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id #124
categorized under 보낸 편지함 & written by BO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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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편지로 부침. 아 글 좀 다듬은 뒤에 보낼걸....;;;
추석 전날 저녁 할머니댁에 가기 위해 동생과 함게 짐을 싸는데, 창밖을 보니 비가 그렇게 많이 오는 것 같지는 않더라고. 그래서 우산을 하나만 챙겨가지고 아파트 밖으로 나오니까.. 아 제법 비가 오는거야. 다시 들어가서 우산을 하나 더 가지고 나오는데 동생이 걸친 외투가 너무 더워보이더라고. 또 다시 돌아가서 갈아입히고 나오느라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사실 가서 무엇을 하고 지내야 추석 잘 보냈다고 소문이 날까 하는 생각에 움직임이 그리 굼떴는지도 모르겠어..
지하철엔 사람이 제법 많았어. 옆에 앉은 두 남자에게서 동남아풍의 언어가 흘러 나오고 있었고, 맞은편에는 겨우겨우 자리를 잡아 앉은 동생이 무표정으로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는데, 날씨 탓인지 지하철에는 추석답지 않은 무표정한 군상들로 가득했어. 왼쪽 귀로 들어오는 동남아어가 계속 오른쪽 귀로 빠져나가고 있는데 돌연 하이톤의 초딩소리가 고막을 긁는거야. 경로석에 떼지어 앉은 초딩의 무리가 지하철 내의 무법을 자행하고 있었지. 지하철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고 매달려서 왼손, 오른손 마치 원숭이가 나무를 타듯 곡예솜씨를 자랑하고 있었어.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던가.. 한 초딩은 묘기를 부리다가 그만 떨어져서는,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울음을 빙자한 고성방가를 지르고 있었고, 나머지 초딩들은 전히 경로석 전체를 휘저으면서 열정을 뽐내고 있었어..
(중략) 한참만에 지하철을 빠져나온 우리는 택시를 잡았어. '성가병원으로 가주세요' ... 택시가 가는 뱡항이 이상하더라. 그럴수밖에. 우리의 목적지는 대성병원 방향이었으니까.
'아저씨, 아 성가병원이 아니라 대성병원으로...'
'어떻게 성가병원이랑 대성병원을 헷갈리나'
아저씨가 좀 많이 어처구니없어 하시는데, 사실 옛날에 내가 자주 드나들던 병원이 성가병원이라서 그만 지금까지도 입에 붙어있었던거야..
(중략) 할머니댁은 의외로 조용했어. 동생들은 pc방으로 게임을 하러 갔고, 작은아버지, 어머니는 작은 방, 아버지는 승하랑 개그프로글 보고 있었고, 그리고 할머니와 우리 어머니는 주방에서 식사를 차려주셨어. 할머니표 사골국과 갈비 한 접시 후딱할때쯤 고모부께서 오셔서 형 100일휴가 나온다는 소식을 전해 주셨지.
'그랬구나.. 벌써 100일이구나'
형에게 그 100일이란 기간이 어떠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에서 의 100일은 너무도 빨랐던거야. '편지는 받았을까?' 형의 군대생활에 대한 안부보다 그게 먼저 떠올랐어.
사촌들은 늦은 새벽에도 pc방에서 그들만의 리그에 열중하고 있었고, 동생은 나를 졸라 그곳에 가자고 했지. 하지만 나는 동생을 데리고 그곳에 가는 대신, 형과 미니카를 굴리던 그 길로 나왔어. 십년전의 기억과 같은 건문들이 시야 양 옆을 채우고, 발 밑에는 미니카가 굴러가던 도로, 좀전까지 내리던 비로 인해 하늘에는 별 하나도 반짝이지 않는 밤, 우리는 오랜만에 모니터 화면을 따라가는 대신, 익숙한 길을 걸었어. 손에는 왕포도알 한개씩 쥐고 말야.
'폴라포는 스포츠 맛이 최고인데, 근데 스포츠맛이 무얼까?'
형에게 이 실없는 멘트를 하면서 키득키득 웃고 싶은데, 형의 웃음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지. 폴라포를 닮은 왕포도알을 빨고 있는 동생에게,
'왕포도알은 아래 깔리는 엑기스가 환상이야'
'어 그래'
동생은 그냥 시큰둥하고.. 그날따라 나의 심심한 몇마디에도 함께 키득키득 웃어주는 형이 무척이나 보고싶은 밤이었어..
(중략) 할머니댁 큰방으로 돌아와 누었어. 북적대는 소리가 나며 동생들이 돌아오고, 그들은 안방을 힐끔힐끔 엿보고는 나의 존재를 확인했을테지. 지금까지 그들인 내게 먼저 아는체를 한 적은 사실 한 번도 없었어. 내가 먼저 워밍업을 해주고, 늘 오리엔테이션 같은 적응 활동이 있은 후에야 친한 기색을 보였으니까. 사실 그럴만도 하지. 성인이 된 나와, 아직 어린이인 그들이 내게 동질감을 가지는 것 보다는 일종의 이질감을 느끼는 것도 어쩌면 당연할테니까. 하지만 그날은 기분이 좀 가라앉은 탓일까.. 그들끼리 어울리게 놔 두고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더라. 그들과 나의 나이차이, 그들 간의 나이차이, 내 동생과 그들과의 나이차이를 생각하는 사이, 내 동생은 그들과 놀러 작은 방으로 건너가고..
'형에게 있어 나는 어떤 존재일까, 내게 형은 어떤 존재일까.. 내가 종종 할머니댁에 가지 않았을때, 형은 어떠했을까..'
사촌 사이는 원래 다 두루두루 친한 법이지만, 그래도 그 친밀도의 우선순위는 있는 것 같아. 마치 형과 내가 막역한 것 처럼 강복형제와 동복형제도 그러하겠지. 그 우선순위는 어쩔 수 없이 나이차이로 결정되는 셈이고 말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동질감처럼 사촌들이 커서 그들끼리 잘 지내는 걸 보면, 왠지 나도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싶고,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고 그래.
다음 명절에도 형이 없을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무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형이 제대하면 그때는 내가 군대에 가야할텐데,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로 한참 뒤에야 즐겁게 명절을 맞이하게 될테니까 말야. 얼마전 귀대전에 형이 남겨준 글 읽고 형 미니홈피에 가 보고 나서, 첫화면에 남겨놓은 부대주소 보고 이렇게 편지를 썼어, 숱하게 받았을 똑같은 내용의 안부편지를 예상하고 일부러 별 이야깃거리도 못되는 추석 전날 얘기만 잔뜩 썼는데, 사실 내가 종이편지를 쓰는게 처음이거니와, 원래 맛깔나게 글쓰는 데는 소질이 없다보니, 읽어도 그다지 재미없을 것 같아서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드는구만. 그래서 나는 그냥 형이 나란 존재를 새로고침 버튼을 누른다는 생각으로 읽어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내 맘대로 생각하려고 해.
첫 종이편지가 연애편지가 아니라 위문편지가 될 줄은 나도 몰랐네 그려. 심지어는 '군대 내의 생활, 안부' 따위도 상투적일거라 생각해서 쓰지 않으려 했지만 지금 이 문장을 쓰면서 물어본 셈이 되어버렸네. 내게 늘 한결같은 모습 보여주는 형, 언제까지나 그 모습 변치말고 후일 즐겁게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나자.
- 형의 웃음소리륻 듣고 싶은 - 사촌 이성복님
추석 전날 저녁 할머니댁에 가기 위해 동생과 함게 짐을 싸는데, 창밖을 보니 비가 그렇게 많이 오는 것 같지는 않더라고. 그래서 우산을 하나만 챙겨가지고 아파트 밖으로 나오니까.. 아 제법 비가 오는거야. 다시 들어가서 우산을 하나 더 가지고 나오는데 동생이 걸친 외투가 너무 더워보이더라고. 또 다시 돌아가서 갈아입히고 나오느라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사실 가서 무엇을 하고 지내야 추석 잘 보냈다고 소문이 날까 하는 생각에 움직임이 그리 굼떴는지도 모르겠어..
지하철엔 사람이 제법 많았어. 옆에 앉은 두 남자에게서 동남아풍의 언어가 흘러 나오고 있었고, 맞은편에는 겨우겨우 자리를 잡아 앉은 동생이 무표정으로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는데, 날씨 탓인지 지하철에는 추석답지 않은 무표정한 군상들로 가득했어. 왼쪽 귀로 들어오는 동남아어가 계속 오른쪽 귀로 빠져나가고 있는데 돌연 하이톤의 초딩소리가 고막을 긁는거야. 경로석에 떼지어 앉은 초딩의 무리가 지하철 내의 무법을 자행하고 있었지. 지하철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고 매달려서 왼손, 오른손 마치 원숭이가 나무를 타듯 곡예솜씨를 자랑하고 있었어.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던가.. 한 초딩은 묘기를 부리다가 그만 떨어져서는,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울음을 빙자한 고성방가를 지르고 있었고, 나머지 초딩들은 전히 경로석 전체를 휘저으면서 열정을 뽐내고 있었어..
(중략) 한참만에 지하철을 빠져나온 우리는 택시를 잡았어. '성가병원으로 가주세요' ... 택시가 가는 뱡항이 이상하더라. 그럴수밖에. 우리의 목적지는 대성병원 방향이었으니까.
'아저씨, 아 성가병원이 아니라 대성병원으로...'
'어떻게 성가병원이랑 대성병원을 헷갈리나'
아저씨가 좀 많이 어처구니없어 하시는데, 사실 옛날에 내가 자주 드나들던 병원이 성가병원이라서 그만 지금까지도 입에 붙어있었던거야..
(중략) 할머니댁은 의외로 조용했어. 동생들은 pc방으로 게임을 하러 갔고, 작은아버지, 어머니는 작은 방, 아버지는 승하랑 개그프로글 보고 있었고, 그리고 할머니와 우리 어머니는 주방에서 식사를 차려주셨어. 할머니표 사골국과 갈비 한 접시 후딱할때쯤 고모부께서 오셔서 형 100일휴가 나온다는 소식을 전해 주셨지.
'그랬구나.. 벌써 100일이구나'
형에게 그 100일이란 기간이 어떠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에서 의 100일은 너무도 빨랐던거야. '편지는 받았을까?' 형의 군대생활에 대한 안부보다 그게 먼저 떠올랐어.
사촌들은 늦은 새벽에도 pc방에서 그들만의 리그에 열중하고 있었고, 동생은 나를 졸라 그곳에 가자고 했지. 하지만 나는 동생을 데리고 그곳에 가는 대신, 형과 미니카를 굴리던 그 길로 나왔어. 십년전의 기억과 같은 건문들이 시야 양 옆을 채우고, 발 밑에는 미니카가 굴러가던 도로, 좀전까지 내리던 비로 인해 하늘에는 별 하나도 반짝이지 않는 밤, 우리는 오랜만에 모니터 화면을 따라가는 대신, 익숙한 길을 걸었어. 손에는 왕포도알 한개씩 쥐고 말야.
'폴라포는 스포츠 맛이 최고인데, 근데 스포츠맛이 무얼까?'
형에게 이 실없는 멘트를 하면서 키득키득 웃고 싶은데, 형의 웃음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지. 폴라포를 닮은 왕포도알을 빨고 있는 동생에게,
'왕포도알은 아래 깔리는 엑기스가 환상이야'
'어 그래'
동생은 그냥 시큰둥하고.. 그날따라 나의 심심한 몇마디에도 함께 키득키득 웃어주는 형이 무척이나 보고싶은 밤이었어..
(중략) 할머니댁 큰방으로 돌아와 누었어. 북적대는 소리가 나며 동생들이 돌아오고, 그들은 안방을 힐끔힐끔 엿보고는 나의 존재를 확인했을테지. 지금까지 그들인 내게 먼저 아는체를 한 적은 사실 한 번도 없었어. 내가 먼저 워밍업을 해주고, 늘 오리엔테이션 같은 적응 활동이 있은 후에야 친한 기색을 보였으니까. 사실 그럴만도 하지. 성인이 된 나와, 아직 어린이인 그들이 내게 동질감을 가지는 것 보다는 일종의 이질감을 느끼는 것도 어쩌면 당연할테니까. 하지만 그날은 기분이 좀 가라앉은 탓일까.. 그들끼리 어울리게 놔 두고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더라. 그들과 나의 나이차이, 그들 간의 나이차이, 내 동생과 그들과의 나이차이를 생각하는 사이, 내 동생은 그들과 놀러 작은 방으로 건너가고..
'형에게 있어 나는 어떤 존재일까, 내게 형은 어떤 존재일까.. 내가 종종 할머니댁에 가지 않았을때, 형은 어떠했을까..'
사촌 사이는 원래 다 두루두루 친한 법이지만, 그래도 그 친밀도의 우선순위는 있는 것 같아. 마치 형과 내가 막역한 것 처럼 강복형제와 동복형제도 그러하겠지. 그 우선순위는 어쩔 수 없이 나이차이로 결정되는 셈이고 말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동질감처럼 사촌들이 커서 그들끼리 잘 지내는 걸 보면, 왠지 나도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싶고,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고 그래.
다음 명절에도 형이 없을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무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형이 제대하면 그때는 내가 군대에 가야할텐데,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로 한참 뒤에야 즐겁게 명절을 맞이하게 될테니까 말야. 얼마전 귀대전에 형이 남겨준 글 읽고 형 미니홈피에 가 보고 나서, 첫화면에 남겨놓은 부대주소 보고 이렇게 편지를 썼어, 숱하게 받았을 똑같은 내용의 안부편지를 예상하고 일부러 별 이야깃거리도 못되는 추석 전날 얘기만 잔뜩 썼는데, 사실 내가 종이편지를 쓰는게 처음이거니와, 원래 맛깔나게 글쓰는 데는 소질이 없다보니, 읽어도 그다지 재미없을 것 같아서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드는구만. 그래서 나는 그냥 형이 나란 존재를 새로고침 버튼을 누른다는 생각으로 읽어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내 맘대로 생각하려고 해.
첫 종이편지가 연애편지가 아니라 위문편지가 될 줄은 나도 몰랐네 그려. 심지어는 '군대 내의 생활, 안부' 따위도 상투적일거라 생각해서 쓰지 않으려 했지만 지금 이 문장을 쓰면서 물어본 셈이 되어버렸네. 내게 늘 한결같은 모습 보여주는 형, 언제까지나 그 모습 변치말고 후일 즐겁게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나자.
- 형의 웃음소리륻 듣고 싶은 - 사촌 이성복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