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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 날을 포함한 나흘간의 추석연휴를 마치고 월요일 아침, 오늘도 대대장 사모님은 밥통에 쌀을 넣지 않은 모양이다. 아침부터 간부식당으로 들이닥친 대대장.
'성복아' 하는 소리에 후다닥 달려가보니 대대장 수저통 안에 있는 나무젓가락이 곰팡이가 피다못해 아예 썩었다-_-.. 기나긴(?) 연휴로 인해 아무도 신경쓰지 않은 까닭이다. 연신 죄송하다고 하며 고개숙여 자리를 물러나왔다.
'성복아!!!!!!!'
또 관등성명을 대면서 그에게 달려갔다. 이번엔 멸치를 가지고 트집을 잡는다. '너 아침밥 확인 안하냐?' 참고로 오늘의 새벽조는 양왕과 빨래다. 고로 난 아침밥을 미리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관우의 청룡언월도에 눈이 없듯, 간부들의 갈굼에도 눈이 없다.
대대장은 병장-하사-중사-상사-원사-준위-소위-중위-대위-소령.. 의 계급을 뛰어넘어 나를 맞선임처럼 갈궈댔다-_-..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뒤 대대장은 '멸치볶음에 대한 조리법을 다시 연구하고 급양관리관은 그 결과를 대대장에게 보고할 것' 을 강제하고 사라졌다. 맙소사, 나 관리관이랑 냉전중인데!!ㅅㅂ!! 대대장은 아침밥에 대한 극도의 불만의 표시로 소심하게도 식판을 그대로 두고 자리를 떴다.
나는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오늘의 새벽조 사수 양왕을 질책했으나, 멸치볶음은 빨래가 했다고, 게다가 오늘 수통외진을 간다는 그의 답변에 당황, 그는 미안하다는 말만 남긴 채 수통으로 황급히 사라졌다. 게다가 노왕은 면회 후 격리중이고, 결국 내가 관리관에게 직접 보고해야 하는 상황.
관리관과의 냉전이 3주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관계로 일단 그에게 부차적인 욕이라도 먹지 말자는 취지에서 '취사장 개미싱작전' 을 실시했다. 마침 군수참모의 검열도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차피 해야 할 일, 나는 비장한 각오로 후임들에게 현 사태를 알리고, 마침 어제 털보 면회때 밀반입한 오리고기를 릴로에게 굽도록 지시했다.
간부식당에 밥과 김치, 오리고기와 콜라 등 모든 먹거리를 끌어모은 뒤 우린 관리관에게 개털리기 3시간 30분 전, 최후의 만찬을 즐겼다. 비장하게 오리고기를 우적우적 씹고 벌컥벌컥 콜라를 들이키며, 죽을 때 죽더라도 때깔 좋게 죽자며 오리가 목까지 올라와 퍼덕일때까지 배불리 쳐먹었다. 그러면서도 머리 한켠으로는 지금이라도 관리관에게 전화해서 유선상으로 석고대죄를 할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저질러진 일 지금 욕먹고 또먹는 것보단 한번에 다이렉트로 욕먹는게 나을 것 같아 그만두었다.
최후의 만찬이 끝나고, 우리는 이내 취사장 개미싱작전을 시작했다. 바닥을 밀고 솥을 닦고 스뎅에 광내고 별지랄을 다하고 있을때 쯤, 관리관의 부식차는 예정보다 30분이나 빨리 도착했다! 그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내게 묻는다.
'별 일 없었냐?'
'저.. 음.. 어.. 관리관님, 멸치볶음에 문제가 있어 관리관님께서 멸치를 연구해서 대대장님께 보고하시랍니다..(머뭇머뭇)'
관리관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식당 밖으로 나가버렸고, 두려움에 떨던 나는 설상가상점입가경인 곰팡이 핀 썩은젓가락 이야기는 차마 꺼낼 수 없어 그만두었다. 대대장도 잊었겠지-_- 하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다. 위제트는 자꾸만 이실직고 하라고 내게 충언을 고했지만, 나는 차마 그리할 수가 없었다. 관리관에게 내 실수도 아닌 일로 털리는 것은 내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취사분대장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이라고나 할까! (분대의 모든걸 감싸안는 것이 분대장이라고 배웠지만;)
중식시간, 대대장이 진입했다. 나는 위제트를 통해 그에게 철제젓가락을 넣은 수저통을 건네주었다. 대대장이 꺼낸 첫마디가, '썩은 젓가락은 어쨌냐?'
역시 대대장의 기억력은-_-b 옆에는 군수과장도 있었고 문제의 관리관도 있었다. 나는 속으로 제발 목숨만 부지하게 해달라고 하늘에 간절히 빌었다.
다행히도 나의 책사 위제트는 우리는 새벽조가 아니라 모르는 일이라고 둘러댔고, 그제서야 관리관의 정신세계 속에 모든 잘못은 양왕이 저지른 것으로 종합되었다. '태양이 그새끼 돌아오면 벌점 10점 제출하라고 해!!' 나는 '이게 다 대대장 사모님 때문이다!!' 라는 결론을 내리고 비상사태를 해제한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내일도 보나마나 대대장 사모님은 그에게 밥을 주지 않을 것이므로 긴장 타라고 쟈스틴과 위제트에게 주의를 주었다.
// 다음날 //
간부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대대장이 해맑은 표정으로 우리에게 외쳤다. '콩나물국 누가했냐? 계란찜도' 간부들은 모두 칭찬 일색이었다. 탄약반장은 심지어 점심에도 콩나물국을 먹을거라며 따로 타놓으라고까지 했다.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양왕과 나는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며 대체 그들이 어떻게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병사식당으로 달려가 밥을 탔다. '다시다를 1봉지를 다 넣었나??'
놀랍게도 반찬과 국은 정말!!.... 짰다. 병사식당의 병사들은 마치 바닷물을 마신 양 고통스러워 하며 정수기에 줄지어 서 있었다.
대체 뭐가 맛있다는건지, 취사장의 맛을 담당하고 있는 양왕과 나로서는 간부들은 극찬하고 병사들은 절망하는 이 말도 안되는 맛의 양극화 현상에 대해 감히 말을 꺼내지도 못하며 묵묵히 소금국을 떠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쯤 새벽조는 이미 칭찬을 듣다 듣다 질려 취사장을 떠난 상태였다.
쟈스틴과 위제트는 그날 국을 3개의 통에 각각 끓였다고 한다. 일전에 노왕이 대대장을 위해 제작한 대대장용 떡만두국 버전의 확장판인 셈이다. 여기서 '병사식당의 국은 짜고, 간부식당의 국은 맛있었다' 고 한다면 정말 상투적인 결론이었을거다. 그러나 간부식당의 국을 떠먹어 본 나는 마찬가지의 짠맛에 더욱 더 의아하게만 느껴졌다. 그때쯤 깨달음(!)이 왔다.
대대장은, 화해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비록 오늘도 맛은 엉망이었지만, 어쨌든 화해의 제스쳐를 취함으로써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아침밥을 제공받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이 모든게 다 대대장 사모님 때문이다!
예전에도 말했겠지만, 다른 곳에는 완편이 있을 수 없지만, 의무병만은 완편된 지라... 포병대대의 6명의 의무병중 선택된 2명만이 의무대기를 할 수 있었고, 나머지는 각자의 길을 밟고 나갈 수 밖에 없었는데, 막내 10월 군번은 서울대 출신이라 머리가 빠삭하게 돌아서, 그당시 군수종합프로그램 도입을 위한 작업을 도맏아서 했고, 그래서 남은 3명, 고참, 6월 2명인 우리는 각자의 길을 찾았는데,
고참은 내 일이 아니라 기억이 안 남. 덩치가 워낙 좋아서 뭘해도 잘 했을 거라고 생각함.
6월 동기: 테니스병. 테니스장에 짱박히면 아무도 찾지 않았음.
또다른 6월: 본인.. 생각해 보니, 떠오르는 것이.
1.복병장이 갔었던, 사단 정훈과에서 대대 정훈병 교육: 교육후, 점호시간마다 교육자료 만들어 내라고 압박을 정말 많이 받았고, 얼마후 폐지. 그런거죠..ㅋㅋ
2. 대대 관사병
3. 위병
4.. 천주교 군종병
5. 연대 응급처치 요원 교육 조교
6. 마지막으로 작업병으로 화려하게 생활을 하고
7.. B지역으로 병장 달고, 파견... 한동안 빌어먹느라 고생했음.
오늘의 테마를 보니, 2번 대대 관사병의 역활이 머리 속에 떠오르네요. ㅋ
4시간마다 한 번씩 서는 위병 막간 시간은 원래 휴식시간이 주어줘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규칙일 뿐. 항상 불규칙적인 뭔가가 따라온다.
우쒸... 좋았던 점도 있지만, 어렵고 힘든 일이 더 많았던 기억이 나는 관사병 역활.
대대장님(존경스러웠던) 사모님은 좀 대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조금한 아들은 자기가 내 상관인 냥 행동하는데, 한 대 때리고 싶었지만.... 소심해서 그러지 못 했다. 만약 실행에 옮겼다면....... 이성적으로 행동해서, 지금 이렇게 키보드를 치고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ㅋ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우리 대대장 사모는 우리 대대장님을 굶기는 일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것으로 보아, 우리 대대장 사모는 복병장 대대장 사모보다는 낫다고 종합적으로 생각이 됨. 1종을 우수하게 보급해서, 대대장님의 전투력을 높였기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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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다고 칭찬한 것이 대대장님의 배려였다면, 정말 고단수의 배려였고,
정말 맛있게 느꼈다면, 식성이 바닷고기화가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