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학기 4.5의 중압감 때문에 학기 초부터 도서관 노선을 고집스럽게 견지할 수밖에 없었다. 3월부터 엄청난 과제량과 공부량(특히 강독)에 시달렸던 나는 어쩔 수 없이 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고, 더구나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학점관리의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는 상황에서 06 에이스들의 전원 귀환으로 더욱 더 위기의식을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4월초부터 신체적 리듬의 저하와 고질적인 학기 초 적응 스트레스 때문에 도서관행에 대한 고집에 비해 공부량은 많지 않았고, '공부 하는 티'만 팍팍 내면서 정작 내실은 기하지 못하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말았다.

내가 휴학한 사이 1등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삼수빈, 말하면서 암기하는 진기름교수, 2학년 2학기 교직경쟁에서 나를 멸망시켰던 선마, 그 외에도 먹재준커플, 좌우합작통일전선(이하 '좌통전')의 좌철 및 사학과 여집합 일대 제세력들 때문에 이번학기 3학년 대진운은 가히 군웅할거의 시대라고 할 만했다. 여기에 한학자 돼박과 현존최고스펙녀 3J양, 좌통전의 의악, 저번학기 또다른 4.5였던 사운드양, 할망구, 이번학기부터 도서관으로 몰려든 망둥이와 밤꽃까지 3-4학년을 넘나드는 기타 인원들도 본인의 월반으로 인해 전선은 더욱 더 확장되었다.

엇학기 복학으로 인해 들을 과목이 없는 상황에서 본인은 동양/한국 현대사 4학년 수업에 진입한 상황에서 이미 이번학기 학점 획득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경쟁률도 높아지고 '복학생'들의 공부의지를 알고 있기에 적잖이 승부근성에도 자극이 왔다. 이러한 작용으로 인해 전반적인 상승작용이 일어나리라는 생각은 했다. 어쨌든 본인 또한 자칭 전통적 강호(?)였던 터라, 이번학기 수강신청에 상당히 공을 들였고, 그 결과

 

실패했다ㅠㅠ

 

전공은 원래부터 쉬울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교양은 두 과목이 모두 전공급으로 어려웠다. 우선 작년에 내가 고득점을 하게 된 과정에는 교양에서 패스페일과목이었던 진직탐, 5분만에 답안지를 모두 쓸 수 있는 내 인생 최고의 꿀교양 기초한문에 힘입은 바가 컸다.

 

1. 교양

 

1) 인터넷을 이해하지 못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선 디시인사이드에서 교양 최고의 로열젤리로 대표되던 인터넷의 이해가 (적어도 인문학도에게는) 꿀이 아님이 밝혀졌다. 수학 포기 노선으로 대학에 입학하고 현재까지 사칙연산 외에는 수학적 두뇌가 오랫동안 정지되어 온 나에게는 비트와 바이트의 단위 변환과 bps따위가 등장하자 부끄럽지만 참 어렵게만 느껴졌다. 이 와중에 전기와 전파와 관련된 내용과, 끝내 이해할 수 없었던 OSI7계층, 그리고 TCP/IP에 대한 이야기는 나의 광속 암기력을 무장해제시켰고, 결국 그 어떤 내용도 제대로 암기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험장에 입장할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부터 인터넷 세계에서 활동하며 이미 홈페이지 버전 성복닷컴을 태동시킨 바 있는 나로서는 이러한 나의 인터넷에 대한 몰이해로 인한 자괴감을 더욱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html 태그를 작성하는 시간에 끝내 테이블태그를 이해하지 못해 오왕반골에게 굽신거리며 수업내용을 메일로 받아야만 했던 사건은 교직C+ 사건 이후 최고의 굴욕으로 남을 듯하다. (나모 웹에디터는 참으로 좋은 프로그램이었다ㅠㅠ)

2) 유럽의 !기독교! 역사와 문화

일찌기 명지대에서 '역사와 문화'를 수강했다가 본의아니게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 를 듣게 되는 바람에 고생했던 아픔이 이번 학기 재림했다. 사학과 계열 교양이라는 절대우위의 상황 하에서 필승을 다짐했던 본인은, '유럽의 !기독교! 역사와 문화' 를 이해하지 못해 매시간 쩔쩔맸다. 특히 답안지에서 산상수훈의 8복 중에 오늘날 유효하거나 유효하지 않은 가치를 찾아내는 작업은, 본인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사도 바울의 '믿음 소망 사랑 중 사랑이 으뜸'인 이유에 대한 분석은 피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ㅠㅠ) 중세 봉건제를 해석하는 관점과 붕괴된 원인이 그나마 가장 기독교와 관련이 없는 문제였다고 할 수 있었지만, 이 포괄적인 주제가 4문제 중 1문제의 약술형으로 출제되어 펜의 움직임을 저해했다. 사학과 최후의 진정한 기독교 성자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먹재준군의 지원에 힘입어 벼락치기로 대비한 덕에 그럭저럭 시험은 본 것 같으나, 전공 과목에 할애해야 했을 귀중한 시간의 상당량은 결국 이 과목과 함께 사라졌고, 이후의 비극으로 이어졌다.

3) 현대 교양 지식인으로

작년의 패스페일과 한자 4~5급 독음만 외우면 되는 손쉬운 5학점에 비해 이번 교양선택은 나에게 일차적으로 시간 안배를 무너뜨렸다. 게다가 과목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던 점에서 자괴감 및 고통으로 다가왔다. 이 와중에도 좌철은 어떻게 알고 패스페일만 세과목을 수강하며 무려 본인의 첫 시험날이었던 월요일에 모든 중간고사가 끝나는 기염을 토했다. 작년에는 비록 학점은 쉽게 얻었지만 아무것도 얻은게 없었다면, 이번 학기는 교양만 해도 중세 초의 수도원 성자들의 기독교적 노력과, 네트워크가 어떠한 논리로 구성되는지 충분한 공부를 할 수 있어 딸랑 6학점 만으로도 현대 교양 지식인이 된 것 같음을 기쁨과 고통을 동시에 누리기에 충분했다.

 

2. 전공

 

1) 동양사 강독

이번학기 최강의 난이도라고 생각된다. 1학년 1학기때 1학년 전공이었던 이 과목은 그 난이도와 중요성 때문에 3학년 전공으로 올라왔고, 올라온 만큼 난이도도 높아졌다. 많은 사람들에게 '1학년때 들었어야 했다'는 한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자치통감 교재 한 권만 들고 오셔도 이미 모든 내용을 씨줄날줄 엮듯이 꿰고 계시는 최교수님의 파워풀한 지도는, 심지어 시험공부를 하는 당일에도 처음 털리던 날 교수님의 말씀이 생생히 기억날 정도로 그 몰입도가 높았다. 그러나 진도에 비해 시험범위가 훨씬 더 많아서 상당량의 프리스타일 강독이 강제되었던 점은, 늘 파이널 시험대비 노트를 만들며 나름 완벽히 대비하려고 노력하는 나의 의지를 무너뜨렸다. 한 주 내내 매일 시험을 봤던 죽음의 '월화수목금' 중 목요일에 편성되어 체력 고갈 상태에서 시간을 단 하루밖에 할애할 수밖에 없었던 점, 당일날에도 본인의 해석을 스스로 보완하면서 암기해야 했을 정도로 높은 난이도와 준비 부족, 그리고 진도는 실제 시험범위의 1/3밖에 나가지 않아 사실상 2/3의 부분을 처음 읽는 내용을 정리하자마자 시험을 치러야 했던 점, 결정적으로 옥편과 전자사전, 심지어 네이버까지 시험장에서 쓸 수 있는 상황에서 본인의 맛폰은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아 공룡에게 빌린 대사전을 뒤적거리며 1657페이지 따위를 찾다가 시간 안배에 실패했던 점, 그에 더해 강독 시험범위의 내용이 원문이 아니라 약간의 변용된 텍스트라 공황상태에서 불완전한 답안을 작성할 수 밖에 없었던 점 등등... 정말 엄청나게 많은 사유로 인해 결론적으로 망했다. 심지어 발표가 50%의 비중인 상황에서 본인은 이미 첫날 멸망했던 바 있으므로 이 과목에서 고득점을 획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생각된다.

* 2011.04.26 시험 끝나고 첫 수업 날, 갑자기 본인에게 시험 내용 중 하나를 해석하라고 하시더니 자네는 틀렸다고 말하셨다. 뒤이어 본인의 답안지를 꺼내 틀린 해석을 굳이 읽어주심으로써, 강의실 내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ㅠㅠㅠㅠㅠ 교수님께서 본인의 답안을 기대해서 이름까지 기억하고 계셨으니, 더욱 더 정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겠지만, 그래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ㅠㅠ......

2) 동양 현대사

전통적으로 본인은 동양사를 잘 하는 편이었고, 관심도 높은 편이었다. 삼국지, 초한지, 열국지 등에서 시작한 어릴적부터의 역사적 관심이 가장 지속적으로 이어졌던 분야는 단연코 중국사였고, 대학교 이후 중국의 현대사에 대한 나름의 공부와 관심으로 스스로의 역량을 과신한 본인은, 4학년 동양현대사를 수강하는 월반을 저지른다. 동현의 전동현 교수님은 그 함자부터 이미 과목을 상징하듯, 동양 현대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강의력으로 많은 수강생들을 매료시켰으며, 개인적으로 이번 학기 가장 얻어가는 것이 많은 과목이 될 듯하다. 그러나 '얻어가는 것이 많다'는 것은 '외울 것이 많다'는 이야기도 된다. 노트를 정리하다가 그대로 시험을 맞이했을 정도로 범위도 넓고 공부해야 할 분량도 많았다. 대체로 노트 10장 내외로 정리를 완료하는 본인의 파이널 첫번째 버전은 무려 29장이나 되었고, 시간 부족으로 인해 이 텍스트를 단 한번도 미리 읽어보지 못한 상황에서 당일날 그대로 벼락치기에 돌입해야만 했다. 결국 암기를 포기하고 이해하는 선에서 시험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서술형 문제에서 너무도 당연하게 양무운동이나 의화단운동, 태평천국운동, 신문화운동, 5.4운동 등이 출제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출제된 문제는 '근대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해석과 자신이 선정한 것 한가지'로, 참고만 하고 지나쳐버렸던 바로 그 내용이었다! 본인은 이날 기존 많은 서구와 중국 학자들이 벌여온 모든 근대에 대한 논쟁을 뒤로 하고 본인의 근대관을 피력하기에 이르렀다. 시험 대비도 충분치 못했고 답안지도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수업은 매우 알찼던 만큼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3) 한국 현대사

솔직히 표현하자면, 강의 시간동안 한국 현대사 학회의 학술제를 하는 느낌이었다. 발표자가 발제지를 읽는 동안 청중들이 알아서 이해해야 하는 그런 느낌을 강의 시간마다 받고 있다. 받아적을 방법도 없을 만큼 같은 어조로 읽으시다가 한숨을 푹 내쉬는 교수님을 보며 우리도 금방 지치고 만다. 처음 강의를 맡으셨다는 점을 우리도 충분히 주지하고 배려해 드려야 하는데, 화요일 9시 수업은 정말 높은 정신력을 요구하게 된다. 황민호 교수님의 한국사 입문을 역사관의 첫 전환점으로까지 평가하는 본인으로서는, 개인적으로 이 흥미롭고 에너지 넘치는 과목을 힘들게만 가르치고 계신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시험문제를 알려주셨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제대로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지만, 노트에는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말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나열되어 있어서 결국 노트 내용을 포기하고 참고문헌들로 시험 대비 텍스트를 구성할 수밖에 없었으며, 끝내는 반쪽자리 답안이 되고 말았다. 

 

3. 시험은 끝났으나..

 

한국사 제문제를 담당하시는 권영국 교수님께서 많이 편찮으셔서 무려 4월 말까지 전부 휴강이 된 탓에 시험공부에 대한 부담은 덜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부담을 덜고서도 공부해야 할 양은 작년의 그것보다 훨씬 더 많아서, 개강부터 조금씩 꾸준히 준비했고 시험 기간 전주부터는 거의 전시행정을 방불케 할 정도로 집안일까지 포기하고 공부에 집착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시험을 다 썩 잘보지 못했으며 인터넷의 이해는 심지어 망쳐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권교수님의 사상 최고 난이도 + 역대 최고 분량의 한국사 제문제가 기말고사에 들이닥친다면, 본인은 지금부터도 쉴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내일모레 화요일도 동양사 강독은 진도를 나갈 것인데, 나는 시험이 끝난 해방감을 만끽하며 오늘 하루종일 돼박과 놀고먹었고, 새벽엔 이러고 있다. 남아있는 과제들과 발표준비, 그리고 제문제를 포함한 역대 최고 난이도의 기말고사는 반드시 도래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아마도 한동안 공부에 집중하지 못할 것 같다. 기나긴 수면 부족의 시간들과 막판 밤샘 속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던 중간고사에 많은 미련이 남았기에 이렇게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긴 글을 남겼음을 글 말미에 고백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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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청년 
wrote at 2011/04/24 18:52
치열하네요.. ^^
그 치열함 조금 더 연습하고.. 조금 더 성장하세요..
분명 좋은 일들이 가득한 날이 올거랍니다..
BlogIcon BOK2 
wrote at 2011/04/25 01:33
갈길이 멉니다ㅠㅠㅋ 학업 욕심이 이렇게 많았는지 이전엔 미처 몰랐어요ㅎ
wrote at 2011/04/24 20:59
한현은 이해하기가 어려웠을 뿐더러. 시험시간에 비해 공부를 너무 많이했다는 느낌을 받았어
니말대로 동현은 너무 아쉽더라. 수업은 정말 좋았는데ㅜㅜ
BlogIcon BOK2 
wrote at 2011/04/25 01:33
기말에 최선을 다합시다!
후르츠펀치사무라이 
wrote at 2011/04/25 14:37
2011 Summer BlockBuster movie!!!

最後之 汚福同舟 : 無削除版
(The last O-Bok dongju : No mosaic)

주연 : 의악(Mr.汚), 복왕(Mrs.福)
감독 : 悳川
원작 : 悳川, 『汚福之 粉紅星』
후르츠펀치사무라이 
wrote at 2011/04/24 21:51
이오복의 패인 분석
1. 그간 연이은 꿀 교양 수강으로 새로운 황금어장의 부재
2. 반년동안 손을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해이해진 기강
3. 오XX, 이XX 꺼를 굳이 놔두고 손XX 강의 수강
4. 서양근대사처럼 경쟁자가 없는 월반이 아닌, 경쟁자가 많은 과목으로 월반
5. 강력한 신흥세력들의 성장
6. 정설인 오복동주 이론에 기대지 않고 존재하지도 않는 좌우합작 이론에 탐닉
7. 시험기간에 귀가가 잦아, 효율성이 저하
8. 18색기유럽사,서양근대사,한국근세사,한국사제문제,동양사강독으로 구성된 새로운 3학년1학기 강의 편성은 전 학년 전 학기 강의 편성 중 최악의 난이도
9. 310호는 저주받은 강의실
10. He does not have GirlFriend!!
BlogIcon BOK2 
wrote at 2011/04/25 01:34
좌철, 넌 정말 짱이야
wrote at 2011/04/25 23:40
읽는 것만으로도 정말...... 머리가 팽팽 도는군요.

이 많은 것을 머리 속에 넣을 수 있는 것인지 그것이 의문이군요.

그래도 잠은 자야죠?? ^^
BlogIcon BOK2 
wrote at 2011/04/26 17:12
기나긴 수면부족의 시간과 마지막 시험 밤샘으로 체력이 거의 초토화됐었죠ㅠㅠ 주말 내내 골골댔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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