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보는 불꽃축제에 적잖이 설렜나보다. 이번주 내내 매일 할 일이 넘쳐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초인적인 힘으로 교정지 감수를 전부 마치고 택배 발송, 다량의 참고문헌과 논문을 동원해서 겉만 화려한 졸업 논문 계획서도 쓰고, 경영학과에서 매번 나오는 자잘한 과제들도 하고, 학교 축제의 끝자락까지 공부만 한 것이 못내 아쉬워 한시간 반 가량 과방에서 폭풍음주를 한 것까지, 모두 금요일 하루에 일어난 일이었다. 토요일에는 어떻게든 불꽃축제에 가리라 마음먹은 힘은, 놀랍게도 아홉시에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짧은 시간이나마 고학번들의 친목도모를 가능케 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햄버거와 음료수를 싸서 여의나루로 향했다.

해 지기 전부터 이미 장사진을 넘어 밀집대형을 이루고 있는 여의나루의 지대는 잔디밭과 아스팔트보다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적당히 한시간 가량 자전거를 타면 자리잡기는 크게 문제가 없겠거니 하며 우리는 한적한 방향으로 자전거를 내달렸다. 그렇게 한참동안 씽씽 자전거를 타고나서 자리를 잡으려고 보니 사람들은 이제 콩나물처럼 여의나루를 메우고 있었다. 화장실의 입구부터 늘어선 줄마저 장관일 정도로 시민공원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모두들 불꽃축제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었고, 우리는 돗자리 대신 작은 담요를 깔고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 마냥 제법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여의나루의 그 어떤 화장실도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만원인 이 상황에서 나는 여자친구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여의나루역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이리저리 사람들에게 떠밀리면서 여의나루역에 진입하지도 못한 채 도로 한복판에서 씨름을 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역을 그대로 지나쳐 아파트 단지 속까지 들어가 그 안에서도 만원인 화장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폐쇄된 도로에서 모두가 여의나루를 향해 진군하는 과정에서 홀로 그들을 비집고 역주행하는 장면은 과장을 조금 보태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얼마 안되는 적은 수의 경찰과 의경들로는 유지가 되지 않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도로에서 파도타기를 하며 다시 여의나루로 진입하는 과정 또한 결코 순탄치 않았다. 대략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풍경을 찾아 그녀가 앉아있는 장소로 가고자 했지만,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한 사람들과 평범하고 연속적인 풍경 속에서 여자친구를 찾아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전화도 터지지 않았다. 한참을 이리저리 휩쓸리다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남산타워와의 각도, 주변 구조물들을 떠올리며 그녀를 찾고 있는데 갑자기 발 아래에서 까르르 웃는 소리가 났다. '아 못찾겠다 진짜..'하며 답답해하는 목소리를 연신 따라하는 그녀. 난 나도 모르는 새 기적적으로 원래 자리로 돌아와 있었던 것이다.

사진을 찍으면 불꽃축제를 마음껏 감상할 수 없고, 풍경에 집중하면 남는 사진이 없을 것 같아 사진기를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우와우와 탄성을 질렀다. 지나던 길에 우연찮게 자질구레한 불꽃놀이를 본 적은 있었지만 오늘처럼 오직 불꽃축제를 위해 자리를 깔고 앉아본 적은 처음이었기에 더 의미있었던 순간이었다. 무리없는 귀가를 위해 국회의사당 역까지 걸어가서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는 길에도 왠지모를 여운이 남아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화려하게 터지는 불꽃과 적절한 추위는 오늘 그 자리에 함께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시험기간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오늘같은 순간이 있기에 위안을 얻고 또 다시 나를 열심히 살아가게 만들 것이다.

시험공부에 대한 압박 때문에 그동안 블로그에 신경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여자친구를 만날 때가 아니면 모든 시간을 과제와 공부에 올인했다. 그래서 오늘 하루 정도는 편하게 압박감 모두 내려놓고 쉬고자 했고, 그 마음가짐이 잘 유지가 되어 다행이었다. 놀 때 공부할 것을 걱정하고, 공부할 때 놀 것을 아쉬워 한다면, 그보다 더한 비효율이 어디 있을까. 오늘 하루를 위해 나는 지난 한 주간 얼마나 열심히 살았던가. 근래들어 나의 특별한 하루에 대한 자체적인 보상으로 글을 쓰는 것조차 사치인 것 같아 자꾸만 미루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의 일을 미뤄 후에 이 추억을 온전히 글로 재생시키는 못한다면, 지금의 이 따끈따끈한 감정을 잊게 될까 두려워 늦은 밤 이 글을 쓰고 있다. 글이 다소 단정하지 못하고 일종의 습작이 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요리하지 않은 날 것 같은 지금의 이 기분을 살리기 위해 오늘은 퇴고없이 신속하게 글을 띄우고자 한다. 이번 가을학기 축제는 내게는 오늘이었다며, 행복한 하루를 마감하고자 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TRACKBACK ADDRESS
http://sungbok.com/trackback/1428 관련글 쓰기
권용민 
wrote at 2011/10/10 19:38
와 나 여기 작년에 갔었는데,
너네 커플 올해 갔구나 ^ㅡ^

너무 공부열심히 하지말고 좀 놀면서 지내3. 한창일때에 말이3~ 그래야 몇년후에 아 참 학생때가 데이트도 하고 좋았는데 그러짘
BlogIcon BOK2 
wrote at 2011/10/10 20:30
이번주 다음주 내내 미친듯이 달려야해서 일부러 더 시간내서 만났어ㅎ 가보니까 좋더라.. 100만명이나 왔다나 뭐라나.. 그렇게 많은 인파 속에 있었던게 처음이기도 하고, 불꽃놀이도 처음이고.. 암튼 놀랍고 행복한 경험을 했네ㅎ 고맙네!
wrote at 2011/10/13 11:40
수 많은 인파를 헤치고 갈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써....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오셨군요.
가서 보면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생각이 들꺼라고는 머리속으로는 생각하지만.... 몸은 가지 말자고 하네요.ㅎ

폭풍같은 2학기가 흘러가고 있네요.
이 폭풍이 지나가면 한동안 고요하겠지요. 하지만 2학기는 너무 짧다는 것이 폭풍주기를 짧게 만들죠. ^^;

오래간만에 글을 남기는 것을 보니, 바쁜가봅니다.
BlogIcon BOK2 
wrote at 2011/10/14 19:46
와, 복수전공이 생각보다 많이 힘드네요.. 사학과 전공은 공부에 너무 몰입해서 힘들었다면 이번엔 신입생마냥 아무것도 모르는채 공부를 하고 있는데다가 엄청난 양의 시험범위에 휩쓸려서 정신이 하나도 없거든요ㅎ 중간고사가 끝나야 한숨 돌릴 수 있을 듯 합니다.. 기록해 두고 싶은 글들이 많았는데 시간이 없다보니 글감으로만 남은채 현재성을 잃어가고 있네요ㅋ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로 생각하려고 합니다ㅎ
의악 
wrote at 2011/12/10 20:22
사진 잘 나왔다...의악
BlogIcon BOK2 
wrote at 2011/12/11 01:42
의악
이름 :
비밀번호 :
홈사이트 :
비밀글 :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 *567 
count total 400,149, today 25, yesterday 141
rss

전체 글 보기
추억 만들기
보낸 편지함
SB 행복투자 펀드
복2의 재테크 테크닉
복병장 취사일기
리포트 공작소
씨알 텍스트
성복닷컴 작업 노트
글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