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는 큰맘 먹고 나를 책에서 멀어지게 했던 인터넷을 통해 모처럼 책을 주문했어. 늘 생각하는건데, 인터넷은 나를 책에서 멀어지게도 하지만, 책을 직접 내 손에 전달해 주기도 하더군. 책은 책장에 꽂혀있는것 만으로도 주인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일까. 낡은 참고서들을 몰아내고 로얄층(?)에 촘촘히 내려앉은 새 책들. 그 반짝이는 모습만으로도 마치 다 읽은것 같은 성취감이 밀려오는게 아니겠어? 책장 한번 넘겨보지 않은 새 책들임에도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사실 네가 본 것들은 과장된 장면일지도 몰라. 보여지는 것들을 보는 것도 때론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는데, 보여지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은 또 얼마의 주관이 개입되겠는가 말이야. 지식이 풍부한 것은 결국 내 머리가 아니라 책장인 셈인데, 그렇다면 넌 내 머리를 보았을까 아니면 책장을 보았을까?

모니터 화면이 출력되면 본래 나는 나를 볼 수 없지만, 왠지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는 모니터 화면이 출력되는 중에도 내가 보이는 것 같아. 내가 자판을 두드리면 모니터는 늘 내게 활자로 화답하는데, 결국 그 활자는 모니터에 비친 내 모습과도 같은 것이지. 그래서인지 지금 비치는 내 모습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활자가 정신의 반영이자 내 얼굴이라면, 나는 훨씬 더 많은 책을 읽어야만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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