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zed under 복병장 취사일기 & written by BOK2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이 다시 전개되고 있지만, 가슴 한구석이 꽉 막혀있는걸 알까.
만만해서
만만한건 내 장점이기도 하지만, 때론 치명적인 단점이 되기도 한다. 그런 나와는 참 다르게, 내 바로 윗 선임은 한달 고참이고 나이는 동갑이지만, 코흘리개 아이가 울면서 형에게 이르면 득달같이 달려가 상대를 혼내줄 것만 같은 멋진 사나이다. 그야말로 '만만치 않은 사람' 인 셈이지.
나는 나설 수 있는가?
늘 소시민과 정의의 사도 속에서 고민한다. 많은 경우 소시민이 되어 죄책감을 느끼곤 하지만, 종종 남의 일에 나섰다가 독박을 쓰기도 하고 또 나섰다가 깨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도 나름의 정의는 추구해 왔던걸까. 아니면 그저 유약하고 만만한 '쉬운 사람' 이 공연히 되도않는 '정의' 를 추구하려 했던걸까. 몇몇 사람은 내 내면의 강인함을 모르고 쉽게 폭언을 하거나 주먹을 내지르곤 한다.
하지만 큰 키와 덩치, 우직하게 생긴 이들에게 그들은 갑자기 약해진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이들은 정말 이 세상에 너무도 많다. 나는 강자에게도 약하고 약자에게도 약하지만, 가끔은 겁없이 개기기도(?) 하는 유약한 소시민. 그 소시민은 아버지의 얼굴을 가지고 싶다고 말한다. 아마도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건 아버지의 얼굴에 가득 스민 자신감일거다. 그 자신감이 나를 바로 서게 할 것이기에.
마주친다
이젠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두 사람, 분노나 측은함, 미안함은 어느순간 거세되어버리고, 무표정하게 서로의 시선을 훑고 멀어져 간다.
'만만함' 이 근본 원인이라는 것은 참 가슴아픈 일이다. '편해서' 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편함' 에서 상호존중이 도려내진 것이 '만만함' 이기에, 이제 나는 그 '만만함' 이라는 말을 불쾌하게 생각하려 한다. 어차피 가는 사람은 떠나면 끝이다. 하지만 남는 자에게 상처는 그와 그 주변의 감정 및 관계 속에 화석처럼 남는다.
그날의 모든 일이나 잘잘못을 떠나서, 당신은 늘 나를 '존중' 하거나 '배려' 하지 않았다. 그 뿐이다. 더이상 그대에게 기대할 것이 없기 때문에, 나는 이제 당신을 '남' 으로 명명하려 한다. 3개월동안 함께하느라 고생 많았다. 안녕, 힘겨웠던 나의 어린 선임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