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느릿느릿한 경주행 열차 안에서 시간 죽이기에 몰두했던 그 시절의 지루함이 낭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 좌철민(22)씨는 짙은 눈썹과는 어울리지 않는 발랄함을 지닌 녀석이다. 녀석의 지론은 무궁화호가 KTX보다 더 저렴하다는 것.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좌: 어디까지왔어?
복: 대전이야.. 자
호: 불편해서 못자겠어!
망: 난 저녁에 타는건줄 알았지
좌: 이렇게 가니까 값도 싸고 얼마나 좋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KTX동반좌석 30,000 (3시간) VS 무궁화호 27,000 (6시간).. 여행을 계획하면서 본인은 줄곧 3천원씩 더 내줄테니 KTX 타자고 홀로 외쳤지만, 못내 3천원이 아까웠던 좌철민(22), 한시간이라도 더 자고자 했던 호빗(20), 논점을 이탈해버린 망둥이(21). 결국 승차 3시간이 넘어가는 시점부터 좌철민(22)은 맹비난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KTX는 벌써 부산에 도착했겠군.. 근데 우리는 이제 대전 지났을 뿐인가.. 좌철민' 좌철민은 바나나우유 4개를 우리에게 내밀었다. 어쨌든 시간은 가더라니, 창틀 위에 놓은 빈 바나나 우유통 사이로 풍경은 제법 빠르게 흘러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6시간의 지루하게 철로를 달린 끝에 우리는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던 부산을, 결국에는 눈앞에 맞이하고야 말았다. 역사에는 설레임(21)씨가 나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산말씨의 새초롬한 여자분이 핸드폰으로 그들의 억양을 주고받으며 내 옆을 지나갔다. 그때서야 나는 이곳이 부산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구사하던 우리 설레임씨도 어느덧 자기네 동네라고 텃세를 부리며 목구멍에서부터 본연의 억양을 끌어내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날의 걸음과 지금의 걸음이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너덧명의 남정네들과 함께하는 부산여행은 어쩐지 수학여행과 닮아있었다. '올 여름에 내려가서 전화번호 무수히 따올게 기대하쇼잉' 호기롭게 자랑하던 철없는 내 친구, 허리춤에 걸쳐맨 튜브를 보고 킥킥거리며 웃어넘기던 추억은 저 바다 빛깔이 되어 쓸려갔다가 돌아오고, 또다시 쓸려가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거리낄 것이 없는, 거침없는 푸른 바다의 차가움, 그리고 그 모든것을 덮어버릴 수 있는 그대들이 있는 세상에서, 소금기 어린 바다내음은, 천천히 잠기는 조리개 사이로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장면, 한장면이 우리에게 따뜻한 추억이 되리라. 차가운 바닷가 앞에 서서 찍은 우리들 사진은 점점 노랗게 물들어갔다. 광안리의 석양을 등지고 우리는 설레임씨의 집으로 향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영강 건너편엔 고층 아파트가 무리지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강물의 흐름에 뒤섞여 반사된 빛의 덩어리들이 이글거리는 모습을 보며, 강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의 부산여행 첫날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부산여행#2 로 이어집니다..
TRACKBACK ADDRESS
http://sungbok.com/trackback/441 관련글 쓰기
이름 :
비밀번호 :
홈사이트 :
비밀글 :
*1  ... *357  *358  *359  *360  *361  *362  *363  *364  *365  ... *560 
count total 378,682, today 6, yesterday 142
rss

전체 글 보기
추억 만들기
보낸 편지함
SB 행복투자 펀드
복2의 재테크 테크닉
복병장 취사일기
리포트 공작소
씨알 텍스트
성복닷컴 작업 노트
글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