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민은행에서 장병편지공모전 상품 도착. 

중대장 왈 '상도 탔는데 오늘 쏴라' 

but 이래저래 바빠서 결국 못쐈다. 

오늘 면회는 중대장이 토요일 사령이라는 첩보를 받고 기획한 프로젝트. 코드명: 중대장 먹이기 

식신이자 또라이인 중대장은 자기 중대 병사가 면회를 하면 무려 75.4% 면회장에 출몰해서 먹거리를 먹어치운다는 연구결과가 있었으므로, 면회에 임하기 전 부모님을 만나는 기쁨 만큼이나 중대장에 대한 처신으로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질 좋은 고기를 '대단히' 많이 준비하라고 어머니께 부탁드려 놓았기 때문에, 사실 프로젝트는 이미 실시 전부터 반은 성공한 상태였다. 

그동안 중대장과의 끊임없는 악연으로 음식을 다루는 취사병임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찍혀있던 나는, 이미지 개선을 시도해보라는 분대장의 지시를 받고 이번 면회때 조공을 바침으로써 그동안의 원한관계를 탈피하고자 했으니.. 

지휘통제실로 가니 중대장 왈 

'어제 네가 안쏴서 섭섭했다 왜 안쏘나!' 

아놔 이게 중대장이 할 소린가-_-.. 

'제가 대신 오늘 따로 준비를 하겠습니다' 

...ㅅㅂ 

면회장에 도착, 전우조로 따라온 이들에게 10여만원어치에 달하는 고기와 곶감을 들려 취사장으로 보내고, 중대장에게 따로 바칠 조공이 담긴 종이가방을 확인하고서야 안심을 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면회를 즐기고 있는 찰나, 역시나..? 

중대장이 들이닥쳤다. 

'아 안녕하십니까 중대장입니다! 난로 온도가 낮은것 같은데..' 

수선을 떠는 꼴이 역시 식신답다. 조공을 바치라는거지. 

'성복이가 잘 보여야 되는 분이라고 해서요~~' 

어머니께서 직접 건넨 종이가방에 당황한 중대장 (앉아서 먹고가고 싶었을거다) '아니 뭐 이런걸 다..' 연신 싱글벙글. 아버지의 포스있는 얼굴에 감히 같이 앉아서 먹지는 못하고, 난 중대장이 그렇게 얼타는 모습을 처음 봤기에 킬킬거릴 수밖에 없었다. 5분만에 따로 대형 난로가 중대 선임들 손에 낑낑 들려 들어오고, 중대장은 다시 들어와 면회 즐겁게 하시라고 쩔쩔매며(?) 또 물러가고, 당직사관까지 따로 불려와 경례까지 하고가는 '대단한' 호의에 나도 적잖이 당황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면회가 진행되었으나, 글 흐름상 생략 (면회 끝)

지휘통제실로 돌아가니 평소의 그에게서는 절대 볼수 없었던 말도못하게 환한 얼굴의 중대장, 희극적인 그의 모습에서 이미 내게로 다 넘어왔음을 확인했다..ㅋㅋㅋㅋ 

'뭐뭐 들고왔나' 

'책 한권 들고왔습니다' 

갑자기 달려들더니 변태같은 포즈로 내 귀에 입김을 불어넣으며(ㅆㅂ!!) 

'나한테만 솔직히 말해줘~ 취사장에 뭘 갔다놨어?' 

'고기 조금 가져다 놨습니다' 

'알았다 바로 간다' 

먹을 생각에 어찌나 기뻤던지 얼굴만큼이나 까칠한 수염을 내 볼에 한참을 뻑뻑 부비부비 문대고는 나를 놓아줬다. 뭔가 당한(?)것 같은 이 느낌. 하지만 그놈의 이미지 개선, 장기적으로 포상 한장을 계획.. 음~ 참아야지. 

취사장은 그날 고기파티가 펼쳐졌다. 그는 해가 질때까지 고기를 쳐먹더니 욕심을 다 채운듯 만족한 표정으로 지휘통제실로 유유히 사라졌다. 그 이후에도 '다 먹었냐' 는 확인전화가 그의 아쉬움을 아련히 남겨주었다. 

..

씨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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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ote at 2010/05/28 17:18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BOK2 
wrote at 2010/05/30 16:21
워낙 좀 희극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인물이라.. 폭정을 반복하다가 끝내는 마음의 편지로 교체되었던 인물입니다; 인사청탁이나 뇌물에 유난히 약했던 기억이 납니다ㅎㅎ
석영 
wrote at 2011/02/10 12:22
이거 이거 김딸국이 중대장할때 쓴거구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골떄리는 새끼었음.
BlogIcon BOK2 
wrote at 2011/02/10 13:21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땐 정말 피곤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이분 정말 웃긴 사람이었던 듯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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