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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중에 집전화로 걸려온 낯선이로부터의 전화..
(벨소리)
여보세요~
>> 여보세요 거기 00 있나요?
전화 잘못 거신 것 같은데요~ 확인해 보시고 다시 걸어보세요~
>> 아 맞는데?
하하, 아닙니다~~~
>> 아 맞거든요?
(뭔가요) 아닙니다~~~ 전화 먼저 끊겠습니다~ (뚝)
(벨소리)
00씨 집 아닙니다~~
>> 아 맞는데? 전화 번호 좀 불러봐요
(내가 번호를 왜 불러줘야 되나요..) 070-0000-0000이요
>> 맞는데?
아닙니다~~
>> 아니 정말 맞다니까?
죄송합니다 먼저 끊겠습니다..
(뚝)
또 벨소리가 울렸다. 번호를 보니 또 그 사람이다. 받지 않기로 했다. 벨소리가 듣기 거슬려서 세번 가량 종료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또.....
(벨소리)
저기요, 전 00씨랑 관계 없구요.. 전화 계속 잘못 걸고 계신 듯 합니다 하하..
>> 아 맞는데?
(이때부터 살짝 짜증) 저 아세요? 저 모르시잖아요?
>> *&%*&*&^*&$%*&%*&((*
아.. 네 알겠구요.. 근데 전 어쨌든 아닙니다 아니라구요..ㅠㅠ
(뚝)
이때부터 무한 벨소리가 계속 울렸다. 집전화로는 대체로 부모님이나 여자친구가 전화를 걸어왔기 때문에 늘 반가운 벨소리였으나... 나는 더이상 이 벨소리를 기쁘게 감상할 여력이 없었다. 벨이 다시 울려왔지만 계속 종료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그 분의 집착은 상상 이상이어서 잠시도 쉴 틈이 없게 폭풍처럼 수십 통의 부재중 통화 목록을 채워갔다. 헤어진 여자친구가 애타게 붙잡는 전화도 아니다. 하물며 나의 로망(?)이었던 이성의 적극적인 구애도 아니다. 알지도 못하는 한 남자의 미칠듯한 집착이 결코 내게 달가울 리 없었다.
(벨소리)
..........(침묵)
>> .............(침묵)
여보세요..
>> 너 누구냐? 누군데?
..........저 당신이 누군지 모릅니다.. 저는 당신과 관계없는 사람인데요.. 언제까지 거실건가요..
>> 맞을텐데 이 번호가 틀림이 없는데..?
...끊겠습니다..(뚝)
그리고
또다시 벨소리와 종료 누르기의 반복.. 전화가 폭풍처럼 걸려왔기에 벨소리를 무음으로 바꾸려고 해도 전화기 구조상 전화가 걸려오는 중에는 벨소리 변경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 사람은 내가 잘못 걸었다는데 그렇게 많이 걸어놓고 한 번도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법도 없이 왜 이렇게 온 힘을 다해 귀찮게 한단 말인가. 회사에서도 잘못 걸려오는 전화는 종종 받지만 대체로 미안해하고 죄송해한다. 이게 당연한거다. 더구나 한밤중의 집전화인데..
또..
(벨소리)
아 진짜 언제까지 전화걸거야!!!!!!!!! (뚝)
(짧은 시간이었지만 끊임없이 공격해오는 불쾌한 전화가 반복될지 몰랐던 만큼 결국은 격앙되었다)
나 혼자 소리지르고 상대방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바로 끊어버렸다.. 들을 필요도 없었다. 이 사람은 나의 편안한 밤을 방해하고 있으니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있음이라.. 또 걸려오면 그때는 신고를 할까 진지하게 고민까지 했다.
또다시
(벨소리)
>> (다짜고짜) 야이 신발색히야 전화 태도가 신발..
(어디서 욕설이야?... 바로 끊었다)
결국 내가 먼저 버럭한 것은 잘못이었지만 다짜고자 전화를 받자마자 상대방이 욕부터 하는 걸 보면서 고등학교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남자 대 남자로서 분노와 전율을 느껴보았다.. 부글부글..
그 이후로도 끊임없이 전화를 걸어오는 그의 벨소리에 못이겨 결국 배터리를 뽑아버렸다가 10분 뒤에 다시 전원을 켜자마자 수신거부로 등록했다.
이번에는 다른 번호로 또다시 전화가 걸려왔지만 그 번호도 왠지 받는 순간 욕설을 들을 것 같아 다시한번 재빨리 수신거부 처리를 해버렸다. 이렇게까지 00씨와 꼭 통화를 해야만 할 사연이 있다는 것은, 그 여자에 대한 이 남자의 애끓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더이상 내가 '00씨 찾기' 의 희생양이 될 수는 없었다. 다른 번호로까지 또다시 전화를 거는 그의 열정에 찬탄을 금치 못하며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정리해 보자면,
2. 00라는 여자를 보호하고 있는 나를 설득해 00씨와 통화하기 또는 00씨의 행방 추적 시도
3. 자신의 사랑을 거절한 00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웬 남자가 받는 바람에 졸지에 내가 내연남이 된 상황 (나는 00씨의 내연남이고 현재 그녀의 집에서 버젓이 바람을 피고 있다는 그런??)
개인적으로 쓸데없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기 좋아하는 나는 시나리오 자체의 알리바이 부족과 조악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3번 시나리오의 손을 들어주고자 한다. 우선, 남자가 받으니까 떨떠름한 목소리로 00 있냐고 물어보았고, 잘못 건 전화 치고는 초면부터 시비조인 그의 목소리에서 왠지모를 '내연녀 찾기' 또는 '바람난 여친(아내) 찾기' 따위의 퀴퀴한 냄새가 났다.
잘못 걸었으면 대체로 발신자가 먼저 죄송하다며 전화를 끊는 상황만을 경험했던 나로서는, 나와 어떻게든 대화를 시도하려는 그의 태도가 참 석연찮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전화를 잘못 건거면 잘못 건거지 왜 그렇게 당당하고 공격적인지.. 그 남자는 내가 전화 매너가 없다고 욕을 했지만, 기실 매너 없는 것은 한밤중에 수십통씩 가정집(?)에 전화를 건 그 남자다. 심지어 00씨가 맞다고 해도 그 여자도 이 남자의 전화를 받았다면 매우 짜증스러웠을 뿐만 아니라 공포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잘못 걸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그 남자.. 번호 자체를 잘못 알았을 수도 있으니 두세번 잘못 거는 경우면 또 모르겠지만, 그의 비이성적인 집착에서 비롯된 수십통의 전화를 내가 다 받아줄 이유도 없지 않은가. 나를 찾는 전화도 아니면서 '죄송합니다' 하고 끊는 것도 아니고 '맞는데?' 하면서 질질 끌며 우기면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아리따운 여성의 전화라면 감사한 일이지만(응?) 끝내는 질펀한 욕설을 구사하시는 그의 언변에 질려 어쩔 수 없이 생애 처음으로 '수신거부' 라는 것을 눌러 보았음을, 2010년 첫경험 목록에 작은 글씨로 추가해 볼까 한다. 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