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맞이하는 두번째 추석이다. 이미 마음은 내년 설까지 뻗어나갔다. 다음 명절은 밖에서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무척이나 설레게 했다. 그렇게도 싫었던 겨울이 그렇게도 기다려질 수가 없다.

작년처럼 똑같은 차례상을 차리고 똑같이 취사장의 추위에 떨었다. 이미 새벽 취사장에는 겨울이 도래했다. 싱크대며 선반 아래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릴 때 쯤, 취사장 뒷편이 빙판길이 되어 서너번 넘어지고 미끄러질 때 쯤, 나는 슬그머니 미소를 지으며 위병소를 나서게 될 것이다.

병장이 되어도 달라진 건 없다. 다만 가끔 부식차편으로 야채 속에 함께 배달되어 온 달팽이가 물을 피해 싱크대 위로 기어오르는 속도 만큼 군생활이 조금씩 줄어들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러가지 꿈을 꾸었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집에서, 학교에서, 동네에서, 즐겁게 그 어디서 시간을 보내도 결국 눈을 뜨면 침상이었다. 상병을 달고도 한참동안 취사장 꿈을 꾸고, 잠꼬대까지도 밥 이야기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던 내가, 꿈 속에서는 어느덧 매일 바깥을 보고 있다. 분명 다가오고 있다.

여러가지 계획을 했다.

수첩이나 편지, 노트에 열심히 끄적여온 그 모든 기록들이 어지러운 현재와 불안한 미래를 다소 진정시켜 주었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써나가면서 비록 신분이 신분인지라 계획해온 것들의 대부분은 실천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상념 속에서 무언가는 끊임없이 구체화되고 무언가는 모래성처럼 쓸려 사라져 갔다.

막연함이 구체화되어가는 기나긴, 참으로 기나긴 시간들이었다. 남은 94일은 늘어진 테이프처럼 더욱 미적거리겠지만, 다행히도 여태껏 그동안의 그 모든 끄적임들은 활자가 되어 내 곁에 살아남았고, 자랑스럽지는 않아도 어쨌든 귀중한 유산이 되었다.

오곡이 결실을 맺는 풍요로운 한가위를 맞이해, 나는 군생활동안 어떤 결실을 맺었는지 골똘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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