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쓰지 않은 부분이 상당수 존재하나, 모두 생략하면 글이 매끄럽지 않을 것 같아서 참고문헌(Ⅳ)으로 남겨 둔다.

- Ⅰ -

방학이 다가올수록 초등학생들과 꿈과 희망은 커져만 간다. 기대감에 부푼 어린이들은 방학 계획표를 세우며 그들의 방학을 미리부터 설계하곤 한다. 그러나 막상 방학이 닥치고, 지나간 날이 남은 날보다 많아지면서 어린이들은 산더미 같은 방학숙제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개학하기 하루 전, 다시 한번 주마등 스치듯 지나가버린 방학을 안타까워하며 일기장을 집어든다.
 
그렇게도 즐거웠던 방학의 크고 작은 재미난 일들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무료함으로 가득찬 일기에 실망하면서 ‘오늘은 참 재미있었다’ 를 반복하다가, 과연 ‘이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일기인가’ 어린 마음에 꽤나 무거운 고민을 하기도 한다. 아무리 재미있는 숙제라도 숙제라고 하면 먼저 지겹다는 생각부터 한다. 일기는 숙제가 될 수 없다. 마지못해 숙제로 일기를 쓰게 되더라도 일기를 검사하지 않으면 안 쓰게 된다. 일기는 밥 먹고 잠자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야한다. 특히 방학숙제로 일기쓰기가 자리잡아서는 일기쓰기 자체를 지겹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누구를 위한 일기인가’ 초등학교 일기쓰기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아닐 수 없다. 교육상으로 일기쓰기는 마땅한 것이지만, 그 일기가 수반하는 강제성은 과연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일기쓰기가 갖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각각 교육적 측면과 인권침해의 맥락에서 생각해 보도록 하자.

- Ⅱ -

일기쓰기는 국어실력을 신장시키는 쉽고 편리한 도구이다. 단순한 의사표시에 불과했던 작문실력이 해를 거듭할수록 향상되어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도 이미 스스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게 된다. 외국어를 배울 때도 급속한 실력증진의 징검다리가 바로 ‘작문’ 임을 감안해 볼 때, 일기의 중요성이 어떠한지는 깨닫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또한 일기를 쓰는 과정에서 자신의 기억을 기록으로 정리해 나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자아성찰의 기능을 하게 되며, 그러한 정신적인 발전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고력이 증진된다.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통한 내적 성장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렇게 기록해 둔 자신만의 이야기는 후에 그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추억의 근원이 된다. 또, 일기를 통해 교사와 어린이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져, 어린이를 바르게 지도하기 위한 밑거름이 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4월 27일 ‘일기를 강제로 쓰게 하거나, 잘 썼다고 상을 주는 일을 하지 말라’ 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일기검사는 아동의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 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4월 7일 교육부에 내린 권고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결정에 대해 반발이 만만치 않은데, 과연 어느 순간부터 일기쓰기에 대한 교사의 지도가 어린이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삐뚤삐뚤한 나의 글씨 아래에 또박또박하지만 따뜻한 선생님의 글씨가 쓰여진 것을 보며 감동한 기억은 누구나 한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그러한 교사와의 정서적 커뮤니케이션은 일기를 쓰며 인권을 침해받는다는 느낌 보다는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와 답장’ 처럼 설레임과 즐거움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교사의 평가메모를 보며 어린이는 글쓰기에 자신감을 얻는다. 그리하여 말로 하기 어려운 고민도 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상담할 수 있게 된다.
 
교사들은 그렇게 어린이들과 정서적으로 함께 호흡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그들을 지도해 왔다. 누가 더 가까운 위치에서 어린이들을 지도하기 위해 고민하고 연구하며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 왔는가? 교사인가, 인권위원회인가? 당연히 교사이다. 교육의 비전문가에게 힘이 실리면 교육은 점점 더 피폐해질 수 밖에 없다. 인권위원회가 권고하고 교육인적자원부가 이를 수긍하는데는 정작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의 의견이 빠져있다는 맹점이 있다. 교육의 주체자의 의견이 제외된 권고는 이미 그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
 
게다가 교육인적자원부의 이번 지침은 글쓰기를 장려하는 기존의 정책과도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2008학년도 새 대입에서 독서와 글쓰기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교육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강조하는 세계적 추세와도 역행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어려서부터 말하기와 쓰기 교육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미국은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인 SAT에 작문시험을 추가할 만큼 글쓰기를 중요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들어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 주요 대학마다 기처교육 강화를 내세우고 있으며, 그 핵심은 바로 글쓰기 능력 향상이다.
 
이번에는 인권침해의 측면을 생각해보자. 사실 초등학생들의 일기쓰기 검사에 대한 인권위원회의 권고는 그동안 우리교육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때그때 정권의 이해에 따라 교육부 장관에 따라 좌지우지 되어왔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체험한 일들이다.
 
여전히 기성세대들의 시각은 ‘학생들은 지도와 훈육의 대상’ 이라고 하는데 머물러 있다. 다양성이 요구되는 사회라고 하면서도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그러한 다양성이 용납되지 않는다. 늘 학생들에게는 이분법적인 사고, 좋은 것과 나쁜 것 또는 맞고 틀림이 너무나도 분명하게 강요된다. 하나의 표준을 가정하고 그 틀에 집어넣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요에 의한 일기쓰기는 외형상의 교육적인 효과에는 도움될지 몰라도 아이들의 심리적 발달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일기를 잘 쓰는 어린이는 공부도 잘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일기는 하나의 표준으로 제시되기도 하고, 공공연하게 교실 밖으로도 소개되기도 한다. 일기를 잘 쓰는 어린이들의 경우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덜 할지 모르겠지만, 그 외의 어린이들의 경우에 관해서 일반인들은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
 
일기쓰기가 하나의 부담으로 자리한 어린이들은 그 어쩔 수 없는 일기쓰기를 위해서 고백 아닌 고백을 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마음에 상처를 조금씩 받게되고, 어느순간 더 이상 상처가 아닌 하나의 일상이 되는 것이다. 늘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단조로워 쓸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어린이들이 분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꺼리를 만들어주는데 고민을 하거나 마음을 모으기 보다는, 오히려 그 이야기꺼리를 스스로 만들어 내라고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기 ‘쓰기’ 의 강제와 일기 ‘검사’ 의 강제에 인권침해는 분명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아직 정신적으로 성장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그들의 인권침해를 생각하고 그것에 대한 불합리를 주장하기에는 어느정도의 한계가 있다. 심지어는 일기검사가 인권침해를 가져온다고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상처가 일상이 된다고 했던 것처럼, 이분법적인 사고를 강요하는 학교생활 속에 그들의 사고가 은연중에 기성세대의 훈육방식에 맞게 길들여질 것이라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일기검사, 그것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교사들의 바람직한 일기쓰기 지도가 요구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입장인 나는 일기쓰기에 대하여 찬성이지만, 교육의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역할이 더욱 절실하다. 그들의 결정에 대해서는 대략 4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로는 검사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없으며, 일기를 쓰는 아이들에게 충실한 글쓰기의 기회를 제공해 주지만, 일기쓰기에 관심없는 어린이들의 작문 지도의 문제와, 글쓰기 습관을 기르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두 번째로는 모두 검사를 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계속되어왔던 일기의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지만,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고, 아이들은 임기응변식의 일기, 보여주기 위한 일기를 적게될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로는 일기내용을 보지 않고 써왔는지의 여부만 검사하는 것이다. 이것은 교사가 일기 내용을 보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을 내걸고 검사를 해야할 것이다. 글자수만 채워서 제출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지만, 두 번째 일기의 경우보다 훨씬 더 진솔한 일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로는 두 번째와 세 번째 방식을 주고 어린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몇가지의 방법을 생각해 보았는데, 교육의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교사들은 굳이 우리가 일기검사에 대한 이야기로 왈가왈부하지 않아도 현명하고도 합리적인 방식으로 어린이들을 지도해 나갈 것이다.
 
일기쓰기는 쓰기공부의 가장 좋은 방법일 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아주 중요한 공부라고 할 수 있다. 일기쓰기는 잘 쓰건 못 쓰건, 많이 쓰건, 적게 쓰건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습관화 시키는 일이라 하겠다. 따라서 교사의 의도적인 일기검사는 필요한 교육적 행위이다.
 
초등학교에서의 일기쓰기 지도는 글쓰기 능력의 향상, 생활반성을 통한 인성지도, 일기쓰기의 습관화 지도를 위해 필수적인 교육행위이다. 다만 고학년 아동의 경우 인권과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교사는 각별한 조심과 신뢰관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래서 동양적인 스승상은 군사부일체라고 하지 않았던가! 교사와 아동간의 신뢰관계가 무너질 때 이미 교사이기를 포기해야한다.
 
헌법에는 인간의 기본권인 인권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있지만,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도 명시되어 있다. 교사의 일기검사와 일기쓰기 지도는 교사의 고유권한이요 의무이기에 힘들어도 교사는 아동들의 인성지도와 쓰기지도를 위해 필수적으로 지도해야한다. 일선 교사들은 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의식하면서 새롭게 일기쓰기 지도를 한다면 미래의 동량인 이 나라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글짓기 능력은 확실히 향상될 것이다.
 
인권위원회의 시각에서 보면 교사의 강제적 일기장 검사도, 수업시간에 강제적으로 학생들을 교실에 붙잡아 두는 것도, 교사의 교편도, 부모의 회초리도 학생의 인권 침해행위이다. 이는 서구의 편향된 개인주의 시각에서 바라본 인권행위이다. 인권이 극도로 발달된 미국에서조차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아동의 일기 검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교육행위로 보는데, 우리는 인권위원회가 ‘초등학교의 일기장 검사 관행은 아동의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 며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은 너무 인권이 앞서나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자칫 잘못하면 이러한 조치가 교사의 교육적 행위를 위축시킬까 염려된다.

- Ⅲ -

인권 침해라는 이유로 일기쓰기 검사를 반대하기에는, 그것이 주는 긍정적 작용이 너무도 크다. 일기검사를 인권 침해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 보다는, 일기쓰기를 통한 교육적, 정신적 유용성과, 교사와 어린이와의 정서적 커뮤니케이션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일기쓰기와 그 지도는 어린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교사들의 몫이지, 비전문적인 위원회가 마음대로 결정하고 권고할 사항이 아닌 것이다. 교육의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 나는 인권침해는 인정하나 일기쓰기는 찬성한다. 그러나 일기 검사및 일기쓰기 지도는 담임교사의 교육적이고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시행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인권이 중요하다’ 는 명제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아무데나 섣불리 들이대는 인권 때문에 어린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남에게 전달하고 글로 표현하는 기초능력이 부족해진다면 이는 국가적으로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인권위원회와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교각살우는 아닌지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 Ⅳ -

1. <일기쓰기 어떻게 시작할까>, 윤태규, 보리출판사
2. <일기쓰기>, 네이버 블로그 koreaisteins
3. <인권 앞선 나라도 일기검사 한다>, 국정브리핑, 송석안
4. <일기쓰기의 순기능>, 부산일보
5. <일기쓰기 막는 교육부>, 조선일보
6. 석훈이형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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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3] 확장판.. - 해피캠퍼스 내용 MIX

1. 서론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5월 7일 초등학교교사가 학생의 일기장을 검사하는 관행은 아동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양심의 자유 등 헌법에 보장된 아동 인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날 서울의 한 초등학교가 지난해 7월 `시상을 목적으로 한 학생들의 일기장 검사행위'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지를 물어와 이같이 판단했다며,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게 일기검사 관행을 개선하고, 일기 쓰기 교육이 아동 인권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개선되도록 지도ㆍ감독하라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교육부에서는 인권위의 권고가 타당성이 있다고 보고, 일기를 잘 썼다고 시상을 하거나 강제적으로 일기 검사를 하지 않도록 하는 방침을 세웠으나, 이러한 인권위의 결정에 대해 대다수의 초등학교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반발하는 분위기이고, 사회적으로도 초등학생의 일기장 검사가 인권침해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이에 대해 오랫동안 관행으로 지속된 일기 검사가 왜 지금에 와서 문제가 되는지, 그리고 개인적인 해결방안을 정리해보는 동시에, 과연 이것이 인권 침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해 보겠다.

2. 일기쓰기는 과연 인권침해인가

  일기쓰기는 국어실력을 신장시키는 쉽고 편리한 도구이다. 단순한 의사표시에 불과했던 작문실력이 해를 거듭할수록 향상되어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도 이미 스스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게 된다. 외국어를 배울 때도 급속한 실력증진의 징검다리가 바로 ‘작문’ 임을 감안해 볼 때, 일기의 중요성이 어떠한지는 깨닫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또한 일기를 쓰는 과정에서 자신의 기억을 기록으로 정리해 나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자아성찰의 기능을 하게 되며, 그러한 정신적인 발전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고력이 증진된다.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통한 내적 성장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렇게 기록해 둔 자신만의 이야기는 후에 그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추억의 근원이 된다. 또, 일기를 통해 교사와 어린이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져, 어린이를 바르게 지도하기 위한 밑거름이 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4월 27일 ‘일기를 강제로 쓰게 하거나, 잘 썼다고 상을 주는 일을 하지 말라’ 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일기검사는 아동의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 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4월 7일 교육부에 내린 권고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결정에 대해 반발이 만만치 않은데, 과연 어느 순간부터 일기쓰기에 대한 교사의 지도가 어린이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삐뚤삐뚤한 나의 글씨 아래에 또박또박하지만 따뜻한 선생님의 글씨가 쓰여진 것을 보며 감동한 기억은 누구나 한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그러한 교사와의 정서적 커뮤니케이션은 일기를 쓰며 인권을 침해받는다는 느낌 보다는,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와 답장’ 처럼 설레임과 즐거움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교사의 평가메모를 보며 어린이는 글쓰기에 자신감을 얻는다. 그리하여 말로 하기 어려운 고민도 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상담할 수 있게 된다.
  교사들은 그렇게 어린이들과 정서적으로 함께 호흡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그들을 지도해 왔다. 누가 더 가까운 위치에서 어린이들을 지도하기 위해 고민하고 연구하며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 왔는가? 교사인가, 인권위원회인가? 당연히 교사이다. 교육의 비전문가에게 힘이 실리면 교육은 점점 더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인권위원회가 권고하고 교육인적자원부가 이를 수긍하는데는 정작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의 의견이 빠져있다는 맹점이 있다. 교육의 주체자의 의견이 제외된 권고는 이미 그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
  게다가 교육인적자원부의 이번 지침은 글쓰기를 장려하는 기존의 정책과도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2008학년도 새 대입에서 독서와 글쓰기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교육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강조하는 세계적 추세와도 역행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어려서부터 말하기와 쓰기 교육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미국은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인 SAT에 작문시험을 추가할 만큼 글쓰기를 중요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들어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 주요 대학마다 기처교육 강화를 내세우고 있으며, 그 핵심은 바로 글쓰기 능력 향상이다.
  이번에는 인권침해의 측면을 생각해보자. 사실 초등학생들의 일기쓰기 검사에 대한 인권위원회의 권고는 그동안 우리교육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때그때 정권의 이해에 따라 교육부 장관에 따라 좌지우지 되어왔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체험한 일들이다.
  여전히 기성세대들의 시각은 ‘학생들은 지도와 훈육의 대상’ 이라고 하는데 머물러 있다. 다양성이 요구되는 사회라고 하면서도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그러한 다양성이 용납되지 않는다. 늘 학생들에게는 이분법적인 사고, 좋은 것과 나쁜 것 또는 맞고 틀림이 너무나도 분명하게 강요된다. 하나의 표준을 가정하고 그 틀에 집어넣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요에 의한 일기쓰기는 외형상의 교육적인 효과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아이들의 심리적 발달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일기를 잘 쓰는 어린이는 공부도 잘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일기는 하나의 표준으로 제시되기도 하고, 공공연하게 교실 밖으로도 소개되기도 한다. 일기를 잘 쓰는 어린이들의 경우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덜 할지 모르겠지만, 그 외의 어린이들의 경우에 관해서 일반인들은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
  일기쓰기가 하나의 부담으로 자리한 어린이들은 그 어쩔 수 없는 일기쓰기를 위해서 고백 아닌 고백을 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마음에 상처를 조금씩 받게 되고, 어느  순간 더 이상 상처가 아닌 하나의 일상이 되는 것이다. 늘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단조로워 쓸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어린이들이 분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는데 고민을 하거나 마음을 모으기 보다는, 오히려 그 이야깃거리를 스스로 만들어 내라고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기 ‘쓰기’ 의 강제와 일기 ‘검사’ 의 강제에 인권침해는 분명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아직 정신적으로 성장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그들의 인권침해를 생각하고 그것에 대한 불합리를 주장하기에는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다. 심지어는 일기검사가 인권침해를 가져온다고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상처가 일상이 된다고 했던 것처럼, 이분법적인 사고를 강요하는 학교생활 속에 그들의 사고가 은연중에 기성세대의 훈육방식에 맞게 길들여질 것이라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일기검사, 그것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교사들의 바람직한 일기쓰기 지도가 요구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입장인 나는 일기쓰기에 대하여 찬성이지만, 교육의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역할이 더욱 절실하다. 그들의 결정에 대해서는 대략 4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로는 검사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없으며, 일기를 쓰는 아이들에게 충실한 글쓰기의 기회를 제공해 주지만, 일기쓰기에 관심없는 어린이들의 작문 지도의 문제와, 글쓰기 습관을 기르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두 번째로는 모두 검사를 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계속되어왔던 일기의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지만,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고, 아이들은 임기응변식의 일기, 보여주기 위한 일기를 적게될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로는 일기내용을 보지 않고 써왔는지의 여부만 검사하는 것이다. 이것은 교사가 일기 내용을 보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을 내걸고 검사를 해야할 것이다. 글자수만 채워서 제출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지만, 두 번째 일기의 경우보다 훨씬 더 진솔한 일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로는 두 번째와 세 번째 방식을 주고 어린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몇가지의 방법을 생각해 보았는데, 교육의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교사들은 굳이 우리가 일기검사에 대한 이야기로 왈가왈부하지 않아도 현명하고도 합리적인 방식으로 어린이들을 지도해 나갈 것이다.
  일기쓰기는 쓰기공부의 가장 좋은 방법일 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아주 중요한 공부라고 할 수 있다. 일기쓰기는 잘 쓰건 못 쓰건, 많이 쓰건, 적게 쓰건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습관화 시키는 일이라 하겠다. 따라서 교사의 의도적인 일기검사는 필요한 교육적 행위이다.
  초등학교에서의 일기쓰기 지도는 글쓰기 능력의 향상, 생활반성을 통한 인성지도, 일기쓰기의 습관화 지도를 위해 필수적인 교육행위이다. 다만 고학년 아동의 경우 인권과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교사는 각별한 조심과 신뢰관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래서 동양적인 스승상은 군사부일체라고 하지 않았던가! 교사와 아동간의 신뢰관계가 무너질 때 이미 교사이기를 포기해야한다.
  헌법에는 인간의 기본권인 인권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있지만,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도 명시되어 있다. 교사의 일기검사와 일기쓰기 지도는 교사의 고유권한이요 의무이기에 힘들어도 교사는 아동들의 인성지도와 쓰기지도를 위해 필수적으로 지도해야한다. 일선 교사들은 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의식하면서 새롭게 일기쓰기 지도를 한다면 미래의 동량인 이 나라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글짓기 능력은 확실히 향상될 것이다.
  인권위원회의 시각에서 보면 교사의 강제적 일기장 검사도, 수업시간에 강제적으로 학생들을 교실에 붙잡아 두는 것도, 교사의 교편도, 부모의 회초리도 학생의 인권 침해행위이다. 이는 서구의 편향된 개인주의 시각에서 바라본 인권행위이다. 인권이 극도로 발달된 미국에서조차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아동의 일기 검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교육행위로 보는데, 우리는 인권위원회가 ‘초등학교의 일기장 검사 관행은 아동의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 며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은, 너무 인권이 앞서나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자칫 잘못하면 이러한 조치가 교사의 교육적 행위를 위축시킬까 염려된다.

3. 사회심리학적 분석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의 일기를 검사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관행적으로 실시되던 일이다. 그런데 왜 새삼스레 지금에 와서 이것이 인권침해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는 것인가? 이에 대한 사회심리학적인 분석으로 2가지 원인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집합주의가 강한 한국사회에 개인주의 사회의 가치관이 들어와 충돌하고 있다. 개인주의 사회는 개인과 그 개인이 속한 집단 중 개인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여기며 이러한 사회에서는 개인을 독립적인 존재로 바라본다. 독립적인 관점에서 개개인의 자아는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과의 경계가 뚜렷하고 내부적이고 사적이며 안정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반해 집합주의 사회는 개인보다 개인이 속한 집단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여기고, 개인을 상호의존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상호의존적인 관점이란 자아를 집단과 떨어져서는 생각할 수 없다고 보며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고, 다른 구성원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보는 관점이다. 전통적으로 유교문화가 강한 지배력은 가지는 한국사회는 철저한 집합주의 사회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개개인의 자아를 집단과의 관계 속에서 파악하는 장의존적주의(field dependent attention)가 강하기 때문에 한국사회에서는 집단이 개인의 자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당연시 여겨왔으며, 집단의 조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개인의 사적인 영역이 침범될 수 있다고 생각되어 왔다. 한겨레신문에서 초등학교 교사들에 대해 실시한 ‘일기를 검사하는 이유’에 대한 설문에서 ‘학생을 파악하고 학급을 운영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대답이 56%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학급이라는 ‘집단’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학생이라는 ‘개인’의 ‘사적영역’인 일기가 수단으로 사용되어도 무방하다는 집합주의사회의 관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서구문화와 생활방식이 들어옴에 따라 개인주의 사회의 가치관이 함께 우리 사회에 들어오게 되었고, 전통적인 집합주의적 관점과 개인주의적 관점이 한국 사회 내에 혼재하는 상태가 되었다. 즉, 개인을 집단과의 관계 내에서 파악하는 관점과 개인이 집단에 우선하는,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 존재라는 관점이 함께 존재하게 된 것이다. 초등학생의 일기를 교사가 검사하는 관행을 두고 지금에 와서 이것이 인권침해인가, 아닌가에 대하여 논란이 이는 이유는 이러한 한국 사회의 현실의 반영물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아동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과 같은 집합주의 사회에서는 특히 아동의 자아를 존중하는 의식이 약하다. 인권위의 시각에 동의하던 동의하지 않던, 대부분은 어린이와 인권이라는 단어의 조합을 낯설어했다. 어린이 사랑, 어린이 안전, 어린이 교육 등은 익숙하게 어울렸지만, 어린이 인권이란 표현은 자주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권위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판단의 잣대로 삼았던 ‘유엔 아동권리협약’(UN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동반자살과 같은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등의 예로 설명할 수 있다. 생사여탈권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가 아동에게는 ‘가정’이라는 집단의 이름아래 무시되기가 십상이다. 또한 아동과 교사, 아동과 부모 사이에 권력 거리가 크기 때문에 아동이 자신의 의견을 마음대로 표출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러한 인식을 반성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됨에 따라, 아동의 인권이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교사와 부모에 의해 침해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재고가 이루어지게 되었고, 초등학생 일기장 검사 뿐 아니라 최근 체벌이나 두발제한을 두고 일어나는 논란 역시 아동 인권에 대한 인식 향상이라는 배경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상으로 관행으로 지속된 일기검사가 왜 지금에 와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을 해 보았다. 이제 초등학생 일기장 검사가 인권 침해에 해당되는지에 대해 분석해 보고자 한다.
  첫째, 초등학생의 일기장 검사는 아동의 자아의 형성에 타인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인권침해라고 볼 수 있다. 학생의 일기를 교사가 검사하는 것이 인권 침해에 해당되는지의 여부는 개인의 정체성, 양심과 같은 자아에 타인이 관여하는 것이 인정될 수 있는지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일기라는 텍스트는 그 특성상 자아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기는 다른 어떤 글쓰기보다도 자신의 가장 사적인 내면의 생각들을 서술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일기를 쓸 때 남이 볼 것을 고려하여 솔직한 표현을 하지 못한다면 자율적인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하게 된다. 거짓된 일기를 쓰는 것이 어떻게 자아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인지부조화 이론이란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안전에 대한 욕구로 인해 자신의 행동과 인지를 일치시키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말한다. 즉, 자신의 신념에 어긋나는 어떤 행동을 하였을 경우, 심리적인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이에 따라 자신의 신념(인지)를 행동에 일치되게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가장 손쉽게 개인의 신념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작문이다. 자신의 신념과 다른 내용을 타의에 의해 작문하고 그것을 타인에게 공개하게 되면 자신의 본래 신념을 변화시키게 된다. 가장 사적이고 기본적인 자기관, 세계관을 담는 그릇인 일기에 남이 볼 것을 의식하고 남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거짓된 서술을 한다면, 아동은 자율적으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없게 되며 교사, 또는 어른들의 세계가 요구하는 가치관을 주입 당하게 된다. 따라서 일기를 썼는지의 여부만을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까지 교사가 검사하고 평가하는 것은 아동의 자율적인 정체성 형성을 방해하는 인권 침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강제적인 일기 검사는 편의성을 위해서 개인의 고유한 개성, 가치를 억압하는 권위주의적인 행위로서 아동에 대한 일종의 고정관념이고 차별이기 때문에 인권 침해적 요소가 있다. 위의 각주 (1)에서도 말했듯이 교사들이 초등학생의 일기를 검사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교사가 학급의 돌아가는 일을 알고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편의성을 위해서 개인의 자유를 희생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심리학적으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 개인 권리의 신장보다 엄격한 법과 질서의 확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보수적이고 고정관념과 편견을 지니고 있다.
  어린이 개개인의 개성보다는 그들이 속한 ‘학생’이라는 집단으로 단순범주화 시켜버림으로써 차별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행이 옳다고 믿는 생각이 강할수록 우리 사회에 권위주의가 팽배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초등학생 일기 검사에 대한 나의 생각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초등학생 일기검사가 ‘인권침해’라고 지적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한 찬반 양론이 팽팽한 실정이다.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일기검사가 지나치게 형식적인 관행으로 굳어버렸으며, 개인의 내면을 드러내는 일기를 검사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일기검사가 글쓰기 교육의 수단이며 생활지도에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과거 학창시절 일기를 묶어 문집을 내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며, 소위 인터넷 시대 가벼운 글쓰기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진솔한 일기를 쓰는 버릇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그런데 ‘진솔한 내면’을 표현하도록 가르치는 글쓰기 교육이 학교에서 얼마나 잘 시행되고 있는가? 검사되고 평가되기 위한 일기쓰기는 글쓰기 교육에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된다. 잘 써진 일기라는 것은 얼마나 문장력이 뛰어나고 문단 구성이 잘 되었느냐 보다는 자기 마기를 본다는 생각이 들면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일기란음을 얼마나 솔직하게 잘 표현하였느냐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다. 이것이 일기라는 텍스트가 다른 글쓰기와 구별되는 특성일 것이다. 사실 일기를 쓰는 입장에서, 누가 내 일 겉으로 표현하기 어려워서 마음속에 담아둔 이야기다. 안 그래도 겉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야기인데, 선생님이 보고 무슨 소리를 할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 누가 속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겠는가. 많은 초등학교 학생들은 고학년이 되면 검사용 일기와 진짜 일기를 따로 쓴다고 한다. 필자의 경우, 방학 숙제용으로 두 달 치 일기를 한꺼번에 쓴 적이 많았다. 일기의 내용은 거짓말로 대충 채웠는데, 그 거짓말은 선생님이 봤을 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만한 평범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따라서 올바른 글쓰기 교육의 방향은 학생들이 모범답안에 치우친 글쓰기 대신 자신의 현실에서 우러난 솔직한 글을 쓰도록 돕는 것이 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일기나 편지를 비롯해서 전반적인 글쓰기 자체가 솔직한 표현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단 주제 자체가 ‘통일’이나 ‘애국심’으로 제한되어 있었기에 그 주제가 요구하는 모범답안을 써야 상을 받을 수 있었다. 요즘은 글쓰기 주제가 교과서에 실린 소설들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묻는 등 다양하게 바뀌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전개하는 능력은 턱없이 모자란다. 게다가 ‘수행평가’ 등의 이름으로 점수가 매겨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전개하려고 애쓰기 보다는, 손쉬운 모범답안을 찾는다. 사실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 함양이라는 목적으로 실시되는 대입 논술부터 다들 모범답안을 보고 그 내용을 외우면서 공부하지 않는가. 어쩌면 일기검사라는 관행 자체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솔직하지 못한 글쓰기 문화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기와 편지는 모두 자발적이고 개인적인 매체다. 그렇다면 개인이 마음속에 담은 것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장력에 대한 교육이나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쉬운 일기문학을 읽히는 것과 같은 다양한 교육이 필요하다. 일기검사가 필요하다/아니다 라는 좁은 논쟁 구도를 벗어나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전반적인 글쓰기 문화를 점검해야 한다.
  또한 강제적인 일기쓰기 교육은 일기쓰기의 습관화에 기여하지 못한다. 초등학교 때는 일기를 쓰게 하지만 중학교만 올라가더라도 강제성이 없어지면 일기를 쓰지 않게 된다. 검사받고 평가받기 위해 쓰는 일기는 내면의 고백과 자아의 성찰, 그리고 그에 동반되는 성장이라는 일기의 본래의 의미를 인식 시켜주지 못하고 오히려 일기 쓰기는 재미없고 필요없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게 될 위험성이 있다. 우리나라 성인들 대부분이 초등학교 때 일기쓰기 교육을 받았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일기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기를 쓰는 것은 자신과의 대화이지 타인과의 대화를 위한 통로가 아니다. 초등학교 교사들이 일기를 검사하는 이유에서 2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답변은 ‘교사와 학생의 대화 창구가 된다’라는 것이다. 학생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면 일기보다는 교사와의 편지주고받기가 오히려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일기는 남에게 알리기 싫은 일들까지도 적을 수 있을 때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아동에게도 사적인 영역이 있으며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러한 기본권을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한다. 초등학생 일기 검사의 관행은 집합주의 사회로서의 한국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위에서 분석한 바 있다. 집단주의 사회가 꼭 나쁘고 개인주의 사회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집단주의 사회에서 개개인의 인권이 침해될 소지가 분명히 있으므로, 집단주의 사회의 문제점은 비판받고 개선되어야 한다. 집단주의 사회의 가장 큰 부정적인 면은 개인의 자유가 존중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집단주의 사회에서 교육받고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집단이 개인에 우선한다는 가치관을 갖게 되고, 자연스럽게 상호의존적인 자아를 갖게 되기 때문에, 그러한 점을 문제점으로 잘 인식하지 못한다. 개인주의 사회에서처럼 개인을 완전히 집단과 동떨어진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것은 꼭 바람직하다고만 볼 수는 없는데다가, 그것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나, 사생활의 자유, 양심의 자유와 같은 기본적인 권리의 경우에는 개인이 집단에 의해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기를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을 자유는 사생활의 자유이며, 일기의 내용을 평가받지 않을 자유는 양심의 자유에 해당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기본권이 아동에게는 잘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에 대해서 일기 검사가 이루어졌다면 이것이 인권침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린이에게도 어른과 똑같이 분명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가 존재하며 이를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5. 결론

  인권 침해라는 이유로 일기쓰기 검사를 반대하기에는, 그것이 주는 긍정적 작용이 너무도 크다. 일기검사를 인권 침해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 보다는, 일기쓰기를 통한 교육적, 정신적 유용성과, 교사와 어린이와의 정서적 커뮤니케이션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일기쓰기와 그 지도는 어린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교사들의 몫이지, 비전문적인 위원회가 마음대로 결정하고 권고할 사항이 아닌 것이다. 교육의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 나는 인권침해는 인정하나 일기쓰기는 찬성한다. 그러나 일기 검사및 일기쓰기 지도는 담임교사의 교육적이고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시행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인권이 중요하다’ 는 명제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아무데나 섣불리 들이대는 인권 때문에 어린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남에게 전달하고 글로 표현하는 기초능력이 부족해진다면 이는 국가적으로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인권위원회와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교각살우는 아닌지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논란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사회의 권위주의적 사고의 변화와 인권의식의 향상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이 논란은 환영할 만하다고 생각된다. 초등학생 일기검사는 나름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을 함양하고, 학생에 대한 교사의 이해를 넓히는 역할을 해왔기에 50여년 간이나 지속됐을 터다. 학생들에게 생활을 반성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교사와 학생 간 커뮤니케이션 통로로 기여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교원단체와 교사들이 교육활동을 위축시키고 교육의 자율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는 게 일견 이해가 간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기본권 문제는 늘 최우선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인권 훼손 요소가 있는데도 그것을 먼저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인간다운 삶은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한다고 교사들의 노력과 권위가 손상되는 것도 아니다. 교육 효과와 효율성을 앞세워 인권 측면을 소홀히 하는 것은 선후가 뒤바뀐 처사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는 교육이 되레 보다 더 교육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참고문헌 -

1. 윤태규, 『일기쓰기 어떻게 시작할까』, 보리출판사
2. 네이버블로그(koreaisteins), 「일기쓰기」
3. 송석안, 『인권 앞선 나라도 일기쓰기 한다』, 국정브리핑
4. 「일기쓰기의 순기능」, 『부산일보』
5. 「일기쓰기 막는 교육부」『조선일보』
6. 해피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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