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사병도 영점은 맞춰야 한다는 지침에 따라 아동 둘이 1시부터 영점사격장으로 끌려갔다. 내게 영점사격은 퍽이나 다리아픈 기억(?)이다. 때는 4월, 난 영점사격장에서 클리크만 열심히 수정하다가 결국 실패하고 오리걸음을 하러 가야만 했다. 꾸역꾸역 자갈밭을 꽥꽥거리며 내려갔다가 올라오길 반복하고 나니, 다시 쏠때는 순식간에 표적지 안에 다 들어가 버리더라는거. 허무할정도로 쉬운 영점사격이었지만, 그때는 이등병때였다.

'아 글쎄 짬먹으면 안들어간다니까?'

정답이다.. 익숙해질수록 날카로움을 유지하지 못하고 무뎌지기 마련이다. 아마도 편해지는거겠지. 어제 축소사격 10발 중에 2발만 맞췄던 아픈 추억이 있었기에, '영점을 안맞춘 총이니까!' 라고 아무리 우겨봐도 찜찜한 구석이 있었다.

아동 둘은 모두 합격하고 돌아왔다. 님들하 캐부럽ㅠ_ㅠ 나도 원영이랑 같이 올라갔다. 비오는날에 하는 훈련은 뭘 해도 참 짜증스럽다. 다 젖은 우의를 입고 총이 녹슬까 소염기를 부여잡고 찾아간 영점사격장.

탄알집은 3개인데 그 9발 쏘는 동안 기능고장만 2번이나 났다. 훈련병일때나 소총병일때나 내가 가진 총은 늘 상태가 안좋아서 이제 어느정도 기능고장에 대해서는 이력이 났다. 늘 얼타던 나였지만, 중대장이 보는 앞에서 그럭저럭 무난하게 대처하고 사격을 할 수 있었다. 중대장은 취사병들이 와준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원영이는 시작부터 탄착군 형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사실 나는 기능고장 때문에 우왕좌왕 거리다가 후덜덜거리면서 정작 총은 대충 쏴버렸다. 게다가 덜컥거리는 반동때문에 개머리판 힌지에 총을 쏠때마다 얻어맞아 콧잔등이 찢어지기까지 했다!ㅠ 왼손으로 핏물을 훔치며 다시 조준을 했지만, 힌지에 묻은 핏물은 제법 잔혹했다.

난 결국 클리크만 열나게 수정하고 불합격했다. 아쉽지만 한편으론 다행(?)으로 원영이도 예상을 깨고 불합격했다. 우린 들고있는 총 대신 국자나 삽 따위를 떠올리며 강당으로 돌아와 취사병이 무슨 총이냐며 툴툴거렸다. 우리에게 중요한건 총보단 삽-_-..

강당에선 피나고알배기고이가갈린다는 피알아이를 하고 있었다! 우린 본부라서 안할줄 알았는데, 담당 소대장은 에프엠이었다. 우린 소대장이 드는 손가락에 맞춰서 앉아서 조준하다가 전진무의탁인가 뭐시긴가 하다가 다시 엎드려서 조준하다가.. 를 무한 반복했다ㅠ 비와서 추울거라며 깔깔이 위에 두꺼운 취사복까지 껴입었던 나는, 그 위에 우의까지 뒤집어 쓴채로 추운 강당 돌바닥에서 홀로 덥다고 땀을 찔찔 흘려댔다ㅠ

그때 우리에게 한줄기 빛처럼 강당 문을 열고 들어온 세윤이! 그는 취사병 다음 사격인원 2명이 누구냐며 이제 우린 가도 좋다는 소리에 하마터면 울뻔했다ㅠ_ㅠ.. 우릴 따스히 맞아주는 취사장으로 돌아오면서 비로소 우린 집에 왔다는 생각을 했다. 원영이와 나는 나란히 국삽과 볶음삽을 들고 다시 익숙함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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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ote at 2010/06/01 15:04
권총은 지향사격이므로 영점을 잡나? 하여간 권총은 쏘면 비슷하게 들어간다는 거. 자주 쏴봐야 하는건데.
쏠 일이 별로 없는 취사병, 의무병은 항상 타겟..
이제는 소총보다는 권총을 더 잘 쏠 것 같은 느낌...
민방위도 어느덧 5년차... 소총을 놓은지 5년. 아침에 소집만 나가면 되니... 정말 아저씨라는 단어가 딱 어울릴 듯한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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