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zed under 추억 만들기 & written by BOK2
수능보기 전날마다 내가 민감한 동물이란걸 느꼈다. 그렇게도 잠이 안올수가 없었다.
그것도 무려 세번이나!! (수능을 세번 봤으니까)
웃기는건 그렇게 밤을 꼬박 새고는 지끈거리는 두뇌를 굴리며 어떻게든 반나절을 꼬박 앉아 치루고 나와서 멀쩡하게 부모님과 식사를 하고, 채점을 하고, 어처구니 없는 결과에 실망했던 것이다.
그것도 무려 세번이나!! (잘본적이 없으니까)
만약에 그날 숙면을 취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곤히 잠을 자고 하늘나라에 계신 할아버지가 꿈속에서 마치 로또번호를 불러주듯이 답을 찍어줬더라면..
사실 나는 잠이 몹시 많다. 정말 오라지게 많다. 심지어 하루 24시간 중 20시간을 꼬박 잠으로 보낸적도 있다! 아프다거나 전날 밤을 샜다거나 하는게 아닌, 일상적인 어느날의 '잠' 따위가!!
허무했다. 그렇게 잠을 자고 일어난 다음날이 상쾌했다면 덜 억울했을텐데. 하지만 20시간의 잠이 불러일으킨 시차는 또한번 나를 침대로 이끌었다. 17시간. 그렇게 순식간에 이틀이 다 갔다.
하지만 잠만큼 행복한 휴식도 없다. 내게있어 잠은 잡념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꿈나라에 문의해보니, 당신에겐 꿈이 없는 잠이 대부분이요, 꿈을 꾸는 경우도 극히 희박하며, 그나마 꿈을 꾸더라도 생생하지도 않은 꿈만을 꾼다며 혀를 끌끌 찼다. (꿈풀이에 따르면 본인이 상상력이 부족한 인간이라서 그렇다고 합디다) 시간은 늘 광속으로 흘러가 눈을 붙인 기억, 그리고 눈을 뜬 기억밖에 없는데, 보이지도 않던 해가 난데없이 하늘에 떠 있다니. 그리고 또다른 어김없이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니.
잠이없는 내일은 결국 모레를 잠식하고야 말았다. 밤새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기말고사를 치룬 뒤 빠져든 잠은, 내가 유보했던 시간의 거진 곱절을 뽑아갔으니. 그리고 사실 잠을 조금씩 깎아먹거나 유보하기엔, 그것이 주는 만족감이 너무도 크다. 잠을 이겨내면서 시험공부를 조금 더 하고, 또는 업무를 좀 더 하고 나서 미뤄둔 잠을 청하는 그 만족감, 사실 나도 그 만족감을 좋아하지만서도, 또 그걸 단숨에 억눌러버릴 정도로 내 일상의 잠은 정말 매력덩어리라니까!!
그래서 잠에게 부탁 좀 하려고 한다. 내 어지간해선 널 미룬적이 없으니, 너도 날 미루지 말아달라고. 아주 어쩌다 잡념이 많아질때, 큰 일을 앞두거나, 걱정이 과할때 등등 그럴때마다 너는 오지 않은채로 불면증만을 내게 보내지 말아달라고.
오늘도 편안한 밤, 깊은 숙면, 그리고 산뜻한 내일을 예약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