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심부름을 하는 길에 예전에 가지고 있었던 통장을 해약하기로 마음먹고 길을 나섰다. 심부름을 다 마치고 은행에 들러서 통장 해약을 하려는데 비밀번호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친절한 아가씨의 도움으로 비밀번호 변경을 해서 무사히 해약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1,403원밖에 들어있지 않았던 통장의 잔액이 20,300원이나 되는 것이었다. 나는 통장정리를 하도 안해서 액수를 잘못 계산한 줄 알고 일단 은행에서 나왔다. 그런데 명세서를 펼쳐 보니 20,300원이 아니라 고작 2,295원이었던 것이었다.

처음엔 좀 당황했지만 이내 기분이 좋아졌다. 어쨌든 18,000원이나 횡재를 한 것이 아닌가! 난 여태까지 살면서 길거리에서 단 100원도 주워본 적이 없었단 말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정당하지 못한 내가 부끄러워졌다.

'18000원을 가지고 은행에서 집으로 전화하면서 고객을 오라가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일로 그 아가씨는 곤욕을 치를 것이 틀림없었다. 게다가 일일 정산을 할때 맞지 않을 액수때문에 다들 일찍 퇴근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럼 앞으로 나는 은행에 갈 때마다 괜한 죄의식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자 나는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지갑에 넣었던 이만원과 해약된 통장을 그대로 들고 나는 다시 은행으로 갔다. 1403원짜리 통장을 해약하는데 번거로운 비밀번호 변경서류까지 해결해준 친절한 그 아가씨를 힘들게 하고싶지는 않았다. 나는 자초지종을 다 설명해 주고 돈을 돌려드렸다. 그 아가씨는 물론이고 청원경찰 아저씨까지 내게 거듭 감사하다고 했다. 좀전에 쥐었던 이만원보다 지금 쥐고 있는 이천원이 훨씬 더 가치있는 돈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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