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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이 3일 남은 나, 부대 안에서 간부 아래 나보다 높은 자 없고, 어떤 짓을 해도 2박3일 후면 해방될 것이기에 더이상 거칠 것이 없어라! 그러나 거칠 것은 없어도 간부 앞에서는 여전히 쩔쩔매고, 자연의 섭리 앞에서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는데..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추위가 지속될수록 간부들의 관심은 더욱 더 취사장으로 집중된다. 동파 방지를 핑계로, 취사장 뒷편 빙판길을 핑계로, 또는 조리사 이모님 보러 매일 난입하는 주임원사는, 늘 빗자루를 들고 취사장 주변을 돌며 얼핏 일하는 척하다가 중사하사들 몰려와 일을 돕기 시작하면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밖에도 매일 찾아와 공격하는 보급관과 당연히 취사장에 상주하는 관리관까지, 온갖 간부들의 군웅할거로 인해 취사장은 2년 가까이 해온 군생활 내내 평화를 유지한 날이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한편, 한파가 반복되면서 실내와 실외를 잇는 하수도로 몰린 기름들이 뭉쳐 얼어버렸다. 릴로의 감자탕이 뿜어낸 기름기는 결국 배수로를 썩은물로 가득채웠고, 이로인해 하수도 뚫는데 기묘한 관심을 가진 당직사관 탄반에게 갈굼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갈굼이 하수도를 뚫지는 못하는 법, 국통 가득 물을 끓여 때려부어도 아무 대답없는 하수도, 이 난관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는 취사병과 간부 모두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원활하게 조리를 해야하는 시설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지만, 탄반이 중대장에게, 중대장이 대대장에게 보고해 버리는 바람에 일은 겉잡을 수 없게 커져버렸고, 이윽고 위제트는 살신성인의 자세를 발휘해 장화를 신고 맨홀 뚜껑을 열고 하수도로 들어갔다.
결국 위제트는 하수도를 뚫는데 성공했다! 맨홀 아래로 들어간 노력이 무색하게 의외로 하수도는 끓는물+뚫어뻥으로 뚫렸다; 하지만 맨홀 뿐만이 아니라 내부 하수도로도 장화를 신고 들어가 온갖 썩은 것들을 쑤시고 쓸어담으며 궂은일을 도맡았던 그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은 것이었다!
마침 뚫린 뒤에 취사장을 찾아온 대대장은 그 자리에 있었던 취사병들의 노고를 치하한다며 짜장면을 쏜다고 했고, 새벽조를 나갔던 림스틴은 제외되었다. 제외 사유는 '그 자리에 없었던 것도 지 복이다' 는 명언. 그 쪼잔하고 어처구니 없는 처사 속에서도 어쨌든 실용주의 노선을 택해 대대장의 자가용에 5명이서 낑겨 탔다.
하지만 대대장과 짜장면을 먹으면서 이건 마치 소개팅을 하던 순간도 아니고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후임들 앞에서는 늘 수더분하고 망가지기도 서슴지 않는 내가 대대장 앞에서는 마치 여자를 앞에 둔 마냥 수줍게(?) 쭈삣쭈삣 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전역을 딱 사흘 앞두고 두려울게 뭐가 있다고! 한편으로는 전역 이후 다양한 군상의 기성세대와의 조우시 이런 모습을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어쨌든 내 군생활 최후의 위기는 뚫어뻥과 함께 하수도로 쓸려 내려갔다. 내일은 마지막 일과, 그리고 모레는 드디어 전역이다. 어서 집에 가서 누구보다도 나의 전역을 기뻐하고 계실 우리 어머니와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웃겨..... 거기 없는 것도 지복........
시켜먹으면 될 것을...... 나가서 먹겠다는 것은 또 뭔지... 취사장이라는 독립공간이 있는데.
혹... 배달이 안 될 수도 있으니까. 이런 상황이라면, 자가용 인원 때문에 짤렸다고 볼 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