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종이가 우리들 앞에 뿌려졌다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라는 투로
팔랑팔랑 떨어지는 돈
멀어져가는 어린아이

바로잡을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이 되먹지 못한 어린아이의 행동에 대하여
하지만 계도라는것은
본래 퍽이나 어려운 것이다
말도 들어먹는 사람이 있고
들어먹지 않을 사람이 있는거지만
오히려 내 감정만 상할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를 따라가 붙잡았다
그리고 그의 방약무도함에
결국 손이 올라가고 말았다.

고개가 오른쪽으로 완전히 꺾이고
안경은 저만치 나가 떨어졌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볼은 금세 부어올랐다

정신이 반쯤 나간 와중에도
주섬주섬 안경을 주워 가방에 넣었다
먼저 손찌검을 한 사람은 분명 나였는데
사람들이 제법 지나다니는 거리 한가운데
비참하게 쓰러진 사람 또한 나였다

힘들게 시작했던 대학생활이
스펙트럼처럼 한순간에 머리를 훑고 지나갔다

그리고 저 마음이 빈곤한 어린아이의
사고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따로 시간을 내어 만나주고
그의 말을 들어줬던 수많은 시간들은
배은망덕한 주먹질로 돌아왔다.

안경이 나가 떨어진 것처럼
자존심도 저만큼 나가 떨어졌던걸까
나는 이성의 한계점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며
거리의 시선도 잊은채 얼마간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방금 전 자신의 주먹에
자못 의기양양해진
나보다 어린 이 아이의 원초적 본능은
잘못했다는 말보다는
자기합리화와 정당함만을 내세우고
나는 그의 육체적 힘에 붙들린채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불쾌함을 한동안 맛보았다

정당화 될수 없는 정당화를
힘으로 강제하는 세상이,
동생이 형에게 주먹을 날리는 하극상이
군대 뿐 아니라 대학에도 있음을
정말 뼈저리게 알게 해주었다
그것도 나의 터전인 학교 앞 길거리에서
천하디 천한 폭력으로
아주 천박하게.

구경꾼 아닌 구경꾼들은
그저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비단 나에게만 한 행동이 아닌
우리에게 한 그릇된 행동을 바로잡으려 함인데
자신은 상해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의 일이라는 이유로
혹은 경황이 없거나 두렵다는 이유로
그렇게 자신의 일이기도 한 일을
주변인처럼 멀거니 바라보기만 하는
평범한 소시민들의 시야의 끝자락에서 나는
한낱 구경거리로 전락했을 따름이었다.

나이가 먹을수록 늘어가는 책무들은
형 답게, 선배 답게, 신사 답게..
요구하는게 너무도 많은 세상이다
하지만 동생 답고, 후배 다운것을
왜 그들에겐 덜 기대하는 것일까

길거리에서 술과 담배를 하는
한 떼의 불량청소년들을 꾸짖던
한 아저씨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말썽을 피우던 한 학생을 꾸짖던
한 할아버지는
담배를 피우는 여자아이들을 꾸짖던
한 아주머니는
결국 모두 골로 갔다

아직도 폭력이 존재하는 세상
들어먹지 않는 귀를 가진 자에게도
주먹에 힘이 있다면 맞아 부서져야 하는
그런 시덥잖은 폭력성이 존재하는 이 곳은
오늘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나의 어두운 초상이자
부끄러운 대학생활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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