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문틈에 네번째 손가락이 끼었어.

손톱 아래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던, 빨간색으로 예쁘게 물들여줄 것만 같았던, 그래서 검게 굳어갈수록 억지로라도 웃어보고 싶었지만, 무엇하나 제대로 되는것은 하나도 없었어. 삶은 곧 단조로움을 향해 가고 있었어. 걸음을 늦춰가고 있었어. 점차 정지되어가고 있었어.

찾아가고 싶지 않아도 결국 찾아가고야 마는, '도데체 나란 무엇인가' 따위의 본질적인 의문. 그리고 내가 바로 서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늘 같은 결론.

모든것이 부질없어 보이는 요즘. 웃음이 늘어갈수록 슬픔도 깊어지는 것일까. 조각난 인생관이 가져다 주는 것은 결국, 선명했던 기억들을 소리없이 긁어간 뒤 남는 상처 뿐이었지. 스스로를 반추할때의 그 상투적인 질문과 대답, 그 의미없는 반복을 돌이켜볼 때, 남에게 감정을 드러내는 것 만큼, 나의 감정을 돌아보는 것 또한 바보같은 짓일 거야.

매일같이 자라나는 손톱의 대열을 따라 검게 굳었던 피멍도 조금씩 끌려 올라오고 있어. 어느날 갑자기 새겨진 그 피멍은, 끊임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폭포처럼, 차츰차츰 잘려 나가겠지. 그런데 그 검은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면, 왠지 심심할 것 같아. 정체된것만 같았던 내 몸의 끝에서, 움직이던 네가 점차로 사라져 갈 것을 생각하니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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