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재 선생님은 장승깎이로 유명하신 우리 서울고 미술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남들과 확연히 다른 풍모와, 매력을 가졌다. 이두재 선생님은 장승깎이 인생이라고도 할수 있는, 장승없이는 살수 없는 그런 분인 것 같다. 그런 그의 인생에서 나는 매력을 느낀다.

그의 일상적인 말투는 굉장히 유쾌하고 직설적이며, 대담하고 소신이 있다. 그러나, 그의 말투보다 더 끌리는 모습은, 바로 장승깎는 이두재 본연의 모습이다. 커다란 끌과 망치, 그리고 나무만 있으면 언제든지 장승을 만들어낼 그런 모습이다.

그러한 평범하면서도 특이한 장승깎이의 모습은, 다른 고독한 예술가들과 비슷해 보일지 모르나, 그는 19반을 모두 맡는 서울고의 나름 유쾌한; 미술선생님인 만큼, 어느정도 사교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나는 그에 대해 잘 아는게 없다. 중학교때는 스스로 미술을 어느정도 한다..고 생각해 왔지만, 고등학교 들어와서는 이 선생님 아래서 제대로 점수를 평가받아본 적이 없다. 그러나 나는 그 선생님이 주시는 점수를 크게 불평하지 않는다. 그의 경지에서 내려다본 내 작품이 결코 완벽할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생님께도 어느정도의 압박이 들어오기는 한 듯하다. 공부를 잘하는 몇몇 친구들에게는 대부분 만점이 주어졌다. 이미 장래가 예상되는 친구들에게 점수를 잘 주는 것은, 고등학교 사정상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래서 이 또한 나는 눈감아주고 싶다.

얼마전, 도장을 팔때, 이두재 선생님께서 놀라시더니 나를 보고 도장깎이나 하라고 했다. 비록 투박한 말투이긴 했지만, 분명 그것은 칭찬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만점은 아니었다. 그리고 얼마전 그가 직접 판 도장을 보았고, 그제서야 내 점수가 조금 깎이게 된 이유를 알 듯했다.

내 도장에는 생기가 없었다. 그의 도장에서는 생기가 넘쳐흐른다. 부드러운 테두리는 선명한 글자를 휘감아돌며 그 글자를 빛낸다. 그러나 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전형적인 도장을 선보였을 뿐이다. 도장깎이는 예술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글자가 선명하도록 정확하게만 파면 될 뿐이다.

얼마전, 3학년 교실로 헌책을 가지러 갔을때, 친구가 우연히 '조선의 끌' 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그 책은 이두재 선생님께서 쓰신 것이었다. 어떤 3학년 형이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듯 했다. 책 안쪽의 날짜와 도장이 이를 증명해 주었다. 그러나 나는 그 책을 읽지 않아도, 책 속의 이두재보다 더욱 생생한 서울고의 이두재 선생님을 볼 수 있다.

고3, 앞으로 나는 서울고에 다닐 기간이 1년 정도 남아 있다. 그리고, 앞으로 미술시간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억한다. 묵직한 나무가 어느새 멋진 장승으로 변하는 모습을, 그리고 그 장승은 선생님의 투박한 손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그 망치소리는 나의 잡념과 망상을 깨뜨리고 나의 마음을 다잡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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