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년 간의 익숙했던 풍경이 한 순간에 지난날로 치환될 줄은 몰랐다. 함께 했던 나날들은 그렇게 거짓말처럼 과거형이 되었다. 이렇게 한순간에 내려놓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반년 전, 도망가고 싶다는 그의 말은 그렇게 진실이 되었다. 다시 그렇게 각자는 각자의 익숙했던 자리로 서서히 회귀한다.

2. 맺고 끊음의 순환이 점차로 빨라지고 있다. 진지하고 느린 삶의 양식 또한 점차로 인스턴트식으로 변해가고 있다. 타인에게 주는 정이라는 것도 자꾸만 분절적으로 바뀌어 간다.

3. 정장도 구두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내게 불현듯 다가온 장례식. 젊은 상주가 말한 아이스크림이 그렇게 가슴 시리고 슬픈 말인지 몰랐다. 생이 떠난 육신을 어딘가에 고이 묻는 일은, 절절히 끓는 애틋함을 가슴 속에 묻는 일과 같았다. 장례식장으로 달려가 깊은 고독으로 괴로워할 상주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일, 밤 새워 그의 곁을 에워싼 삶들, 누군가의 죽음은 산 자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어쩌면 죽음은 삶보다 행복한 일인지도 모른다.

4. 할아버지의 제사와 할머니의 팔순, 누군가의 지난날을 기리고, 또 누군가의 장수를 축원하는 일이 이렇게 연속적이었는지 이제야 새삼 깨닫는다. 근래들어 부쩍 삶과 죽음이 잇닿아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삶에 익숙해지는 것은 곧 죽음에 익숙해지는 것과도 같은 말일까. 죽음을 눈앞에 둔 달싹임은 그 자체로 생과 사의 경계에 있지만, 그 동작 또한 삶의 마지막 상징이다. 문득 '죽고싶다'느니 '죽을 것 같다'느니 '죽여버린다'느니 하는, 죽음을 매개로 한 화법들이 삶의 존엄을 훼손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5. '사람'이라는 단어에서 'ㅏ'자를 빼면 '삶'이 된다. 젊은 상주는 아버지라는 '사람'을 가슴 속에 묻고 또다시 '삶'을 이어갈 것이다.

6. 유난히 비와 구름과 바람이 많은 여름이다.

7. 마음 속에 품은 말들은 많은데, 이상하게 글로 잘 풀어지지 않고 자꾸만 이지러진다.

 

..삶, 죽음, 날씨, 글, 마음, 사람.. 뭐든 참으로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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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ote at 2011/08/15 11:21
머리가 복잡해지면 또는 생각이 많아지면, 표현해 내는 방법도 과격해지거나, 아니면 할 수 없게 되죠.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시간들이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숨'이라는 것. 목숨.. 목에 붙어있는 숨. 참 글로 표현하면 단순한 어감이지만, 말로 하면 참 형언하기 힘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단어이죠.

개인적으로 맞이하는 각각의 죽음에서 우리는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찾을 수 있겠지요.

저도 살면서 많은 죽음들을 맞이해봤지만, 가족의 죽음을 제외하고는 훈련중 말년병장의 사고가 기억에 많이 남지요.
당시 병장이었던 저에게도 충격이 꽤 있었습니다. 파견 중이라 다른 포대 소속이었지만, 그런 일이 있어서, 참 우울했지요.

날씨가 뜨거워야 이런 기운들도 날려보낼텐데. 날씨마저 그렇게 좋지 못 하네요.
또 다른 태양을 기다리면서 힘내야겠지요. 으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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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ote at 2011/08/16 13:07
요즘 여러가지 경조사가 연달아 겹치면서 마음이 많이 혼란스럽네요.. 어제는 할머니 팔순잔치를 마치고 외할아버지께서 입원해 계신 인천의료원에 다녀왔습니다. 할머니와 외할아버지 두분 모두 광복절에 태어나셨는데 생신을 맞이하는 장소가 어쩜 이리도 다를 수 있을까 하면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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