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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나다운 감정,
너무 오랜만에 찾아와 익숙하지 않았던것만 같은
그, 감정.
어릴적에 투명한 풍선같은,
터지지않고 끈적이는 비눗방울같은,
명칭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 냄새가 너무도 선명한데,
고량주는 왠지 그 맛이 나는것 같다
위로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별말없이 내 손 꽉 쥔채로 모래밭을 거닐어줬던
한 아이가 생각났다
왠지 그 아이라면, 이것저것 묻지 않으면서도
날 달래줄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검은 하늘 아래 대기엔
하늘색 물결무늬가 보일듯 말듯 출렁거리고 있다
규칙적으로 다가오고 멀어지는 불빛이
너무도 그렁그렁해서 그만 길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알려주세요, 알려주세요,
왜, 왜....
'아냐 아무일도..ㅎ'
강남역 6번출구
다리가 불편한 걸인의 바구니에
지갑에 있던 초록색 지폐까지 몽땅 다 던져주었다
그 사람은 '오늘 횡재했네..' 하며 고마워하겠지
하지만 어떤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아마 그 사람은 내일도 그 자리에서 구걸을 하고 있을것이다
그의 인생이 자그마한 횡재 따위로 인해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지갑에 있던 초록색 지폐가 대여섯장 없어진다 해서
내 인생이 또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주가가 폭락했다.
그리고 주식 호가창 몇십원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던 나는,
난생 처음으로 걸인에게 적선을 했다
베푸는 만큼 돌아온다는
한 후배의 체험을 똑같이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빨간불, 파란불
하루하루의 등락에 온갖 촉각을 곤두세웠던
그리고 늘 감정적이라는 이유로 절제하지 못했던
내 감정에 대한 망각이 필요했을 뿐이다
완성되지 않은 조악한 감정
그것의 잉여는 향수가 되어 네게 전달됐다
그 향수는 너와 나만이 알고있는 휘장 같은 위장이다.
그래서일까,
이제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