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대 가스취사셋은 11개가 있다. 그 중 4개가 불량이다. 작년에 구관리관이 취사셋을 손보고 수리비를 내지 않은채 보직을 변경해버리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그 비용은 현 관리관이 짬당하게 생겼는데..

관리관은 취사셋이 오는 정보를 미리 획득하고는 구관리관을 호출한 상태로 내게 수리공 아저씨를 담당하라며 취사장을 떠나버리는 행보를 보여줌으로써 구관리관에게 과거에 짬당한 수리비와 이번에 추가될 비용까지 한꺼번에 반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출했다.

구관리관은 예정대로 취사장에 와서는 마침 달려온 가스취사셋 수리공과 티격태격하며 자신의 수리비는 저번 2월 출장비+기판 교체비용만 내겠다고 우겨댔다. 관리관은 이미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유유히 퇴근준비를 마친 이후였다. 그가 떠난 후에야 취사장에 입성한 구관리관은 본의아니게 자신이 현 관리관이 된 마냥 모든 비용과 책임을 함께 덮어써야만 했다.

자신은 어쨌든 저번 수리비만 내겠다고 하고 있었지만, 관리관은 어차피 이번에 새로 수리를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수리비는 구관리관이 전액 부담하는 모종의 일방통행 거래가 이미 성립된 상태였던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취사셋 2개는 각각 기판이랑 회로를 수리해야 하는데, 이 두개에 대한 수리를 하지 않을 것을 이미 양왕에게 천명한 상태였고(나중에야 알았음), 그렇게 되면 결국은 구관리관이 내야 하는 수리비용 이상의 추가부담은 출장비 뿐일 것이었다. 수리공 아저씨는 구관리관이 부담해야 할 부분에 대한 수리만 마치고, 니들이 고생이 많다며 수리를 위해 들고온 부품들을 다시 들고 돌아갔다. 구관리관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의 비용으로 수리해야 하는 부분의 수리과정을 참관하고 유유히 자신의 본고장 12중대로 돌아갔다.

나는 기판이랑 회로만 갈면 되는데 왜 수리를 하지 않는지 의아해하며 사지방으로 망명한 양왕에게 달려가 그 이유를 물었지만, 수리하지 않을 것을 이미 천명한 관리관의 뜻이라면 더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의 인색함은 스크루지를 이미 뛰어넘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멍청한 구관리관은 관리관의 간계에 빠져 취사셋 수리 실적은 관리관에게 넘기고 수리비는 자신이 지불하고 말았다! 이 흥미로운 가십거리를 마음껏 요리하기 위해 나는 취사장 뒷편에서 막내와 함께 한참 뒷담화를 했다. 그때 마침 2층에서 얼굴을 내밀고 나를 노려보고 있는 구관리관을 보고 잠시 당황했으나 '뭐 어쩌겠어' 하며 평정을 찾고 조리실로 슬그머니 기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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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ote at 2010/06/01 18:23
ㅎㅎㅎㅎㅎ
간부들 사이에서 두뇌게임을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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