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지금의 이런 느낌을 갈무리해서 책갈피처럼 꽂아둔 뒤, 훗날 다시 열어보면, 그때의 그 감정처럼, 지금의 이 감정 역시 아무것도 아닐 것일테지.

세상은 늘 먼저 터놓는 자가 손해를 보게된다. 나는 입이 무거운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나는 시간과 시점의 움직임이 가져다주는 마술 속에, 단기적인 감정들과 장기적인 감정들이 개별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심지어는 개개의 감정들이 동시에 존재할 수도 있어서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 너희들 말처럼 그간의 나의 삶은 과연 건조한 삶이었다. 너희들이 내게 가져다준 개별적이면서도 특별한 공감각적인 것들, 나는 어쩌면 너희들에 의해 시험대에 오른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가닥 행복 뒤에는 한가닥 아쉬움이 자리하고 있다. 한가지 만족의 이면엔 충족되지 않는 그 무언가가 있다. 넌지시, 혹은 직접적으로 내게 물어오는 너희들에게, 나는 그 어떤 진실도 알려줄 수 없다. 내가 품고 있는 생각이 진실인지, 우선 나부터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이렇게, 훌러가는 시간, 그렇게 얼마 뒤, 한참의 세월이 지나고 나면, 미래의 나는 무언가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현재에 충실하지 못한 내게, 미래의 나는 이미 후회할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현재의 내게 충실하기 보다는, 결국 미래의 내게 사과를 하고야 말 것이다.

지금은 그저 웃고 떠들며 술잔을 기울이고 싶을 뿐이다. 며칠 전, 함께 술자리에 있었던 친구에게 너무 고마웠다. 현재의 나는 앞으로도 한동안 혼란스러워야 할 듯 하다. 천박한 글솜씨는 고급스러운 감정을 새길 수 없다. 다만, 훗날 이 글을 통해 지금의 이 감정을 돌이켜 되새김질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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