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 판매등급 금메달 별다섯 만족도 99%..

'내게 쓸모없는 물건도 남에게는 쓸모있는 물건일 수 있다' 라는 컨셉에서 출발한 옥션 판매 성적표다. 옥션에서 물건을 팔다보면, 정말로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된다. 각지방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접촉하며 겪는 에피소드 중에서 기억에 남는 몇가지만 여기에 소개해 보고 싶다.

1. 역사만화책을 구입하고는 컬러가 아니라며 불만을 누른사람, 이사람 덕에 100%만족률 행진을 달리던 만족도는 이제 다시는 세자리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2. 제주도에서 책을 구매한 분은 도선료가 많이 나올것을 걱정하셔서 도선료를 만원이나 입금하시기도 했다, 물론 그와는 반대로 산간 벽지라서 배송료가 추가되는거 알면서도 2500원 이상은 용납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

3. 서울 내에서만 판다고 했음에도 굳이 강원도 사시는 분께서 주문하시더니 빨리 보내란다. 옷장 가격은 3만원. 용달 배송비는 20만원. 차라리 구매거부 해달라고 부탁해도 '만원만 내면 배송 가능하다' 며 나를 당혹케 하셨다.

4. 105 사이즈를 명시해도 일단 구매하고는 사이즈가 105라며 반품하는 사람

5. 이미 누군가가 산 물건을 자기가 사야겠다고 따지는 사람, 입찰하신분께 구매 우선권이 있습니다.

6. 화면 가득 소모적인 질문만을 채우는 사람. 문자로 질문세례를 퍼붓다가 갑자기 누가 입던 옷이냐고 묻길래 어머니께서 입으시던 옷이라고 하자 '당황스럽다' 며 급 연락두절. 그렇게도 열성적으로 질문하면서 구입하려던 물건 가격은 단 1900원. 아마 통화료랑 문자비가 더 나왔을거다.

7. 수십가지 질문을 마친 뒤 목요일 오후에 발송요청을 넣고는 금요일 오전까지 도착하게 해달라고.. 등기로 부치면 간다고. 지금이 이미 목요일 저녁인데, 서울에서 동대구까지는 죽었다 깨어나도 금요일 오전까지 못갑니다.

8. 나는 쿨한 판매자니까 반품이나 환불요청 다 받아주지만, 사실 사업자도 아니고 민간인인데 내가 무슨 사업자라도 되는것처럼 무료배송 무료반품 무료환불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받아줄테니 제발 택배비라도 좀 보내주세요.

9. 직거래로 자꾸만 유도하는 아줌마. '학생이 뭘 모르는 모양인데~ 다들 그렇게 팔아~' 여자와 오래 통화해 본 경험 없는 나는, 44세 아주머니와 처음으로 10분이 넘는 통화를 나누었다. 근데 아주머니, 대체 사고싶은 물건이 뭔가요. 죄송하지만 전 연애하려고 전화 받은거 아닌데요.

10. 좀전의 그 아줌마 이미 발송한 물건 바로 반품요청. 무슨 이유나고 전화하니 또 사설조를 늘어놓는데.. 반품할 생각 없단다. 그럼 왜요? ?? 지금까지 태어나서 어머니 말고 그렇게 오래 통화해본 여성분은 아주머니밖에 없을거예요. 반품할 생각도 없으시면서 반품요청은 왜 하셨어요..



11. 반품할 생각 없으시면 반품요청 좀 취소해주세요. 반품하실 생각이 생기시면 선불로 택배 부치시구요. '나 취소할줄 몰라. 그리고 반품할 생각 없어!' 그럼 옥션에 전화해주세요.. 구매자님의 의견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구매자님께서 연락을 하셔야돼요.. '그건 학생이 해야지 왜 내가 해?' (폭탄돌리기 공방 후..) 예, 제가 전화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옥션에서는 구매자님의 의견을 모르기 때문에 취소처리 할수 없다는 연락만 세번 왔다. 여전히 반품요청 1은 지워지지 않았다.

12. 좀전에 또 그 아줌마, 난데없이 모든 물건 입찰. 갑자기 왜이렇게 입찰을 많이 하셨나요.. '내가 입찰한것들만 직거래로 사려고!' 아주머니, 이렇게 입찰하시면 그게 옥션으로 물건 사는거예요. '그러면 입찰취소할게!!' 입찰취소요청 메일이 수십통이 몰려왔다. 입찰취소요청은 할 줄 알면서 정녕 반품취소요청은 하실 줄 모른다구요? 전 직거래도 싫고 직거래요청도 싫어요!!

13. 그 아주머니 이젠 딸아이의 이름으로 다시 메일을 보내시며 직거래 유도를 하셨다. 저기 메일 제목명이 제가 보낸 메일에 [RE]만 붙어있네요. 언제나 친절한 판매자가 되기 위해서 참는겁니다. 이젠 그냥 포기하세요. 이미 물건 반 이상을 팔아버렸구요. 남은 물건의 반은 이미 누군가가 입찰을 한 상태이며, 오늘도 어떤 아주머니께서 제가 당신과 실랑이하는 사이 또 10개나 쓸어담아 가셨습니다..

14. 결국 이 아주머니 옥션으로 남은 물건 중 20여개를 한꺼번에 주문하셨다. 이러다가 다 놓치는거 아닌가 하며 즉구를 눌렀단다. 정말로 아주머니 말씀대로 집에 물건이 넘쳐흘러서 걷기만 해도 채일만 하네요.. 대단하십니다.

15. 어머니의 옷을 팔면서부터 아주머니들과의 인연도 계속되었다. 이번엔 또 다른 어떤 아주머니와도 물건 발송을 두고 불나게 통화를 해야만 했다. 나 이젠 좀 젊은 여인네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16. 구입할 생각이 없으면서도 시시콜콜 물어보는 사람들. 궁금한건 사실이지만 어차피 실측한다해도 그 cm를 제대로 어림해서 구입하기는 하는걸까. '75cm요' 라고 말해주면 실제로 어림은 해 보십니까.. 매장에서 파는 옷도 사이즈가 105면 105고, 66이면 66인데. 집에 줄자는 있으시죠?

17. 나와 울엄마, 물건 포장 하나는 기가막히게 한다. 옷은 각잡아서 접은 뒤 1차로 투명비닐에 담고 다시 박스에 넣는다. 아무래도 박스에 아무렇게나 담겨 가는 것보다 이렇게 정성들여 포장하는 것이 훨씬 값어치있어 보이지 않겠는가! 비록 중고라도 말이다. 하지만 재활용함에 던져진 박스에 담기 때문에 박스 자체는 깔끔하지 않다.

18. 시도때도없이 전화하고 문자하시는 사람들. 제가 여러분들 덕에 학기중엔 물건을 팔수가 없습니다. 모닝콜보다 더 피로한 새벽 문의전화, 학교에서 졸다가도 진동에 깨고, 심지어는 봉사활동 중에 한 아이는 업고 왼팔은 또다른 아이에게 잡힌채로 구매자와 통화를 하기도 했다.

19. '하자가 있으면 반품 되는거 맞죠?' 네 하자가 있으면 당연히 반품 되어야죠. 그래도 단순변심에 의한 반품은 슬퍼요. 경매 등록비, 택배비, 안주실거잖아요.

20. 아침부터 전화가 걸려와 단잠에서 깨어났다. 전화를 받자마자 구매자는 몹시 불쾌하다면서 묶음배송 처리를 왜 하지 않았냐고.. 택배비 두번 내기 싫다고.. 저기.. 묶음배송 맞습니다. 제가 직접 포장해서 한박스에 보냈습니다.. 구매결정 잊지 마시구요.



21. 기사님, 금요일날 방문하지 않으시는 바람에 오늘까지 발송해야할 물건이 너무 많네요.. 아무래도 밀대를 가지고 오셔야 할것 같습니다. 기사님 왈, '이렇게 매일 물건을 많이 발송하실 수 있으시면 제게 따로 연락을 하셔서 송장을 받으시고 물건을 발송하세요.. 제 직권으로 좀 더 싸게 해드릴수 있어요.. 언제까지 이렇게 파실 생각이세요?' 방학까지요.. 일단 명함 한장만 주세요.

22. 기사님, 어제 유난히 입찰하신 분이 많아서 아무래도 또 밀대를 가져오셔야 할 듯합니다.. 운송장도 40장 정도 가져오셔야 할 듯합니다.. 발송요청이 난데없이 마흔군데에서 들어왔지 뭡니까..

23. 대구 택배기사분 착불비를 구매자에게 받지 못하고는 내게 전화 화풀이. 물건은 무려 열흘동안 배송중. 물건은 이미 새 주인을 찾아갔는데.

24. 제가 물건 보낸지가 벌써 열흘이 넘어갔습니다. 옥션에 문의해보니 구매자만 구매결정 누른다면 된다는게 아닌가. 하지만 구매자분 내가 전화해서 신신당부를 해도 눌러주시지 않으시고. 옥션 담당자님, 돈이 공중에 떴습니다요. 결국 한참만에 송금을 받기는 했지만 이 이후로 옥션 전용 발송이 아니면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25. 한번은 어머니께서 팔 수 있으면 팔아보라고 했던 나무화병이 덜컥 팔리는 바람에 이를 포장하느라 엄청나게 애를 먹었다. 박스 두개로 이 물건의 양쪽 끝에 붙이고 가운데에 잘라낸 박스들을 이어 연결하고 엄청난 양의 스티로폼으로 완충 부러질까봐 돗자리로 한번 더 칭칭 감은 뒤 마감은 어머니 회사에서 쉽게 구할수 있는 섬유원단으로 한번 더 둘러싼 뒤 지고갈수 있도록 원단띠를 만들어 상하로 두개를 두르고, 가로로는 리본을 네개쯤 달았다 초딩 키만한 나무화병 두개를 포장했지만 포장결과는 냉장고만한 크기가 되었다.

26.나무화병은 화물택배로 팔려갔고, 받은 사람 왈, 당신이 포장을 무자비하게 해서 집에 쓰레기가 산더미라고.. 포장도 포장이지만, 구입하신 물건이 파손되지 않는게 우선 아니겠습니까. 물건은 만족하시지요? 그럼 됐네요 뭐.

27. 물건을 백몇십개를 팔다보니 일일히 설명 쓰기도 귀찮아져서 사진이랑 최소한의 정보만 쓰고는 살테면 사라 대신 질문할테면 질문하라 했더니, 질문과 연락이 미친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잘나가는 쇼핑몰 운영자는 얼마나 피곤할까! 결국 질문 들어올 때마다 물건 하나하나 다시 길이 재고 확인하고 팔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 물건들 모두 세세히 정보를 기록하는것보다는 역시 그냥 팔리는건 빨리 팔아버리고 질문 들어오는것만 답변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2월중에 물량 털고 새학기를 맞이하려면 불성실하긴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구매자의 대다수는 나의 신용만을 믿고 물건을 산다. 옥션토크를 믿으세요!

28. 직거래유도는 싫어요! 어디까지나 좋은 물건, 정직하고 친절한 판매자로 남고 싶네요. 빠른 구매결정과 '만족' 옥션토크 만으로도 저는 행복합니다.

29. 옥션에서 물건을 팔면서부터 저희집 일반쓰레기, 음식쓰레기, 재활용 분리수거는 모두 제가 담당합니다. 오늘도 저는 버려진 박스와 스티로폼, 그리고 뽁뽁이를 주워옵니다..

30. 수익금 전액은 본인의 입신양명에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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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송요청 40건 만으로도 부피가 꽤 된다.
하물며 하루에도 몇백벌씩 파시는 분들은 오죽할까!
어쩌면 그분들은 포장하느라 하루를 다 보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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