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왔다.

첫눈을 박재준과 함께 할 줄이야......

커피숍 안에 앉아있다가 창문 밖 눈발에 설렜는가 보다. 남자 둘이서, 술집 대신 커피숍, 그래도 우리 주제는 늘 진지하다. 커피숍 창문 밖, 부둥켜안은 커플의 온기는 제멋대로 나부끼는 이 눈발따위로는 가려지지 않는다, 두 남자는 창문 밖을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커피숍을 나와 내방역에 내린 우리는 첫눈을 함께하기만 한게 아니라 아예 눈길 위를 달렸다. 사박사박 뽀드득뽀드득이 아니라, 그저 물기 가득한 철퍽철퍽소리 뿐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재준이에게 날아온, 국문과인데 아는 오빠한테 물어봐서 번호를 알게 되었다고,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정체불명의 문자에, 괜시리 들뜬 청춘들은 집앞 406 버스 정류장까지 내내 왁왁 소리지르며 날뛰며 달렸다. 그 문자의 주인공은 재준이의 사촌동생이었지만.. (속았다-_-..)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 질투와 부러움과 유쾌함과 분노; 그리고 왠지모를 슬픔이 교차했다. 순수한 청춘이라 칭하고 싶은 유치한 청춘.

나도 어여쁜 여자친구랑 검게 때묻은 질퍽질퍽한 눈길을 양말이 젖고 발가락이 얼때까지 끈적끈적하게 걷고 싶다고...

그렇게 올해는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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