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공부 첫머리에 늘 등장했던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

내게 있어 과거로부터 온 소리는 언제나 슬펐다. 결국 나는 어두웠던 과거로부터 애써 현재를 발견해 내야만 했다. 과거로부터의 나는 사학자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퇴보하고 있다. 역사를 제법 안다고 자만했던 어린 기억 앞에서, 고개들지 못하는 현재, 그리고 뒷걸음질..

'역사학이란 무엇인가' 이 책장 한장 쉬이 넘기지 못하는 나는 아직도 수동의 역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의 의지에서 나오는 탐구가 아니라, 단지 학점을 얻기 위한 목적의 역사 연구는 결코 능동적일 수 없다. 그렇기에 '역사를 업으로 삼을 수 있겠는가?' 나는 이 질문에 쉬이 '예' 라고 대답할 수 없다.

다들 중요하지 않은 것에 집착한다고 했었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쓸데없는 미련이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파릇파릇한 동생의 눈부신 시작을 바라보며 단지 군침만 다시고 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재의 후회는 과거의 나태를 다스리지 못한다.

고립적인 방향성을 설정했던 작년, 내가 사학도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그저 잠시의 쉼터일 따름이었다. 그러나 그 방향성마저 사라진 지금, 내가 사학도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그것이 잠시의 쉼터이든, 평생의 보금자리이든, 적어도 대학교 4년간은 피할수 없는 길을 걷는 것이다.

지루했던 3년, 그리고 이제 현실과 타협하고 과거에서 비롯되어온 정신적 무게감을 너희들과 함께 숨쉬며 조금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다면.. 결국 내가 말하는 '점차적인 청산' 이라는 것도, 내 스스로에게 짓눌린 그림자가 다시금 부풀어 오르게 할 자의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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