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사학사의 인식 리포트

어릴적부터 나는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책이나 게임 등 내가 접하는 매체들은 대부분 역사와 관계가 있는 것들이었다. 나는 한국사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동서양을 넘나드는 세계사에도 관심이 많았고, 특히 전쟁사를 좋아했다. 그러다가 고등학생으로 접어들면서 역사를 어려워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국사를 하나의 ‘과목’ 으로 받아들이면서부터 그것이 어렵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국사의 오지선다형에 어설프게 알던 인식이 뒤죽박죽이 되면서 은연중에 그 과목을 멀리하게 되었다. 수능이 다가올 즈음에 나는 한국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슬그머니 국사를 포기하고 세계사를 선택했다. 한국 학생으로써 국사를 필수로 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난이도를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는 나의 어설픈 역사인식이 보기 싫었던 탓이었다.

국사에 비하면 세계사는 최소한 말장난은 하지 않는 정직한(or 단순한) 과목이었고, 결국 좋은 점수로 수능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학창시절의 나의 역사인식은 자존심과의 싸움이었다. 사실 문제를 틀리는 것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2개의 선지를 놓고 고민하는 것은 결코 참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과연 흔들리는 역사인식이었다.

솔직히 한때 국사를 포기했던 학생으로서, 나의 역사인식에 대해서 적는다는 것은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구차하게나마 몇마디 변명을 덧붙여 보고 싶다.

국사는 우리 조상들이 걸어온 길이며, 우리들이 걸어갈 길이다. 한국인에게 국사는 그저 입시를 통과하기 위한 과목이라기보다는 ‘생활’ 이어야 한다. 국사는 틀리지 않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재미없는 학문이 아니다. 국사는 한국인으로서의 역사인식의 기초인 것이다. 수능문제에서 신석기 시대와 구석기 시대를 구분하는 문제는 나오지만, 우리나라를 지켜온 사람들의 업적을 문제에서는 묻지 않는다.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에도 이순신의 업적을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 본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나는 국사를 포기했었다. 그러나 ‘과목’으로서의 국사를 포기했던 것이지, ‘한국인’ 으로서의 국사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이따금씩 사소한 말장난에 속아 문제를 틀리는 사람이었지만, 조상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의 역동적인 모습에 감동하는 한국인이기도 했다.

어느 시대에 뭐가 어쨌다는 ‘암기’ 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래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하는 마음으로부터의 ‘인식’ 이 더욱 더 중요한 것이다. 이것이 내가 학창시절을 통해 정립해온 역사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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