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현대사를 어느 정도 탐구하고 학습하고 있는 것일까? 역사 관련 서적을 죽 둘러보면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단연 조선시대 역사일 것이다. 조선시대의 역사책이 많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만큼 조선시대의 사료가 많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그 시대의 역사서가 상당량 편찬되는 것이고, 읽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격동의 현대사는 어떠한가? 현대사는 우리가 일구어 나가는 역사이지만, 평가하고 연구하는 것은 미래의 후손들의 몫이다. 그러니까 ‘현대사에 대한 역사 판단 과정’ 에 우리는 올라 서 있는 것이다. 아직 현대사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 여부가 부족한 우리이기에, 현대사에 대한 우리들의 평가와 미래의 후손들의 평가는 다를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현대사 인식보다는 후손들의 현대사 인식이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할 것이라는 점이다.

멀리는 친일, 가까이로는 독재와 군사정권까지 우리의 현대사는 심하게 얼룩져 있다. 이 미묘한 과제에 대한 우리들의 판단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6명의 강연자는 현대사의 인물들을 각각 두 명씩 두고 비교 분석하고 있다. 거기에서 우리는 현대사를 몸소 겪으면서 살아오신 그들 세대의 역사인식을 읽을 수 있다. 그들의 역사인식에 대하여 독자들은 또 그들만의 비판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이 책을 접하기 전보다 더 발전적이고 객관적인 역사 인식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항일투쟁의 노선을 주제로 한 김구와 김원봉의 비교를 시작으로, 우익의 타협과 비타협을 놓고 안재홍과 송진우의 비교, 민족국가 건설의 두 가지 길을 두고 여운형과 이승만을 비교하며, 민족주의 사학자 정인보와 맑스주의 사학자 백남운, 그리고 공산지도자 박헌영과 김일성, 마지막으로 진정한 민족주의자를 두고 장준하와 박정희를 비교하고 있다. 현대사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생소함 때문에 읽기를 꺼려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운형과 김일성 등 좌익세력들에 대한 조명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현대사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은 일단 관심이 가는 사람들에 대한 분석부터 읽는 것이 좋겠지만, 그렇게 읽는다 하더라도 어느새 책 속의 모든 인물을 서로 비교 분석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비단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반공’ 의 명분으로, 바람직한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이념이나 사상에 문제가 있으면 그 인물의 조명조차 꺼리던 시절이 있었다. 친일세력은 ‘반공’ 이란 카드를 내세워 색깔논쟁으로 민족문제의 본질적 접근을 방해해 왔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가지는 의의는 더욱 크다. 그동안 분석을 꺼려온 인물들에 대한 자료가 상당량 실려있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독립운동에 지대한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그 색깔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인 여운형, 그의 활동과 진면모를 간접적으로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그리고 이승만과 박정희가 왜 비판해야 할 인물인가를 라이벌과의 비교를 통해 제시함으로써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을 통해 얻게 될 가장 큰 소득은 ‘현대사 인물에 대한 인식의 재정립‘ 일 것이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렇게 인식을 해나간다면, 사회자가 이야기를 마치는 과정에서 내놓는 주옥같은 구절들을 놓칠 수 없을 것이다. 그 중에서 214페이지의 내용을 인용해 보자. [누구 이론이 옳고 그때 누가 어떻게 말을 했는가 하는 것을 기록에 남기는 것이 역사가 아니라, 민중의 삶이 피로써 얼룩져 있는 역사의 현장을 기록하는 것, 그것을 우리 삶의 거울로 삼고,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지표로 삼고자 하는 것이 역사과학을 하는 분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구절은 독자라면 한번쯤은 반드시 음미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제 어느 서점에서나 사회주의에 대한, 혹은 사회주의자들에 대한 책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일각에서는 김일성의 항일활동을 인정하자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대사를 공부하면서 우리가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독립운동은 그 자체로서 독립운동이고, 사상과 이념은 그 이후의 문제라는 것이다. 친일파가 독립운동가로 서훈되고, 독립운동가를 심사하는 자리에 친일파가 끼고, 친일파가 국립대학의 교수가 되어 독립운동가의 동상을 만들기도 했다. 과거 청산의 대상인 이러한 부끄러운 역사 때문에 진짜 독립운동을 했던 독립 운동가들은 독립운동가로 기록되지 못했다. 사상에 가려 왜곡되어 온 역사가 벌써 몇십년 째인가. 올해 여운형이 서훈되고서야 비로소 어긋난 걸음을 바로잡아 가는 듯하지만, 진정으로 현대사를 바로잡는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올바른 역사인식은 바로 우리세대에게 남겨진 숙제이다. 당신에게 올바른 역사인식의 길잡이가 되어줄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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