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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개강하면서 수능을 마친 동생에게 그동안 쓰던 문제집들을 권당 500원에 모두 사들였었다. 책 수량이 무려 100여권에 육박했던 고로 총 5만원을 지불하고 동생과 거래를 마쳤다. 동생은 공돈이 생겨서 좋았고, 나는 수익률을 올릴 기회가 생겨 좋았다. 알라딘에서 문제집들 외에도 삼국지나 수호지, 사기 등 전집류를 판매했고, 한동안 알라딘의 플래티넘 회원으로 군림하며 용돈을 버는 재미에 한동안 편의점을 들락날락했다.
군대에 다녀온 사이 포스트박스라는 기계가 본격적으로 편의점에 깔려서 이제는 더이상 택배기사가 집에 와서 물건을 수령해 가도록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물건을 들고 편의점으로 찾아가 택배를 부치면, 빠르면 익일에 배송이 완료될 정도로 준퀵급(?)의 스피드를 자랑했다. 한동안 등교할 때마다 물품이 담긴 박스를 들고 집을 나서야 했지만, 어차피 안볼 책들을 현금화하는 재미에 종종 전집류 때문에 무거워 낑낑대면서도 꾸준히 발송을 해댔다.
친구 중 몇몇은 중고책을 돈으로 맞바꾸는 맛을 깨닫고는 한동안 나의 지원으로 걸음마를 시작하더니 현재는 다들 자립했다.
한 학기가 지날때쯤 되자 100여권에 달했던 책들 중 안팔린 것은 어느덧 8권으로 줄어있었고, 새로 책들을 등록하면서 이전의 옥션 장사를 떠올렸다.
사파이어 등급 이후의 스크린샷은 찍지 못한 탓에 현재는 다시 동메달에서 시작하고 있지만, 기록으로 남아있는 판매수량과 만족도가 과거의 영화로움(?)을 증명해 준다. 2007년 한 해동안 수익도 무던히 올렸기에 그 비결을 묻는 친구들도 있었다. 사실 비결이랄 것도 없었다. 난 그저 사람들이 사려고 했기 때문에 팔았을 뿐이다. 중고로는 제일 무난한 옷과 책부터 심지어 고장난 휴대폰이나 불타버린 그래픽카드까지..
처음에는 반신반의 하셨던 어머니를 설득했던 말은 이러했다.
'어차피 의류함에 넣고말 버릴 물건이잖아요, 그거 택배기사가 수거해 가고 나중엔 돈까지 쥐어주는데, 버릴 옷이면 저 주세요, 제가 팔게요'
어느순간 세탁기, 런닝머신, 옷장까지도 가리지 않고 팔기 시작한 나는, 배송비 따위의 부대비용만 극복할 수 있다면 세상에 팔지 못할 물건은 없다고 확신했다. 신기한 일이었다. 홍보에 돈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추가비용은 등록비나 수수료 뿐인데, 심지어 종종 실제 구매가격보다 더 비싸게 헌 물건을 팔 수 있다니. 전문적으로 중고 물품을 사고파는 사람의 수익은 얼마나 될까 하는 관심이 생길 정도였다.
어쨌든 또다시 옥션 장사를 시작했다. 몇 년 사이에 옥션에도 편의점택배가 도입되었고, 익일이면 바로 물건을 받으러 오던 택배기사는 이제 3~4일이 지나도 제때 오지 않는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부치라는 암묵적인 주문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중고물품 전용 판매 탭이 생겼고, 중고는 낙찰수수료가 1.5~3%로 낮아졌다. 하지만 물건등록이 10개로 제한되어 판매 회전률은 매우 낮아졌다. 그렇다고 이전처럼 10% 이상의 수수료를 부담하면서까지 일반판매를 할 이유는 없을 듯하다.
이미 방 한켠에 판매할 물건들을 정리해서 쌓아두었고, 상태가 괜찮은 박스들도 수십개나 구해서 모아두었다. 그리고 며칠전부터 또다시 매일매일 물건을 들고 편의점에 출근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 자잘하고 귀찮은 일들이 내 생활비를 충당하기 시작했다. 번거로움과 귀찮음만 참을 수 있다면, 티끌모아 태산은 이런 사소한 일에서도 시작된다고 믿는다.
이런 것도 한 번 두번, 경험이 쌓이다보면 가능할 거라 생각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처음이 어럽다는거...
그리고 편의점 택배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