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zed under 추억 만들기 & written by BOK2
요 며칠간 틈나는대로 옛날 홈페이지와 여기저기에 끄적였던 글들을 모아서 포스팅했다. 컴퓨터에만 앉으면 손가락에 쥐나도록 포스팅 포스팅.. 또 포스팅. 난 결국 그것들을 이곳에 모으는데 성공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며칠전부터는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잘라낼 것은 잘라냈다.
그간의 기억, 감정의 흐름들을 끊임없이 활성화 시켜주는 방대한 양의 매개체들. 혹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엔트로피를 넷상에 이렇게 뿌려놓는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것들을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건, 어찌보면 집착일지도 모른다는 지적.
하지만 이것은 내게 있어 결코 놓칠 수 없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요지경같은 내 삶의 단편을, 불확실한 두뇌에 의지하지 않고 기록으로 덜어내 저장해 두는 것은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
어차피 다 내 두뇌에서 나오는 것들이기에 딱히 '심의' 할것도 없지만, 그래도 정기적으로 되새김질 해보면, 그 안에는 신기하게도 변화하는 내 자신, 내 가치관이 있다. 그 심의에 부합하는 글들만을 모은 집합소는 바로 이곳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니기도 하다.
글을 정리할 때마다 느끼는건데,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항상 달랐다. 이전의 기준에 부합해서 공개로 두었던 포스팅을 또 어느순간에 읽고는 닫아버리고, 또 어떤 잠긴 글은 지금 보기엔 남이봐도 그럴듯 하다 여겨 열어놓고는, 무슨 괜찮은 글 하나 찾아낸 양 홀로 흐뭇해 하기도 한다.
아주~~ 상투적인, 그 밥에 그 나물이 한바가지 담긴 비빕밥 그릇이 있다고 치자. 그 비빔밥에 밥숟갈을 쑤셔넣고 이리저리 헤집어도 결국은 그 비빔밥이 그 비빔밥이요, 그 밥은 그 나물이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집합소' 는 바로 이곳이면서도 때론 해체장소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비빔밥 뒤섞는 것처럼 그닥 의미는 없지만.
며칠전에는 멋드러진 글상자 한짝 들여놓겠답시고 인터넷에서 책을 와장창 주문했다. 지금까지는 늘 그 책들이 머리속으로 스며들기는 커녕, 책꽃이나 서재에서 기다리다 못해 색이 바래기까지 했는데. 과연 언제쯤 독서다운 독서를 하고, 마음의 양식을 얻으며, 나만의 정립된 세계관을 가질 것인가.
책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즘 책들은 내용 이상으로 디자인에 목을 매서 가격에 도무지 인심이 없다. 그 디자인과 고급스런 종이재질까지 모두 가격에 포함되는 것일테니, 구매한 가격만큼 내 머리에 들어온다면, 그건 사치일수도 있겠지. 나는 책의 내용을 사고싶은 것이지 디자인을 사고 싶은 건 아니다. 사실 책값 반 만큼의 가치만이라도 내 머리가 이해하고 반응해 준다면, 아마 이 책들이 한번도 제대로 읽히지 않았다며 군대 관물대까지 따라오지는 않을 것이다.
가치관이 변해가는 것도 결국에는 시간의 흐름에 기인한다. 세상에 나이를 헛먹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기억이 휘발성이라고 해도 1년 365일의 잔상은, 구불구불한 두뇌 사이사이에 종이조각을 말아 꾸겨넣은 것 처럼이라 할지라도 남을 수밖에 없다. 사실 이렇게 단정하면서도 내가 허송세월을 사는 것은 아닌지 늘 고민한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물들이 이곳을 채우고 있다.
2007년의 끝자락에는 또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그때는 지금의 이 찜찜한 마음 없이, 기쁜 마음으로 세숫대야만한 비빔밥그릇 바닥까지 수저로 벅벅 긁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