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수 몰아주기, 빵따먹기 내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번 자유시간세트 따먹기는 지금까지의 수많은 내기들 중 가장 크게 벌어진 도박판이었으므로 따로 지면을 할애해 정리해 본다.

연대전술 훈련 간 학운교회에서 준비한 자유시간세트는, 자유시간 1, 트윅스 1, 스니커즈 1, 소시지 1로 구성된 종합군것질세트(?)이다. 아무래도 훈련 간 식사 이외에는 먹을거리가 없어 굶주리기 마련인데, 종종 이렇게 마련해주는 군것질거리가 큰 힘이 된다. 노왕께서는 지난번 빵따먹기대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어김없이 눈빛을 빛내며 몰아주기를 제안하셨고, 이에 취사분대 침상은 한순간에 도박판으로 얼룩져갔다.

본래 몰아주기를 몇번 몰아치다 보면 가위바위보 잘하는 노왕께서 대부분 전량 회수하기 마련이라, 난 일단 모든 먹거리를 다 먹어버렸고-_- 나머지 인원들은 노왕의 복불복 실력을 알면서도 또다시 도박에 현혹되어 갔다. '이기면 되지!'

이번에도 역시 우리들의 소중한 아이템들을 가위바위보 한방으로 획득하신 노왕은 지원2,3분대쪽으로 달려들어 더 큰 투기판을 제안했는데, 하병장과 아이들이 응전하면서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커져 갔다. 이윽고 하병장과 아이들은 순식간에 전멸했고, 노왕은 고함을 지르며 두 손 가득한 초코바와 소시지를 들고 열광했다.

한편 도박판의 열기에 현혹된 통신의 일부 인원들과 근무소대의 잔당들도 합류하고, 하병장은 사채를 끌어쓰듯 다 털리고 나면 또 어디선가 한세트씩 들고와 끊임없이 도전했고 털렸다. 이후 채무자들이 그를 찾아 근무소대로 몰려옴으로써 사채의 위험함을 현금이 아닌 현물의 사례로 직접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이후 노왕은 일진일퇴를 거듭하긴 했지만 취사에서 획득한 물량을 자본으로 여전히 근무소대의 패자로 군림했고, 건빵 주머니는 점차 불룩해져 갔다. 트윅스 특유의 금빛은 황금처럼 반짝였고, 그 빛에 경도되어 원금을 회복하고 싶은 하병장의 욕구는 노왕의 건빵주머니를 더욱 두툼하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숨가쁜 소부대 일일결산 시간이 지나고 어김없이 점호시간이 다가왔다. 점호시간에도 빈틈은 남기 마련이고, 그 틈을 이용해 지금까지 투기심을 참아온 쟈스틴이 노왕에게 다가와 세트 올인 내기를 제안했다. 그리고 쟈스틴은 순식간에 2승을 거두었고, 그동안 자잘자잘하게 부를 축적했던 노왕의 투기자금은 순식간에 오링났다. 이를 두고 혹자는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털렸다' 고 했다.

양왕은 그들의 도박이 끝날때쯤 '안먹는 애들에게 받은거' 라며 무려 6세트를 주섬주섬 꺼내더니 우리에게 집히는 대로 나눠줬다. 그때까지만 해도 도박의 투기성에 충혈되어 있다가 그의 넉넉한 마음씨에 감동한 우리는 비로소 평정심을 되찾았고, 초코바를 하나씩 베어물고서야 비로소 그것의 진정한 달콤함을 맛볼 수 있었다. 하병장은 도박은 결코 달콤하지 않다며 담배를 물고 쓸쓸히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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