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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수요일, 부식오는 날, 중앙조달 오는 날, 관리관의 갈굼이 예정되어 있는 날, 하지만 나는 그 어떤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 오늘은 사단 독후감 시상식이 예정된 날.
정훈장교와 함께 레토나를 타고 대대를 벗어나는 느낌은 자못 상쾌했다. 매일 지지고볶다 못해 정신까지 들들 볶이는 취사장을 벗어나 시상식으로 달아나는 이 느낌! 중간에 운전병이 길을 잃는 바람에 시간이 매우 지체될 뻔했지만, 아슬아슬하게 사단에 도착했고, 나는 수상자 명단에 사인을 하고 정훈공보부에서 잠시 대기했다.
중위 한명, 중사 한명, 나머지는 상병 한명 빼고는 전부 병장이었다. 그렇다, 역시 책을 보고 독후감 쓸 짬은 최소 상병장 짬은 되어야 하는 것이다-_-..
갑작스런 인터뷰 녹화로 인해 준비도 하지 않은 인터뷰를 하고-_- 나는 60초간 말을 하라는데 웅얼웅얼 우물쭈물 하면서 카메라울렁증에 시달렸고 정훈장교의 눈총을 받았다, 미안-_-..
대상 중사, 최우수상 중위/병장, 우수상 병장3, 장려상 병장3, 상병1
간부와 병사가 함께 경쟁하는 이상 아무래도 간부가 병사보다 상 타기 쉬운 노릇이고, 나는 대상과 최우수상에 간부가 포진되어있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내 우수상이 '고작 우수상' 이 아니라 '무려 우수상' 임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우수상 이상급은 백범의 아들ㅎㄷㄷ 김신 회장이 시상하고, 그 이하는 사단장이 시상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잔디밭에서 펼쳐진 시상식 예행연습은 마치 훈련소 입소식을 방불케 했다. 얼차려만 없었을 뿐이지 정신없이 귀찮게 구는건 마찬가지, 수상자들이 대부분 병장이었음에도 우글우글 주변에 포진한 영관급 이상의 간부들에게 주눅들어 우리는 모처럼 각을 잡아보았다.
대령, 중령, 소령이 우글우글 거리고 대위가 바닥권인 이 시상식장에서, 나를 배달해준 우리 정훈장교의 반짝이는 소위계급장은 너무 초라해 차라리 병장계급장만도 못해보였다-_-
이후 군악대와 의장대, 헌병들이 몰려와 각을 잡는데, 아주그냥 간지 좔좔.. 눈앞에 펼쳐진 다양한 제복들, 특히 중앙에 선 경비대장의 칼과 화려한 복장은, 밀리터리빠돌이 궤동의 눈을 충분히 현혹시킬 듯했으나 사진이 없는 관계로 여기에 실을 수 없어 안타깝다.
회장으로부터 상패와 부상을 수여받고 나는 간지나게 경례하고 간지나게 걷고 간지나게 기념사진도 촬영했다. 그동안 대대장 앞에서 간소하게 상장을 받은 적은 있어도 온갖 제복을 차려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군악대 연주에 맞춰 화려하게 등장한 적은 없었기에, 감히 내 군생활 중 가장 화려했던 순간(?)으로 업데이트 하고자 한다.
레토나로 돌아온 나는 부상 봉투에 담긴 수표 20만원과 포상 3박4일을 꺼내보고 한동안 정훈장교와 운전병의 부러움을 샀다. 오랜만에 들린 김밥천국에서 가볍게 식사를 마치고, 적금을 들고싶어하는 정훈장교를 따라 은행에 들러 부식을 수령할 시간에 대기석에 앉아 유유히 땡땡이를 쳤다.
정훈장교와의 은행데이트(?)는 재테크 관심이 높아진 그의 욕심만큼이나 길어져 무려 2시간 가까이 은행에서 꾸물댔고, 꾸물댈수록 땡땡이의 기쁨도 커져갔다. 부대에 복귀해 보니 이미 3시반, 수상으로 인해 더욱 높아진 명성 만큼이나 화려하게 복귀했다. 덤으로 하루 일과도 다 제꼈다!









