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곁을 따라 쭉 뻗은 가로등, 그 가로등들이 갈지자 절음으로 내 곁을 따라 걷고 있었다. 차들은 가로등 귓전을 스치고 내 옆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저 앞으로, 또한 흐느적거리며 사라져 갔다.

고막 가장자리를 두드리는 아이들 소리에, 앞에 앉아있는 푸석푸석한 머리칼을 가진 사내가 하는 목소리가 고막에 들어서지도 못한채 계속 튕겨져 나갔다. 나는 또다시 환청을 핑계로 환각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직설적인 화법에는 이미 신물이 났다. 한번쯤 감동을 실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서장만을 듣는 이야기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그 서장의 전개가 지랄같으면 안된다는 것을, 이전 사람과는 다른 내 측면의 사내는, 내 고막으로 후줄근하면서도 감상적인 이야기를 흘려넣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그곳에는 상대할 수 없는 분열된 자아가 또 있었다. 가르침을 받은 적 없다 하는 사내가, 역설적으로 가르침 받은 그 온갖 끈적이는 비열한 것들을 내 얼굴에 토악질하듯 쏟아냈다. 내가 가진 폭력성의 한계는, 고막을 찢고 들어왔던 그 잔인한 것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는데 있었다. 하지만 나는 꿈에서 깨자마자 머리맡에 둔 펜과 종이로 그 꿈을 기록하는 사람은 아니다.

환각이다. 월등한 성적으로 늘 꼴등중에서도 상꼴등만 고수했던 체육시간의 그 무겁고도 둔한 몸뚱이가 처음으로 고공비행을 했다. 의자와 의자 사이에 날아가 꽂힌 것은 내 몸뚱이였을까, 부서져버린 이성일까.

환각의 쳇바퀴, 한 발자국과 또 한발자국의 걸음은 쓰다. 나의 꼭지를 돌려버린 그날의 너는 죽었다. 그리고 돌아버린 나도 죽었다. 그날의 너는 이제 나의 가숨 속에서 죽었다. 그러나 너의 가슴 속의 나도 죽었다. 너와 나는, 결국 우리는, 모두 죽었다.

너의 말들이 제대로 생각나지 않는다. 하루가 될까말까한 망각, 정상에서 환각으로, 그리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시간, 그 시간을 지워버리는 망각은 잔인하다. 하지만 하는 말마다 도발이요 봉쇄였던 지독한 모멸감은 살아있다. 환각속에서 털어놓는 진심을 진심이라 할 수 있을까. 피해망상은 어느덧 그의 머리를 넘어 나에게로 더럽게 스며들었다. 눈 한번 깜빡이지 않는 그 앞에서, 어처구니 없게도 균등하게 찢어진 두 구멍에서는 썩은 물이 흘러나와 내 시야를 가렸다.

나, 자네에게 다가가 무릎 꿇으리라. 나를 때릴 수 있다던 자네에게 다가가 몸을 맡기리라. 그날의 죽은 나를 부관참시하는 너의 가슴을 네 스스로 치유하게 하리라. 내게는 자네가 말한 그 지독한 이기심 뿐이라 남은 고칠 수 없으니.

내 곁을 스쳐가는 저 차들이 시리다. 팔꿈치에 새겨진 지독한 상처는 언젠가 빗물을 맞으며 후회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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