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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끝난 그제를 시체처럼 죽은듯 잠으로 날려보내고, 어제는 오랜만에 디에세랄을 들고 홀로 출사를 나갔다. 동네를 돌면서 셔터를 눌러대다가 문득, 아직도 시험을 끝마치지 못한 의악이를 떠올린 나는, 모처럼 그에게 좋은 마음으로 연락을 했다. 그 보다 먼저 시험이 끝난 기쁨은 사람을 선하게 하는 모양이었다.
저녁부터 도서관에 와서 시험공부로 밤을 새게 될 그에게, 저녁 한끼 같이 하자고 했다. 어차피 학교 근처에 사는 나로서는 디에세랄을 들고 산책도 하고, 늘 가난해서 괴로운 그에게 모처럼 좋은 마음으로 밥도 사주고, 군것질 거리도 사주고, 마지막 남은 시험 잘 보라고 응원해주고자 했던 것이다! 그때 무엇에 홀렸는지 잠시 군자가 되었던 듯하다.
집 앞 슈퍼에서 초코바 몇개랑 자잘한 주전부리들, 그리고 박카스랑 캔커피를 샀다. 시험에 찌든 친구를 챙겨주고자 하는 본인의 따스한 마음씨에 스스로 감동한 나는 점차로 마음이 촉촉해졌다.
의악이는 일곱시에 오기로 했고, 나는 이미 출사를 나온 김에 학교 풍경도 담기로 마음먹고 그보다 한시간 일찍 학교로 향했다. 도착하기 30분 전에 연락을 달라고 문자를 넣었다. 도중에 어머니께서 이수역 근처에 있으니 밥먹으러 오라고 전화가 왔지만, 이미 선약을 만든 상태였으니까 가지 않겠노라고 했다.
분수대를 아장아장 거닐고 있는 아이 사진도 찍고, 꽃과 분수, 주특기인 도촬(?)도 했다. 그런데 의악이는 일곱시가 넘도록 오지 않았다. 문자를 보냈더니, 그제서야 이제 출발했다는 답장이 왔다!!!??
그래도 그간 항상 시간은 칼같이 지켜온 그였기에, 그리고 어차피 미리 넉넉히 산책하듯 온 학교였기에, 크게 상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이미 매우 배가 고팠다. 문득 밥먹으러 오라는 어머니의 전화를 떠올렸다. 답장을 보냈다.
'집에 갈래'
배려가 넘치는 의악은 끊임없이 문자를 보내며 나를 달래려고 했지만, 나는 그의 여자친구가 아니기에 그녀를 다루듯 다루지 않아도 되는 엄연한 '남자'다. 그렇다고 공부하러 온 목적도 아닌 내가 해 지는 학교에서 한 시간 가량 더 있을 이유는 없었고, 사실상 '바람맞은' 상황을 상기한 나는, 학교를 빠져나오면서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마침 동생도 왔으니까 빨리 오라고 하셨다.
어차피 사진을 목적으로 나온 산책이었기에 내 기분이 구겨진 상태는 아니었지만, 늘 그렇듯 의악은 또 문자와 전화로 나를 달래고자 양동작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 공세가 대단해 오히려 내가 의악을 달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오히려 내가 그의 미안함을 잘 다독이고 전화를 끊은 나는, 그에게서 난데없이 충격적인 문자를 받았다.
뭐 그런것도 섹시하구♥♥♥♥♥ 자기 자체가..(ㅆㅂ 더이상은 못쓰겠다!!)
!!!!!!!!!!!!!!!!!!?????????????????!!!!!!!!!!!!!!!!!!!!!!ㅆㅂ!!!!
* 문맥상 이미 농밀한 메시지들이 수없이 오고갔을 것이다..샹
* 약속 바람맞춰놓고 뭐? 그런것도 섹시해????
며칠 전 그의 여자친구가 학교에 놀러와 인사를 주고받았던 기억이 난다. 내 10년지기의 후배이자 의악의 여자친구인 그녀, 내게는 정말 남다른 인연인 그녀! 바로 그녀.. 그..근데..
그가 그의 여자친구에게 바치는 농밀한 애정(!)이 담긴 문자가 내게 하트 이모티콘들과 함께 후끈하게 전해져 왔고, 이전까지의 문자와는 결코 비교할 수 없는 그의 뜨거움(?)에 하마터면 두뇌가 포스트모더니즘적으로 재편될 뻔했다. 그는 정녕 나를 달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카카오99%보다 더 진한 사랑을 속삭이고 싶었던 것일까. 삼울제는 나를 달래려던 와중에 난데없이 자신의 침소로 나를 끌고 들어와 감히 농락을 시도했던 것이다!
후아아~~ 이미 빨간 하트 이모티콘의 향연과, 화산이 폭발해 용암을 질질싸는듯한 그 뜨거움의 후폭풍에 하마터면 정신줄을 놓을 뻔했던 나는, 이 시기부터 문자의 삭제를 요구하는 의악의 적반하장식 맹공까지 받기 시작했다.
잊어줘 잊어줘 잊어줘 제발 지워줘 지워줘 지워줘 제발 미안해 미안해 잊어줘 지워줘 미안해 잊어줘 지워줘 지워줘 x2000
한순간에 섹시한 남자(?)로 전락한 나는 오죽 충격을 받았으면, 엘리베이터 18층 버튼을 눌러놓고는 4층에서 내린 사람을 따라 내려 402호의 도어락 비밀번호를 한참동안 눌러대기까지 했다!!
'비밀번호가 바뀌었나?'
문을 열라며 초인종까지 딩동딩동 눌러댄 나는 한참동안 정신분열과 해체 속에서 버둥대다가, 이 집이 1802호가 아니라 402호임을 깨닫고서야 황급히 도주했다. 이게 다 의악이 안겨준 열기 때문이었다!!!!! 아아, 25년간 지켜온 나의 고결한 순결이여!!
의악은 오늘 하루 또다시 그의 열정을 다해 나를 쫓으며 끊임없이 메시지 보관함 삭제요구를 강요했고, 심지어 교양 강의실까지 쳐들어와 친구와의 대화 사이에 끼어들어 칭얼대기까지 했다. 삼울제의 칙명이 담긴 문서를 증거로 활용해, 삼울제 주살의 대의명분을 확보하고 혁명을 일으키려던 나는, 결국 그의 맹공에 못이겨 격정적인 문자를 삭제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미 나의 뇌리 속에 박혀버린 도파민 버글버글한 두 줄의 문장은 어찌할 것인가!! 그는 나의 정신적 충격에 대한 보상으로 고작 '밥을 한끼 살테니 그 고얀 입을 다물라' 며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마저 탄압했다.
이미 증거는 휘발되고 말았지만, 세상이 아직 올바르게 돌아가고 있다면, 선량한 마음으로 저녁끼니와 주전부리를 제공하고자 했던 나를 바람맞힌(!!!) 그의 비정함을 도덕적으로 단죄해야만 할 것이다. 아울러 100% 타의로 순결을 지켜온(?) 이 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를 모욕하고도, 여전히 숭실의 서북방을 폭압적으로 수탈하고 있는 삼울제는 황좌에서 물러나야 하며, 반드시 새로운 역성혁명의 창업군주가 등장해야 함을 준엄히 선포하는 바이다.
완젼 대박~~ 문자인데욧.
삼울제가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잘 모르겠으나, 으악 형제는 완전 다굴의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몇 자 회담이라도 열어서, 무마하려고 하겠죠.
의악의악 거리면서...ㅎㅎㅎ
재미있는 이야기 쿵쿵쿵....
뭐 그런 것두 섹시한 이성복님이시고 자체가 매력적인 이성복님이신데~의악의악의악의악의악의악의악의악의악의악의악의악의악의악의악의악의악의악의악의
그런데 의악이가 사주면 머깨비가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