고 너그러이(?) 용서해 주면서 생각보다 사건은 예상보다 빠르게 일단락 되었다.
보급관이 출근하기 직전 증거물들을 행정반에서 수거하는 것은 거의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수거한 반찬통 안에는 3일이나 지난 오징어젓이 들어 있었고, 그건 위제트가 밥반찬으로 먹는다며 안치우고 끝끝내 두었던 것이었다고 하니, 내가 그게 왜 남아있는지 알턱이 있나.
취사장 뒷편부터 중앙복도까지 흘리고 간 소면 가닥들을 쓸어담고, 난생처음 중앙현관 청소까지 했다ㅠ 일을 마친 뒤 침구류를 깔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분대장 관찰일지를 써서 제출하란다. 주말이 지난 탓에 역시 졸라 밀려있었다.
가까스로 다 메꾼 뒤 1시간 남짓 근취하고 내려갔더니 바로 부식이 왔다. 탈피기가 고장난 탓에 감자깎이로 잠시 전향했는데, 그때 고기칼을 잡던 털보가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버리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군담의 저주는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도마에 떨어진 그의 살점을 주워담아 찾아간 의무대, 손톱과 살점이 뜯겨져 나간 상태라서 외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고, 그는 관리관을 따라 검단의 한 병원에 찾아가 봉합수술을 받았다.
나 또한 이등병 시절에 고기칼로 손톱을 찍어본 경험이 있어 그 울컥울컥 뿜어져 나오는 피에 대한 당혹감을 너무도 잘 아는 터라 남들보다 그를 잘 달랠 수 있으리라 여겼지만, 유달리 손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털보의 아픔은 내가 치유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픔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지 그가 경험했던 일이 아니기에.
털보의 손가락 절단사건은 이후 지속적으로 안전사고의 사례로 선정되어 상향식 일일결산 때마다 분대장인 나를 시달리게 했다. 안전교육이 미흡한 것과 칼질이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요래요래 잘라라' 하며 간부들이 원하는 대로 교육하고 시범을 보여준다고 해서 다치지 않게 되는 것도 아니라고.
나는 내가 내 손가락을 찍었을 때도 반성해야 했고, 털보가 스스로의 손가락을 찍었을 때는 분대장이라는 이유로 더 크게 반성해야만 했다. 군대는 내가 다쳐도 안되고, 남이 다쳐도 안된다. 무조건 다치면 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