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별 걱정 다 한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또는 배부른 소리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내 미래가 불확실해서가 아니라, 너무 확실해서 걱정이다. 아주 막연하게 역사, 컴퓨터 등에 대한 나의 적성과 가능성을 가늠하던 내게, 나이를 먹을수록 커져가는 무게감은,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각각 이끄시는 회사, 추후의 계획들, 그리고 사회로 나아가야만 하는 숙명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어 왔다.

장남으로 태어나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온 나는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늘 상기시키며 살아왔다. 그리고 나를 수식하는 심상, '두려움' 은 줄곧 인생 전부를 꿰뚫어왔으며, 책임감의 무게가 바로 그 두려움의 깊이와 원류가 같다는 것을, 지금에 와서야 조심스럽게 정의하게 되었다. 또한 그것은 명확한 제시 없는 막연함에 기인하는 것이라, 내가 과연 사회에 진출하게 되면 무엇을 해나가야 할지, 구체적인 과정은 어떠한 것인지 궁금함 또한 떨칠 수 없었다.

과연 내가 공부를 한답시고 시간을 소비하다가, 후에 부모님의 위치에 내가 대신 서게 되더라도 큰 문제 없이 판단하고 대처해 나갈 수 있을까. 지금의 어린 나는 도데체 걱정스럽기만 하다.

숙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심하고 소극적이었던 내게, 부모님께서는 내게 자유로운 진로를 권장하면서도 은연중에 경영자로서의 나를 이끌어 내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내게 이 이해할 수 없는 짐은 너무도 크다. 과연 이것이 내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해결될 일인가? 부모님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경험도 부족하고, 경제적인 일에 무관심해 온 내가 이 막연함에 대해 언제쯤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결국 막연함의 연장이라면, 어서 빨리 전향해서 현재의 어리석음에서 비롯되는 물음표들을 하나씩 지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본질적으로 나의 그릇의 크기는 어느정도 되는 것일까? 지금 내가 하는 의문을 읽은 사람들이 나를 비웃지는 않을까? 그리고 지금의 어설픈 내 앞에 혹시라도 그 무거운 지위의 향배를 논의해야 하는 때가 온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궁금증을 가득 안고 아버지와 함께한 식사자리에서 나는 어느정도의 해답을 얻을 수 있었고, 또한 어느정도의 의문을 새로이 품게 되었다. 아버지의 어깨는 단단하고 당당하다. 오랜 기간 금융계에서 일해 오신 아버지께서는 그 경력을 바탕으로 사업에서도 실력과 인맥을 동시에 얻었다. 언제나 미래를 내다보시는 아버지이시기에, 아버지의 꿈은 늘 현재진행형이다. 나는 어떤 방향으로 미래를 찾아 나서야 할까? 나의 어깨가 무거워옴을 느꼈다.

지금은 이 글을 완결지을 수 없을 것 같다. 막연함에 대한 어느정도의 확신이 섰을때, 그때 무언가 더 쓸거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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