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zed under 복병장 취사일기 & written by BOK2
최근에 군생활이 너무 재밌지 싶었다. 희노애락이 모두 그럴듯한 감정 기복의 영고성쇠를 걷듯이 즐거움 뒤에는 고통이 따르고 고통은 결국 다시 즐거움을 찾아다 주고 떠나곤 했다.
취사병을 본의아니게 그만둘지도 모른다. 새로 온 취사병 2명이 조리특기인데, 조리특기가 아닌 인원들 2명을 제거한다는 소문이 자꾸 나온다. 소문은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하면 되지만, 조병장이 계원할 생각 없냐는 진지한 제안에 무언가 일이 꾸며지고 있음을 감지하게 되었다.
갑자기 행군인원에 우릴 넣고 사격인원에 안넣었냐고 성내는 중대장님을 보면서, 무언가 변화가 임박했음을 알게 되었다.
취사병 9명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만티오가 넘어간 인원이다. 본래 총원이 6명인데 그렇게나 초과하게 되었으니 취사병도 행군 넣어라 사격 넣어라 정신교육 넣어라.. 추가될만 하다. 인정.
나랑 우현이, 종섭이, 호영이, 태양왕(;;)은 모두 소총병에 소총중대출신이다. 여기서 2명을 없앤다면 사실상 50%의 확률로 남게 되는 것이다. 이것에서부터 짜증이 비롯된다. 그만둬도 내가 그만둬야 되는거다. 짤리는건 어째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조병장이 나를 스카우트하는 형식으로 데려가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우선적으로 건질 사람이 나였다는 얘기인가?
하지만 취사병으로 살아온 1년이 백지가 되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어딘가에 적응하는 것은 내게 항상 치열한 생채기를 남겨주었다. 더구나 '제거' 되는 형식이라면..
노왕은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면 자기가 떠나겠다고 자기도 이미 마음 떠났다고 하지만, 조리특기자는 아마 제거대상이 아닐 것이다. 취사병들 중에 솔직히 일 측면에서 마음에 들어 남아있는 사람 없다. 고생은 고생대로, 휴가는 없고, 개인시간도 없고, 행군이나 훈련도 내보내는 취사병이 메리트가 있다면 얼마나 있을까.
사람이 좋아서, 군대답지 않게 형동생하는 취사장 특유의 분위기가 좋아서 남아있을 뿐, 그리고 지금은 단지 태양상병이 좋아서 남아있을 뿐인데. 그렇게 날 잡아주던 양왕은.. 휴가를 갔다-_-..
아무래도 양왕이 휴가간 사이에 무언가 터질것 같다. 제거 '될' 거라면 차라리 내가 '지원' 하는 형식으로 떠나가야 모양새는 아름다울(?) 것 같다..
하지만, 이제와서 어딜 가라고..
그동안 고생이란 고생 다하고 어떻게 쌓아온 경력인데, 그걸 하루아침에 신병들에게 줘버리고 쫓겨 가라고? 죽어라고 고생 시켜놓고 이제 토사구팽 시키겠다고? 그럴거면 아예 전역까지 시키지 그래? 내가 고작 일개 병사라서 그런 일 따위야 그저 우습고 귀찮은 일이겠지?
아무 힘 없는, 내 의견 하나 제대로 피력할 수 없는 답답한 군대 안에서 다시한번 지독한 무력감에 빠져들고 있다. 변곡점에 다다랐다. 하지만 내게 생각할 시간을 조금만 더 줘. 어떤 결정을 내려도 군대 안에선 어쨌든지간에 후회할 것 같으니.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다시한번 마음 다잡고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적어도 저는 '일' 이 쉬워서 이곳에 있는것이 아니라 '사람' 이 좋아서 남아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ㅎ
전역하신 분께서 보시기엔 '참 별것도 아닌거 가지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제겐 '지금' 이 현실이니까요ㅎ 지금 당장이 문제인데 늘 내일의 희망만 바라보기엔 너무 지치잖아요.
손해 보는 것이 아니라 손해보는 척 해주는 것..ㅎ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ㅎ
지금도 그 전환점을 지나고 있지요? 뭐 수시로 요동치겠지만... 오르락 내리락 모두 다 지나가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